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협회 일본축구협회에 굴욕적 사과 - 한국일보

복길이형아 작성일 12.08.17 11: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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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사과 이메일'을 보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축구협회가 14일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해명 이메일을 공개했다. 안 의원은 "메일의 제목부터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y)는 굴욕적인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며 "너그러운 이해(kind understanding)와 아량(generosity)을 베풀어 달라는 저자세의 스포츠외교"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이 공개한 이메일을 살펴보면 일본 언론이 ‘한국이 사과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메일의 두 번째 문단에서 "올림픽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심심한 유감(regret and words)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썼다. 안 의원은 "가령 장관이 잘못을 했을 때 국회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면 '유감'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문서국제 외교 문서고,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regret' 정도면 충분히 사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14일 대한축구협회가 일본 언론의 보도는 '오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게 무색해진다. 당시 요미우리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일본축구협회 다이니 구니야 회장의 말을 인용해 "대한축구협회는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보도 자료를 내며 "'사죄' 운운한 것은 일본 언론의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저자세 외교는 메일 곳곳에서 계속된다. 세 번째 문단에는 '첫 동메달 획득으로 승리에 도취된 우발적 행동'을 설명하며 박종우의 행동을 '스포츠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로 규정했다. 축구협회는 메일에서 "모두가 알고 있듯이 스포츠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선수는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다"며 "그 행위에는 어떤 정치적 목적도 없었고 단지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다"고 했다.

네 번째 문단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이런 메시지를 한국 선수단 모두에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겠다"고 적고 있다. 이어 "코치에게 지침을 내리거나 선수들에게 교육하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지막 문단에서는 “우리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 (이번 일에 대해) 일본축구협회가 너그러운 이해(kind understanding)와 아량(generosity)을 베풀면 매우 감사하겠다(highly appreciated)"고 썼다.

안 의원은 애초부터 이 문제에 대한 축구협회의 판단과 입장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축구라는 운동만큼 민족적인 정신을 가진 운동이 없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과 다름없는 스포츠다. 박종우의 독도세리머니는 축구선수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하는데 축구협회는 대단히 큰 잘못을 한 듯 선수를 주눅 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올림픽 역사상 정치적 이유로 메달 박탈을 당한 사례가 없다. 이것은 해프닝에 불과한 일인데 마치 큰 잘못이라도 선수를 몰아가는 것은 스포츠외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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