"내가 그때 의주에서 휴정(休靜)을 불러 부처의 힘으로 나라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 휴정이 말하기를, 늙고 병든 승려는 절에 남아 부처님께 나라를 구하기를 빌도록 하고, 다른 모든 승려는 싸움터로 부르겠다고 했지." 박덕규의 역사소설 '사명대사 일본탐정기'에서 임금이 서산대사 휴정에게 도움을 청했던 날을 회상한 장면이다. 휴정은 사명대사를 비롯한 승병(僧兵)으로 의승군(義僧軍)을 만들어 왜군에 맞섰다.
우리 호국불교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고구려 승려 3만명은 당나라 군대에 맞섰다. 신라 문무왕은 평소 "죽은 뒤 호국의 대룡(大龍)이 돼 불법을 숭봉하고 나라를 수호하고 싶다"며 호국신앙을 강조했다. 고려 태조 왕건은 "우리 국가의 힘은 반드시 제불호위(諸佛護衛)의 힘에 의존한다"며 불교를 국방의 기둥으로 여겼다. 팔만대장경은 호국신앙이 빚어낸 큰 문화재산이다.
불교는 살생을 금하는 종교다. 그러나 불교 경전 중에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은 호국 불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석가모니는 인도의 열여섯 임금들과 문답을 나누면서 "국가를 정당하게 지켜야 불교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다"고 했다. 신라와 고려는 이 경전에 따라 나라가 위기를 맞을 때 반야경을 읽는 법회를 열었다.
불교방송 진행자인 비구니 정목 스님이 그제 모 신문사를 찾아가 성금 500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은사인 86세 광우 스님이 머무는 절이 워낙 낡아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것을 이번에 고치려고 마련했던 돈이라고 했다. 정목 스님은 "나라가 있어야 절도 있다"고 했다. 연평도에서 해병 장교로 복무했던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1500만원을 맡겼다. 걸그룹 티아라도 2000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천안함이 폭침당한 직후 89세 김용철씨는 "인생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무한하다"며 평생 모은 재산 90억원을 방위성금으로 냈다. 북한의 무자비한 공격을 보며 김씨는 "나라가 있어야 개인도 있다"는 상식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반면.....................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뒤 침묵했던 종북(從北) 단체들이 25일부터 "이번 사태는 남한의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진보연대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미연합전쟁연습이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 왔으나, 한·미 당국은 그 충고를 무시해 왔다"며 "그 결과 사실상의 국지전이 서해 연평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남한측에 책임이 있다는 북한 주장을 따라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항공모함을 동원한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진보연대는 지난 8월 무단 입북(入北)해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고 남한 정부를 비난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된 한상렬(60)씨가 상임고문이고, 광우병 시위를 주도한 오종렬, 박석운, 이강실(한 고문 부인)이 단체 대표 인사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는 2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명박의 동족대결 책동에 따라 연평도 해상에서 남측 군대가 또 포 사격 훈련을 벌여 북측이 대응 포 사격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그로 인해 연평도에서 사상자가 발생했고, 남측 군대의 다시 이어진 포 사격으로 북측도 피해를 당하였을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범민련은 또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집권 이래 벌여 온 대결 광란, 전쟁 광란을 멈춰야 한다"며 "천안함 사건 조작과 모략을 사죄하고 한·미·일 군사훈련을 더는 벌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1997년 대법원 판결로 이적(利敵)단체로 규정된 단체다. 범민련 남측본부의 이규재(72) 의장과 이경원(44) 사무처장, 최은아(37) 선전위원장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누가 보아도 피아식별이 분명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