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절대 박근혜 후보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가?
그러나 이번 박근혜 사과를 통해서 잠시나마 대선 전까지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부동층의 표에 확장하는 '이익'은 별도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볼만한 문제가 있다. 일단 무엇보다도 박근혜 후보가 사과를 해야 하는 본질적 이유가 무엇인가이다. 박정희의 딸이라서? 박정희 대통령 당시 퍼스트레이디였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에는 진보진영도 이 정도의 논리구조를 갖고 논쟁에 뛰어들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논리라면 모든 범죄자의 아들딸도 영원히 정치를 할 수 없어야 할 것이고, 과거 영부인이었던 모든 분들은 그 당시 정권의 과오를 책임져야하는게 마땅하다. 그 누구도 전두환 前 대통령의 과오를 그 부인에게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 않는가? 김대중 대통령 당시 햇볕정책의 과오를 이희호 여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노무현 정부 당시 있었던 측근비리나 여러 정치적 실정을 권양숙 여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없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이 박근혜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나아가 그 사과 마저도 진정성이 없다며 거부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박근혜 후보의 레토릭은 대충 비슷한 패턴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분명 공과 과가 있으며, 이 中 과오에 대해서는 충분히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한 바가 많고 기여한 업적이 크므로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종합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수준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진보좌파 진영의 역사 의식에서 이러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이자 대부분 보수 우파의 입장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동적 역사관'이라는 것이다. 사실 박근혜 후보는 자신의 아버지의 과오를 계승하겠다고 말한 바도 없고, 민주주의를 불신한다고 한 적도 없다. 심지어 종북좌파척결과 같은 흔하디 흔한 구호 조차도 정치적으로 발언한 바가 거의 없다. 그런 박근헤 후보의 입장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보좌파 진영은 박근혜 후보가 "너 역시 독재를 할 것 같아!"라고 속단하는 것은, 바로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 그 자체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 때문이라고 읽힌다. 왜 그럴까? 왜 그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본다. 첫째는 현실적 필요성 측면에서 정치공학적 해석이다. 둘째는 보다 관념적인 측면인데, 이는 대중의 사고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냉정한 태도의 결핍'이다.
현실적 측면: "그들은 박근혜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
유족들의 입장에서 말하는 소제목이 아니다. 유족들이야 말로 박근혜 후보의 진정성있는 사과와 향후 올바른 정치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 및 정치적 보상을 원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보상이라는 금전적 보상과는 다른 개념으로, 박근혜 후보의 정치를 통한 간접적인 보상을 말하는 것이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그러나 오늘날 박근혜 후보에게 줄기차게 사과를 요구하는 야권 세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과연 박근혜 후보의 사과인지, 아니면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는 오기인지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야권이 원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사과 정도였다면 이미 박근혜 후보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충분히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들의 정치적 상징인물이라 할 수 있는 김대중 前 대통령과 노무현 前 대통령을 참배하고, 나아가 그 유족들까지 찾아뵈어 서로 덕담을 주고 받을 수준이라면, 과연 야권 정치인이 진정성을 운운하며 사과가 부족하다고 공세를 펼만한 상황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등 몇몇 실언을 두고 문제를 삼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것 역시 그 발언에 대한 사과요구 수준에서 그칠만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법이 아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박근혜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통합 행보를 바라는 것인가? 일단 정치공학적으로 그럴리가 없다. 박근혜 후보가 역사적 문제에 있어 좌향좌를 거듭하고, 진심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껴안는 모습으로 간다면 그들에게 유리할 것이 전혀 없을뿐만 아니라, 그 동안 아주 유용하게 활용해왔던 공격 무기조차 잃게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박근혜 후보가 어떠한 발언과 행동을 하더라도 결국엔 "진정성이 부족하다"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수사를 반복해가며 박근혜 후보를 "거짓말하는 정치인"으로 매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정말 불쌍한 쪽은 박근혜 후보가 아니라 야권일지도 모른다.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집념 때문이다.
