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오전에 아무 생각없이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군악팡파르가 들려왔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바로 ‘9.28서울수복기념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행사장은 왠지 썰렁해 보였다. 해병과 해군 그리고 예비역 해병장병들만이 조촐한 자축연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그러나 62년전 바로 그날 서울 수복은 우리 국민에게 있어서 큰 희망이자 감격이었다. 6.25전쟁이 발발한지 사흘 만에 함락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리고 9월 15일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서울이 수복되기까지 서울 시민은 공산치하에서 악몽과도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그래서 서울시민들은 중앙청에 휘날리는 대형 태극기를 보고 서울이 공산치하에서 벗어남을 알고 환호성과 함께 만세를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당시 서울 한 복판인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한 용감한 해병 박정모 소위와 양병수 이등병조(병장), 최국방 견습해병(이병)이 바로 그들이다.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수도 서울에 국기를 게양한 것은 서울이 대한민국 땅임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당시 미국의 트르먼 대통령이 이들에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훈’을 치하하는 표창장을 수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공산치하에서 수복되기까지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