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개월 전의 서울시장 선거를 치루고도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민주당이었습니다.
안철수씨의 지지를 업었다고는 하지만 불과 5%도 안되는 지지도의 박원순 후보가 어떻게 당선될 수 있었는지, 정치를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박 후보가 어째서 지지를 얻었는지 그새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흑색선전이 판치는 지저분한 뉴스는, 그렇잖아도 흉흉한 사건들과 겹치며 과거의 구태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강용석이라는 희대의 또라이가 진흙탕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진저리를 쳤던 유권자들은, 여전히 심판론을 내세우며 의혹 파헤치기에 주력한 민주당에게 실망한 것이겠죠..
안정적인 이미지를 다진 박근혜는 10가지도 넘는 가시화된 공천조건을 보여주며, 나경원 전여옥 등 여러방면으로 물의를 일으켜 이미지를 깎아먹는 거물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이미지 쇄신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준데 반해, 야당 후보들은 온갖 의혹 제기나 몇년동안 우려먹은 심판론을 꺼내들며 진흙탕 만들기에 앞장서고 말았습니다..
현 정부와 과거 한나라당의 수많은 실정들은 당연히 심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과거와 선을 긋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준 반면, 야당 후보들은 미심쩍은 대북관을 해명하지도 못하고 통합과정에서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것도 모자라 막판에 터진 김용민 과거 막말사건을 떨쳐내지도 못했습니다.. 이래서야 심판론은 그냥 진흙탕 만들기로뿐이 보일수가 없죠.. 청와대 사찰 논란이라는 엄청난 크리가 터졌음에도 새누리당이 분전했다는 것은 이렇게밖에 저는 납득이 안됩니다..
선거에서 맞붙을 상대는 새누리당인데,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망령에만 실컷 포화를 퍼붓고는 자멸한 꼴입니다. 박근혜의 능력이라고 볼수도 있고 야당이 여전히 성숙되지 못한 탓이라고도 보입니다. 더군다나 논문 표절 의혹까지 터진 문대성 후보가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부패한 정치보다도 더 수준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뭐.. 이쯤 해두고.. 승패를 떠나서 의석수가 상당히 흥미진진하군요. 새누리가 과반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만한 의석수라 과거처럼 눈뜨고 코를 베어갈순 없을 것입니다. 대선까지 남은 몇 개월동안 이 상황을 야당이 어떻게 이용할지,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사분오열되서 자책과 비방만 일삼다 보면 100석 넘게 가져간 의석이 또다시 허수아비가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꼴을 보이면 당연히 대선은 꿈도 못 꾸겟죠.. 가뜩이나 허탈해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두고 보겠습니다.^^
아, 이번에 승리를 벌써부터 자축하는 보수층 지지자들이 간혹 보이는데요.. 민주당을 비웃기 전에 바로 어제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잘 떠올려 봐야 할것입니다. ㅎㅎ 몇 개월 사이 서울시장과 총선 두 선거를 치루느라 바빴었지만, 선거를 위해 아껴뒀다 터뜨린 사건들은 이제 수습을 하셔야죠? 아무리 홍준표 홍사덕 같은 거물들이 추풍낙엽이 되고 이재오가 간당간당 하다지만.. 현 정부 하에서 터진 실정들에 밀접하게 엮인 분들도 꽤나 당선될 분위기더군요..^^ 야당이 무능하다고 해서 잘못이 용서되는건 아닙니다. 대선 전까지의 몇 개월이 중요한 것은 새나라당도 마찬가지니까요. 마음 놓고 있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새 인물이 나타나면 그냥 훅 갈겁니다.. 안철수요? 그 중 가시화된 한 명일 뿐이지요..
여러모로 남은 한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