현실적 필요성과 솔직하지 못한 역사관
필자는 현실적 측면에서 왜 그들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향후 박정희를 칭찬해야만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표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얼마든지 '갈아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보다 더 본질적인 부분은 바로 이념적인 측면에서의 역사관이다. 이는 정치인보다는 지식인과 대중을 설명함에 있어 더 유용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박정희에게는 공과 과가 있는데, 이중 과오는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과 업적이 크므로 우리는 박정희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는 주장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본질적 이유는 또 다시 두 갈래로 나눠질 수 있다.
①[박정희에게는 공과 과가 모두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일단 첫번째 부류는 박정희가 아예 공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쪽이다. 흔히 "박정희가 한게 뭐가 있느냐"는 수준의 반론인데, 이것은 사실 반론을 할 가치조차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주장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필자가 과거에 썼던 두 개의 글을 갖고 대신 설명하고자 한다. 요지를 밝히자면 박정희의 경제정책과 안보정책은 당시 어느 다른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봐도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음은 명백한 사실로 보이며, 특히 경제발전에 있어서 박정희 대통령이 선택한 방법론은 당시 보편적이지도 않았고 결코 쉽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 글은 http://blog.naver.com/jujinyoon/20167031814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박정희가 없었어도 경제발전은 가능했다"는 주장의 논거로서 흔히 장면정부에서 이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수립되었고 박정희가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라는 주장들을 하시는데, 장면정부에서 마련됐던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1차상품(농산물/천연자원)을 수출하여 벌어들인 돈을 공업화에 쓰자는 전략이었는데, 박정희 정부는 이를 뒤엎고 철저히 공업화전략에 집중하여 수출지향적 발전을 유도합니다. 장면정부와는 성격이 다르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박정희 정부가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수입대체화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이차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개도국/후진국들이 수입으로 인한 국부유출과 무역적자를 완화하기 위해서 수입대체화, 즉 수입해서 쓰는 물건을 대신 만들어서 내수를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결과론적으로는 상당히 부정적인 경제개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박정희 정부는 수출지향적 개발전략을 선택하는데, 이는 동아시아 신흥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②[박정희에게 공과 과가 있는데, 이 中 공이 더 크므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 이른바 '민주주의만으로 역사를 보는 입장'
앞서 살펴본 1번 주장은 어차피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연구와 탐구가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가치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그리 신경쓸만한 부분이 아니다. 특히 1번 주장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당시 인정한 부분이기도 해서, 역사적으로 그리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필자의 생각에 비추어봤을 때 진짜 우리나라 지식인들과 대중 사이에 팽배해 있는 것은 바로 이번에 다룰 2번과 같은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즉, 박정희가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는데.. 그 못한 것이 너무나도 본질적인 것이므로 잘한 것을 도저히 인정해줄 수 없다는 논리다. 바꿔말하면 박정희가 경제발전과 안보를 잘했고 민주주의를 못했는데, 민주주의가 너무나도 본질적인 가치이므로 경제발전이나 안보에서 잘한 것으로 도저히 봐줄수가 없다는 논리다. 필자는 이들의 주장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오늘날 누군가가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다른 목적을 도모하려고 한다면 필자 역시 그들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하고 규탄할 것이다. 또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이 당했던 수많은 고초와 고통을 생각했을 때 그들이 박정희를 선뜻 용서하기 어렵다는 것도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감정의 잣대로, 그리고 현재의 잣대로 평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는 편협하기도 편협하지만, 사실 용기가 없고 솔직하지 못한 접근이다.
