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 베풀었다가 되레 덤터기' 어처구니 없는 사고 2題
#1. 여대생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A씨의 사연은 이랬다.
그는 5월31일 면접을 마친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경기 안산으로 가기 위해 4호선 사당역에서 환승을 했다. 전동차에서 내리자마자 플랫폼에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할머니가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어머 어머'하며 놀랐지만 아무도 손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A씨는 "할머니 괜찮으세요"라고 말하며 손을 잡았다.
오른쪽 손으로는 할머니의 심장과 배를 어루만졌다. 의식을 찾았으면 하는 맘으로…. 얼마 뒤 구급요원이 현장에 도착해 할머니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그 일이 일어난 지 3주가 지났다. 기말시험을 치르고 있던 A씨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서에서다. 사당역에서 쓰러져 있던 할머니가 자신과 통화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때 날 밀쳐놓고 어떻게 도망갈 수 있어. 그리고 병원에는 한 번도 안 찾아와." 당황한 A씨는 할머니에게 "전 할머니랑 부딪힌 사람이 아니라 쓰러져 있어서 도와드렸다"고 말했다.
오해를 풀었다고 생각한 A씨에게 며칠이 지난 뒤 다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자신을 너무 보고 싶어한다며 만나달라는 것이었다. A씨는 할머니와 경찰서에서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할머니는 여전히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늙은 사람 다치게 해 놓고, 이렇게 살면 벌 받아." A씨는 다시한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똑같았다. 경찰서에서 헤어지면서 할머니는 "치료비가 40만원이 나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A씨는 "다급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 용기를 내서 손을 내민 죄밖에 없다"며 "그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고 찝찝하다"고 우울해했다.
#2. 회사원 B씨는 지난달 초 경복궁역에서 친구를 만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던 순간 할아버지가 중년 남성에게 맞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B씨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할아버지에게 뛰어갔다. 할아버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계속해서 맞고만 있었다. 그는 때리지 말라며 그 남성의 손을 꽉잡았다. 그러자 그는 발로 B씨의 배를 가격했다.
참지못한 B씨는 그 남성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그들은 경찰서로 가게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겼다. 막상 경찰서에 도착하니 할아버지는 "자신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할어버지와 그 남성은 부자관계였던 것이었다.
B씨는 순식간에 아무 죄없는 사람을 때린 나쁜사람이 됐다. 그는 "길에서 맞고 있는 사람을 도와주다 경찰서에서 오히려 나쁜사람 취급만 당했다"며 "아직도 화가 난다"고 씁쓸해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어려운 사람이나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모습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오히려 호의를 베푼 사람이 경찰서로 가거나 도움을 주고도 가해자로 몰리는 현실도 비일비재하다. 이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한다.
특히 범죄나 갈등이 표출되는 현장에서는 더더욱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실제로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일어났던 지하철 묻지마 폭행 사건에서도 현장을 목격하고도 모른 척 상황을 회피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10대들이 나흘동안 여중생 친구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나 전북에서 초등생 1명을 약 9개월여간 중학생 3명이 집단 성폭행한 사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20대 남성이 10대 학생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한 뒤 숨지는 사건 등도 있었다.
이들 사건 현장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경찰 등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신고하겠지' 또는 '나와 상관없는 일에 괜히 끼어들어 불이익을 보진 않을까'하는 생각과 행동이 폭력의 잔인함과 대담함의 도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사회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원인으로 시민들간의 동료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자신이 개입함으로써 돌아올 피해로 인해 모른척하는 경향이 많아진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을 '방관자 효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방관자 효과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고려대학교 윤인진 사회학과 교수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모른 척 하는 직접적 이유는 개입을 했을 때 피해를 보거나 위험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선량한 마음으로 도움을 줬다고 해도 자기에게 특별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관자적 입장을 견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전상진 사회학과 교수는 "공공장소에서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모른 척 하는 것은 방관자 효과라고 할 수 있다"며 "지켜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꼭 내가 나서지 않아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겠지'라는 일종의 책임 미루기 의식이 팽배해 지는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책임의식 강화가 척박해져가는 우리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암묵적 규범"이라며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시민들간의 연대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을 통해 시민의식 함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줘야 한다"며 "묻지마식 피해가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러한 행위를 목격했을 때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유도돼야 한다"며 "시민의 자발적 참여는 법률이나 교육과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닌 스스로가 필요성을 납득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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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안그래도 함부로 나선다는게 보통일이 아닌데...
저런경우까지 있으니...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