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부러진 화살, 두 개의 문, 다음엔 '맥코리아'다! [어소뷰둘암님 글]
영화 <도가니>의 성공 이후로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을 영화화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 <두 개의 문>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도가니>는 446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인 150만을 훨씬 넘겼고, <부러진 화살>도 손익분기점인 40만을 훌쩍 뛰어 넘어 346만을 동원하며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두 개의 문>은 현재까지 6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영화 신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소재들을 영화로 담아 내는 이른바 '고발 영화'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 저변에는 '트위터'를 비롯한 SNS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이제 그 바통을 이어받을 영화는 <맥코리아>입니다.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은 '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달리 <두 개의 문>과 현재 제작 중인 <맥코리아>는 '다큐'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큐 형식'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방식은 물론 <화씨 911>, <식코> 등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맥코리아>는 어떤 내용의 영화일까요? 아무래도 제목에서부터 뭔가 감지하신 분들이 많으실 거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바로 '맥쿼리'에 관한 영화입니다. 최근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50% 기습인상 시도를 비롯해서 우면산 터널, 전국의 각종 민자고속도로, 심지어는 남산타워까지.. '맥쿼리'의 이름이 빠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도로와 공사에는 '맥쿼리'가 관여하고 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정도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맥코리아>는 바로 이 맥쿼리와 관련된 각종 특혜의 의혹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현재 70% 정도 완성된 상태이고, 이른면 10월 중순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출자인 김형렬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올해 2월 맥쿼리가 투자한 전국도로 지도를 우연히 보고 국내 교통 인프라를 외국 투자 기업이 갖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성을 느꼈다" 김 감독은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당사자들을 찾아 나섰지만 그 때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충돌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맥쿼리도, 지하철 9호선도 대부분 카메라를 들고 가면 퇴짜를 놓고 응대조차 안할 때가 많았다. 맥쿼리 본사에서는 로비에서부터 거부당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몰라 올라가 겨우 명함 인사만 나눈 적도 있다. 지하철 9호선의 실시 협약을 했던 분들도 찾아갔지만 매일 '휴가중' 아니면 '부재중'이어서 아직 못 만나고 있다."
맥쿼리 측은 "최근 공개된 예고편의 일부 내용이 심각하게 왜곡됐고 그 내용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도 없는 만큼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상영금지 가처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진욱 맥쿼리 자산운용 전무는 "예고편이 암시하는 내용이 예상보다 왜곡이 심했다. 소송 입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예고편 수위대로 영화가 제작되면 가처분 소송도 배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맥코리아>의 김형렬 감독은 "예고편은 법적 검토를 받은 만큼 문제가 없으며, 본 영화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법적대응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제작 중단을 종용하는 것이다."라며 불쾌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영화들의 개봉이 연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맥코리아>도 그 대표적인 예이고, 故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고문을 다룬 영화인 <남영동>도 현재 막바지 촬영 중입니다.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에 이어 또 다시 매우 민감한 소재를 다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