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진짜로 마르크스 주의자를 만난 썰

십왕재판 작성일 13.01.21 20: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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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래 롯데백화점에서 일을 하는데, 주로 신입들이 들어오면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초반 2, 3일 정도? 막 새 직장에 와서 불안해하는 신입들이 백화점 일에 익숙해지고 정도 붙이도록 한다고 보시면 될것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온 친구가 저보다 나이가 두어살 많은데 키가 상당히 작습니다. 160 정도? 마른 체격에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게 불안해보입니다. 그래도 뭐 사람 다 똑같거니 하고 교육을 시킨 뒤 휴가를 (교육이 사실 어려운 일이기때문에 신입을 교육시키고 나면 꼭 2, 3일 정도의 휴가를 받습니다. 좋은일이죠 ^^;) 갔다왔는데 팀장이 고개를 살랑살랑 젓더군요.


무슨일인가 하고 알아봤더니 팀장이 그 신입의 조인트를 차고 다닌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몇번 같이 일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신입이 갑자기 자신이 존경하는 교수님이 계신데 그분 책이 재미있다면서 한권을 가져다줍니다. 마르크스 주의입니다.


이게 왠 단물 쓴물 다 빠진 마르크스 주의인가 하고 그냥 받기만 하고 던져놨습니다. 같이 일하는 날마다 자신이 시위를 한 이야기를 합니다. 차 위에 올라가서 이렇게 사람들을 부추겼네, 손은 이렇게 움직이고 노래는 이렇게 불러야 하네 하는 이야기를 막 합니다. 전경 방패 뺏는 법이랑 투석하는 법 (돌 던지는 법이라고 안하더군요. 꼭 투석이랍니다.) , 도망치거나 검거를 피하는 법을 막 강의합니다. 제가 이 소리를 왜 듣고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듣자하니 가관입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혹시 백화점 주변 시설이 부서진 곳이 있나 함 둘러보는데 사람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다가 기관총을 설치해서 다 쏴죽이고 싶다고 합니다. 누나는 스튜어디스로 전세계를 다니면서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군요. 그거 참 괜찮은 일이라고 했더니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제국주의에 물든 나쁜 x이라고 하더군요. 아이고. 머리가 아파집니다.


일을 제대로 하면 모르겠는데 매일 실수를 저질러서 팀장에게 조인트를 맞습니다. 오늘은 창고 열쇠를 잃어버려서 그거 수습하느라고 한참을 뛰어다녔네요. 팀장이 그래도 넌 성격이 좋으니까 저놈이랑 좀 어울리면서 가르쳐보라고 합니다. 덕분에 저 친구 상태가 심각해서 상대를 못하겠으니 근무를 같은날에 잡지 말아달라고 말하려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네요. 아직 군대도 안갔다왔다고 하던데, 일하면서 정말 여러 종류의 인간들을 만나보긴 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나이 든 직원들은 전부 그 신입을 안좋아합니다. 빨갱이중의 빨갱이라네요. 덕분에 중간에서 서로간의 불만 처리하느라 죽을 지경입니다. 일도 바빠 죽겠는데 이게 왠 봉변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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