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적으로, 뇌내망상이니 뭐니 하는건 텍스트에 기반한 이야기로, 님께 향하는 감정적 문제가 아니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제 표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에 관한 당연한 오해로 심려를 끼친 점도 사과를 드립니다.
자, 이번 통합,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하셨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당연한 수순이다, 라고 간단히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삼국지를 예로 들자면 이건 동탁을 치기 위해 결집한 원술, 조조, 유비 무리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사실 기대치는 크지 않아요. 그저 이 정권의 교체라는 목적만이 일차적인 일입니다. 그 다음에 누가 동탁이 되고 누가 조조 유비가 되고 하는 건 관심도 우려도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대화와 협의, 그리고 의견조율이라는 과정의 틀이 있으니까요. 군웅할거시대꼴이 될 일도 아닌 바에야 그 모든 문제는 거기서 해결해 나가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공동의 목표를 발의했고 가져오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그것도 정권교체를 위해서 이 정도의 운집을 할 수 있는 때도, 상황도, 타이밍도 존재했던 때가 없습니다. 이런 경험이 지금의 통합진영의 밑바탕을 깔아줄 겁니다. 분열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문제들도 당연히 도출되겠죠. 하지만 이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같이 일을 해봤다, 라는 경험상의 문제는 앞으로의 정치집단 존속의 부분에서 무시못할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반면, 이 판을 깔아준 것이 과연 누구인가라는 것의 문제 또한 봐야만 합니다. 구 개나라 신 새대가리당의 문제들이 이미 집약적으로 도출된 가운데서의 반사작용만으로는 모자란 상황이란 말이죠. 이것은 운집한 그들의 무능이나 한계가 아니라, 시대적으로 원하는 정치상을 만들어 간다는 데 대한 의구심을 가진 유동의 표심 때문에 그러하다고 봅니다. 이 세상이 바뀐다 한들 항상 그나물 그밥 그꼬라지일 것 아닌가, 하는 절망은 의외로 깊은 법이죠. 이러한 과정 역시 당연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당의 문제란 처음부터 내재되어 있는 문제이며, 그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사실 통합을 발의하고 구상해냈을 때부터 모를 수가 없는 문제죠. 문성근과 한명숙의 이야기도 슬슬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본 바탕에 깔려 있는 목표가 딱 하나로 좁혀져 있다면, 협의와 과정에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과 과정의 틀이 이후에도 계속 존속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스스로 어떻게 해나가느냐, 그리고 이런 부분의 어필에서 얼마나 효과적인가 문제겠죠.
그러므로 그들이 집중해야 할 일은 정권창출 이전에도 이후에도 현재의 과정들을 상당히 소중히 하고 목표에 대한 상호존중을 하는 일이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