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의 뜻 풀이를 해주니 많이 고쳐졌어요

짱공이시다 작성일 12.05.06 19: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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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단 ‘호루라기’ 연극단원들이 지난달 25일 열린 ‘2012 학생언어문화 개선 발대식’에서 선보인 학교폭력 관련 연극의 한 장면이다. 참석자들은 특히 요즘의 학교폭력과 언어폭력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연극단원들의 생생한 대사에 공감하며 큰 호응을 보냈다.

호루라기 연극단원 이현욱 상경(27)은 “학교폭력 현실을 노골적으로 건드리는 연극을 구성했다”며 “욕설이 남발되는 등 관객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연극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학교폭력을 바라보고 경각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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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양재동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학생 언어문화 개선 발대식’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왼쪽)과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학교폭력과 언어폭력 근절을 다짐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한국교총 제공


언어폭력은 학교폭력의 여러 유형 중 가장 흔한 형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월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은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 16만7411명의 66.7%인 11만1725명이었다. 학교폭력을 겪어본 학생의 3분의 2가 언어폭력에 시달렸다는 의미다.

욕설이 난무하는 학교와 교실에서 ‘내 아이는 피해자’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장경희 한양대 교수 등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용역을 받아 2010년 11월 말 완료한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청소년들은 평균적으로 20어절당 1번꼴로 비속어나 은어 또는 유행어를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한국말이 보통 한 문장당 4~5어절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청소년들이 평균 네다섯 문장마다 한 번꼴로 비속어를 사용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쯤 되면 청소년의 생활문화에 욕설과 비속어가 일상어 수준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 같은 학생들의 언어문화는 그만큼 고민이 되는 문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학생 언어문화 개선 워크숍’에서 발표한 박인기 경인교대 교수가 정리한 사례를 통해 학생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학교 현장의 노력을 살펴봤다.

서울 노원구의 상원중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10분간 ‘자기 관리 플래너(계획서)’를 쓴다. 여기에는 학습 계획도 있지만 자신이 한 말을 돌아보는 코너도 있다. ‘부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말’ 계획서에 기록하게 해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한다. 각 교실에는 기존의 급훈과 함께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우리말 급훈’이 걸려 있다. ‘세종대왕님이 울고 계신다’(3학년 2반), ‘자나깨나 말조심’(2학년 6반)등이 그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욕을 많이 쓰는 이유를 과도한 스트레스와 TV, 인터넷 등 자극적인 매체의 영향으로 보고 문화 활동으로 정서를 가꿔주기 위해 방과후 특기적성 활동을 강화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4301949265&code=940401

 

‘욕의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는 수업도 진행했다. 욕의 뜻을 풀이한 학습지를 나눠주고, 교사가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설명해 준 것이다. 많은 학생이 이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2학년 김시영 학생은 “그전에는 ‘씨발’이 방언인 줄 알았어요. 근데 수업 듣고 성적인 의미라는 걸 알고는 너무 놀랐어요. 이제는 ‘아, 그게 그 뜻이었지’라고 생각하고 잘 안 쓰게 돼요”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교는 텅 비어 있던복도 벽에 고흐, 르누아르, 밀레 등의 명화를 걸고, 운동장 주변에 꽃도 심었다. 그리고 TV방송국 아나운서를 초청해 올바른 국어 사용에 대한 강연을 열고 ‘한글 사랑 UCC’ 대회도 했다. 사회 수업에서는 ‘욕설을 하는 심리’에 대해 토론을 하고, 정보 시간에는 ‘잘못된 통신 언어’와 ‘네티켓’에 대해 알아봤다.

이런 노력 끝에 교사와 학생들은 “욕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학교 천영숙 교감은 “초등학교 때부터 서서히 길들여온 언어 습관을 단시간 내에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며 “ ‘느리지만 꾸준히’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학생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말’을 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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