민주주의는 분명히 소중하다. 앞으로 절대 훼손되어선 안될 제1의 가치다. 그러나 과연 민주주의가 지난 1950~1970년대에도 제1의 가치로서, 그 어떠한 다른 가치도 모두 압도할만큼 대중적인 상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상식이 아니었던게 맞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시 상식이 민주주의가 아니었음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당시 시대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이다. 필자는 가끔씩 이런 식의 논리로 반론에 재반론을 던지곤 했다. 박정희가 독재자였기 때문에 무조건 매도돼야 한다면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도 왕조세습을 한 독재자였으니 비난받아 마땅한 것 아닌가? 혹자는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매우 무리한 접근이라며 비난하고, 어떻게 조선시대 왕조국가 체제와 1948년 이후 민주주의 체제를 단순비교할 수 있느냐며 공격한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다소 다르다. 과연 18세기 조선과 20세기 중반의 대한민국의 대중의 의식적 격차와, 20세기 중반 대한민국과 오늘날 21세기 대한민국의 대중의 의식적 격차 중 무엇이 더 멀고 가까운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20세기 중반 대한민국을 살아갔던 수많은 민초들과 대중들은 18세기, 19세기에 더 가까운 의식과 관념을 소유하고 있었을수도 있고.. 이승만-박정희 역시 예외가 아니었을 수 있다. 이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우리 역사가 그렇게 흘러왔다는 것 뿐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논할 수 없는 주어진 현실이었다.
우리는 민주주의만으로 역사를 볼 수 없다. 민주주의가 '매우' 소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주의만큼이나 소중한 여러 가치들이 있다. 먹고 사는 것, 그보다 앞서 '당장 사는 것'이 민주주의보다 덜 가치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죽음을 선택하겠다!" 필자는 그 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과연 당신이 솔직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전쟁이 끝나고 만연한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제2의 6.25의 위협 앞에서 벌벌떨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과연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조금더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필자는 이 논쟁에 과거에 쓴 "[박정희 논란] 현재의 오만을 경계하라! http://blog.naver.com/jujinyoon/20166461083 " 를 덧붙이고 싶다. 몇 가지 단락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 이 시대는 "어떻게 하면 사람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느냐"를 논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5.16 당시 대한민국은 "사람이 사느냐 죽느냐" "제2의 6.25가 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던 시대입니다. 지금의 잣대로 평가해선 안됩니다. 4.19 이후 정치판은 오늘날의 부정부패와 혼란은 비교조차도 힘들 정도의 "아수라장" 이었습니다. 혁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권력다툼, 밥그릇싸움에만 빠져 국가는 치명적 위기에 놓여있었죠. 박정희는 이것을 극복한 것입니다."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이라는 '이익'이 인권탄압과 자유의 억압이라는 '손해'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공동체를 운영함에 있어 이익과 손해를 따져가며 +의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박에 없습니다. 그게 공동체의 본질이죠. 공리주의적 관점이 상당히 구시대적인 획일적 기준인 것 같지만, 사실상 여전히 오늘도 우리는 공동체를 꾸려가는데 있어 공리주의적 기준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5.16과 박정희의 권위주의적 정치.. 당연히 '잃은 것'이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개인의 기본권과 자유는 억압됐죠.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얻은게 많고, 그것을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기에 우리는 포용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정말 숭고하고 소중한 가치입니다. 지금 오늘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늘의 현실입니다. 1960년대의 현실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원치 않았던 식민지 시대를 겪고 전쟁으로 온 국토가 쑥대밭이 됐던 우리의 험난한 역사 앞에서 숙연해집시다. 그 시대를 어렵게 살아가며, 희생과 근면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음에 감사해합시다. 그게 진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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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는 박빠도 새누리당도 아닌 부동층의 입장에서
정봉주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 아니다" 발언 파문의 글을 읽은후 올려보는 글입니다
올바른 유권자라면 반드시 추측내지 억측에 기반한 무절제한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올려봅니다
섣부른 판단이나 오해로 인신공격적, 수준낮은 무논리적 주장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글 내용에서 볼수 있듯이 퍼온글의 작성시기는 지난시점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