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 실시 이후 처음으로 노·사 위원이 모두 사퇴하는 파행을 빚었다. 노동계와 재계의 벼랑끝 협상 전략과 정부의 무대책이 얽히며 사상 초유의 최저임금 공백 위기를 자초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일 새벽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1987년 최임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노·사 위원 전원이 사퇴하며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노동계는 올해(4320원)보다 460원 오른 4780원을 주장했고, 사용자측은 135원 인상안을 제시하며 버텼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노·사·공익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재적위원의 과반수 출석을 개의 정족수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 위원 14명이 사퇴한 상황에선 회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심의하지 않으면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없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고용부 고시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적용기간은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기본법 등 14개 법률에서 각종 지급 기준을 정할 때 최저임금을 참고하도록 정하고 있어 최저임금 공백이 가져올 혼란은 막대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양측 위원의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고 4일 회의 재개를 통보했다. 사퇴서 제출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용 액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노동계 위원들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최저임금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보호받아야 할 저임금 근로자의 권익 침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는 인식을 토대로 공익위원을 선정했다. 공익위원들은 최초 중재안으로 물가인상률보다 낮은 최저안(2.9% 인상)을 내놔 노동계 위원들의 사퇴를 촉발했다. 인상 폭이 커지는 만큼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수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고용부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제도의 수정을 요구하며 재협상은 없다고 선언했고, 재계도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