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모씨는 15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당시 사건의 은폐 논란이 불거진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옹호한 것과 관련,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이날 통합진보당의 게시판에 타인의 필명을 빌어 글을 게재, “어제(14일) MBC 100분토론에서 유 대표가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것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앞서 유 대표는 지난 13일 방송된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논객이 정 전 위원장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자 “정 전 위원장이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근거는 있느냐”며 “성폭력 무마 의혹이 있던 전교조 위원장은 제명되고, 그 다음에 선임된 사람이 정 전 위원장”이라고 정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유 대표는 이어 “(논객이) 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이후 전교조 징계재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결정을 했다. 피해자 쪽 의견을 듣고 정 전 위원장도 동의를 한 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번복안을 올렸는데 결국 표결을 뒤집는데 실패하고 그 점을 반성했다”며 “이런 분을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는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질문하는 분이 엄밀하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었다.
김씨는 “이정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 전 위원장을 옹호하는 행위를 하고 있고, 유 대표는 시민논객의 질문에 정 전 위원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허위 사실을 명확한 사실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공영 방송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유 대표를 찾아가 항의하고 싶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왜 정 후보 말만 믿고 나를 죽이려 하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렇게 사실이라고 확신에 찬 발언을 하려 했다면 최소한 피해자인 내 말을 직접 들어보거나 피해자를 대변하는 대리인이나 지지모임과의 충분한 만남을 하고 나서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인 나를 대변하는 지지모임의 의견은 문서로 대충 보고, 제대로 만나지도 않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소위 진보를 대표하고 이 사회의 서민과 약자 소수자와 함께 한다는 정당의 대표가 어떻게 그런 언행을 할 수 있느냐”면서 “피가 거꾸로 솟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몸이 덜덜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통진당이 정 전 위원장을 전략 비례대표로 공천한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으로 한동안 멍한 상태로 여러 날을 보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숨통이 조여 오는 답답함과 분노로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고 소회했다. 김씨는 그 동안 지지모임을 통해 정 전 위원장이 통진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이 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누차 밝혔으나 통진당의 대답은 또 다시 나를 죽이는 답변이었다”면서 “또한 유 대표 등 (공동대표) 3인은 지지모임이 보낸 문서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고 면담을 하고자 찾아간 지지모임 분들을 단 10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건성으로 만나줬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모임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 오직 정 전 위원장과 그 측근들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 당시 정 전 위원장과 나눈 대화, 위로금을 지급하려 했던 사실 등을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정 전 위원장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믿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 전 위원장의 이중적인 모습과 권모술수에 능한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가졌던 믿음이 산산이 깨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 전 위원장은 초기 대리인인 오 국장을 만나 사건의 사실을 듣고 내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알게 됐고 마음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면서 위원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그것들을 꼭 해내겠다고 편지에 쓰는 등 저를 감언이설로 속이고, 안심시키고 무엇인가를 해줄 것 같이 하고서는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행태를 계속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 재심위에서 2차 가해자들이 ‘제명’에서 ‘경고’로 징계 수위가 낮춰지는 있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고, 정 전 위원장은 내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후 사건 해결의 책임을 수석부위원장에게 떠넘겼다”고도 했다. 김씨는 “정 전 위원장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당원들을 향해 “이렇게 당했는데도 지금 내 절절한 외침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느냐. 한개인의 삶을 무참히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정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가 돼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찌 진보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것이냐”며 “용납할 수 없다.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나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간절하게 호소한다”고 밝힌 김씨는 “정 전 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도록 도와달라. 사회 정의를 위해 애쓰시는 통합진보당의 대표가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제발 내 피눈물 나는 바람을 들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