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올려야 하는데…” 업계 안절부절
신라면블랙 철퇴에 정부 눈치 보여
'라면 기업'인 농심이 신라면블랙 후폭풍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올 4월 농심은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블랙을 출시했다. 신라면블랙은 출시 한 달 만에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농심의 든든한 '효자상품'이 되는가싶더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 발표가 나온 지난달 28일부터 판매량이 급속도로 감소했다.
농심에 따르면 현재 신라면블랙의 월 평균 판매액은 40억~50억원 수준으로 출시 초기에 비해 절반 이하 규모로 줄었다. 농심의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신라면블랙의 광고를 허위·과장 광고로 제재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결과를 겸허히 수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지자 라면 외에는 특별한 포토폴리오가 없는 농심으로서는 대안을 찾기가 힘든 모양이다. 특히 논란이 된 신라면블랙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개발에서 출시까지 직접 진두지휘하며 홍보 문구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챙기며 의욕을 보였기에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농심의 실적 하락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하나대투증권은 "매출의 70%를 라면이 차지하는 구조상 라면 실적의 턴어라운드 없이는 회사 전체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가부담은 증가하는 가운데 제품 가격으로의 전가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일 품목의 매출 비중이 높은 농심에게는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강희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출시된 '신라면 블랙'의 경우 2분기 약 190억원의 매출을 달성,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지만 최근 허위·과대광고로 공정위가 과징금 1억5,000만원을 부과하자 신뢰도가 떨어져 매출이 빠르게 줄고 있다"며 "날씨가 급격히 더워지면 라면 매출이 감소하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신제품 효과도 사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라면 가격이 5% 인상되면 내년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37%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이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면서도 "서민제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밀가루 가격이 8.6% 인상됐고 포장재 가격이 약 10% 인상되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컸기 때문에 농심으로는 라면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이 가장 편한 실적 향상 지름길이다. 하지만 라면가격에 대한 서민들의 체감도가 높다보니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한 은행 기업심사부 관계자는 "실적 하락이 우려되는 농심이 라면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정부의 물가 압력에 접었다는 말이 나돌았다"며 "서민 생활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라면이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외부기관의 압박 때문에 가격을 올리고 안 올리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정책이 소비자 물가안정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면값 올려야 하는데...빨리 올려야 하는데...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