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를 김대중이 사면했다?

십왕재판 작성일 13.01.08 12: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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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회고록에서 발췌합니다. 직접 손으로 썼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사면론 질타

9월 1일과 2일, 도하 언론에는 갑자기 여권이 전두환, 노태우씨를 추석 전에 사면할 것이라는 기사가 1면톱으로 크게 보도되었다. 9월 4일 나와 이회창씨의 주례 회동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2일 앞두고 이회창씨가 전, 노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버렸다. 당연히 여당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인 그의 말에 언론은 추석 전 사면을 기정사실화 해서 대서특필했다.

전두환, 노태우씨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이를 다음 정권에 넘길 생각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를 끝낸 뒤 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이 두 사람을 사면하겠다는 생각을 나는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

나는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발설하지 말 것을 전제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이런 입장을 미리 밝혀둔 바 있었다. 또 당 대표직을 맡은 이회창씨와 여러 차례 주례 회동을 할 때도 같은 이야기를 해준 바 있었다. 이회창씨 역시 내게 선거전 사면을 거론하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발상인 듯했지만, 이회창씨의 느닷없는 행동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을 풀어주는 것은 전혀 옳은 일이 아니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는 문민정부에 이어 또다시 민주주의에 입각한 정부를 탄생시킨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잡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그 때문에 나는 공명정대한 선거관리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이 두 사람을 사면할 경우 이번 선거의 올바른 의미가 크게 왜곡될 우려가 있었다. 득표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권 후보들은 소위 '기득권 정서'를 잡기 위해 앞다퉈 전두환, 노태우씨를 찾아갈 것이고 선거는 민주주의 선거가 아닌 전두환, 노태우의 선거로 변질될 것이 뻔했다. 또 선거가 끝난 후 이들이 공을 내세우며 다시 정치 전면에 진출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이렇듯 선거 전 사면은 우리 정치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 분명했다.

이회창씨 스스로 거론하지 않기로 나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더구나 사면권은 엄연히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고유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기정 사실로 언론에 보도케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매우 불쾌했다. 나는 즉각 청와대 대변인을 불러 '사면, 복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는 성명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2일 오후 이회창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춘천에 있는데 저녁에 서울에 도착하는 대로 나를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 9월 2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나는 관저에서 이회창을 만났다. 나는 크게 화를 냈다.

"이 회창 대표, 몰라도 이렇게 모릅니까, 사면을 해도 대통령인 내가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내가 사전에 충분히 설명까지 해주었는데 이럴 수가 있어요! 정신 좀 차리세요.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은 선거가 끝난 후 내 임기 중에 사면할 것이니 다시는 그 말을 꺼내지 마시오."

이회창씨는 크게 당황해서 다시는 이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호보교체론까지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인제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들을 추스르고 끌어안지는 못하고 이런 엉뚱한 발상을 해낸 이회창씨의 미숙한 정치적 판단력이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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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했다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데,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된 날짜는 1997년 12월로 이때는 김영삼이 대통령을 하고 있을 시기입니다. 김대중은 단지 개인적으로 전두환 노태우를 용서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을 뿐인데 이것이 어느 사이에 김대중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했다는 식으로 흘러가더군요. 이런식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임을 인식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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