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의 테리 도요타
대외협력 및 공여국장이 북한 내 식량가격이 지난해보다
80%가량 올랐고,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6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취약계층이 식량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적어도 43만 4천 톤의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 2월과 3월 사이에 한달간 북한을 방문한 식량농업기구와
유니세프가 “국내생산량과 식품 수입, 국제지원 등이 급감함에 따라
2400만명의 북한주민들 가운데 4분의 1이상이 굶주림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 보고서 내용과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세계식량계획 등의
보고처럼 심각하지 않다며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제기구가 근거로 제시한 배급량 도정률 하곡 수확량 등의 신뢰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의 작년 작황은 근래 보기 드문
풍작이었는데 일찌감치 식량난이 발생했다는 것도 미덥지 못한 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정황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 식량조사단이 지원조사를 위해 방문하면 일부러 마르고
병약해 보이는 사람과 잘 못 먹는 임산부를 내세우는 등 치밀한 연극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 인권단체 ‘성통만사’도 지난 2월 유엔 조사원이 함경북도
무산을 방문했을 때 북한 당국은 조사원이 방문하기로 된 마을에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은 모두 다른 집으로 보내고 병약하고 마른사람만 해당
장소로 모이고 가마솥에 풀죽을 쑤어 이를 먹는 것처럼 꾸몄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사원이 그곳에 갔을 때 옥수수로 만든 밥에 시래기 국으로
연명하며 힘들게 사는 임산부의 모습이 연출되었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북한은 지난해 가을 이후 줄곧 식량난이 악화된 것처럼
죽는 소리를 해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모두 쇼가 아닌가?
그리고 북한이 이처럼 연극까지 해가면서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내년에 있을 ‘강성대국 완성 잔치’에 나눠줄 행사용 쌀을 미리 준비함과
동시에 3차핵 실험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제제강화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니 정말 말이 안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정신을 이용할 수 있는지 그 가증스러움에 치가 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