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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도 "5.16은 불가피한 혁명" 평가했다
사상계 권두언 "국가의 진로를 바로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혁명"
"누란의 위기서 민족적 활로 타개하기위해 최후수단으로 일어난것"
김현 기자 (2012.09.15 10:39:15
유신을 포함한 과거사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타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고(故) 장준하 씨가 5·16 군사쿠데타 당시 ‘불가피한 혁명’이라고 평가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인 장 씨가 5·16 군사쿠데타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선 눈여겨볼 대목이다. 물론 장 씨는 5·16 쿠데타 이후엔 박정희 정권에 대해 강한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무기명이지만, 장 씨가 대부분 쓴 것으로 알려진 1961년 6월호 <사상계> 권두언 ‘5·16혁명과 민족의 진로’에서는 “일년 전 우리나라의 젊은 학도들은 그 꿈 많은 청춘을 바쳐 부패와 탐욕과 수탈과 부정에 도취한 이승만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사경에서 희생시켰었다”고 4·19 혁명에 대한 평으로 운을 뗐다.
장 씨는 이어 “정치생리와 정치적 행장과 사고방식에 있어서 자유당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 민주당은 혁명직후의 정치적 공백기를 기화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스스로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정권을 마치 전리품처럼 착각하고 혁명과업의 수행은커녕 추잡하고 비열한 파쟁과 이권운동에 몰두해 그 바쁘고 귀중한 시간을 부질없이 낭비해왔음은 우리들이 바로 며칠 전까지 목적해온 바”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는 동안 국민경제는 황폐화하고 대중의 물질생활은 더 한층 악화되고 사회적 부는 소수자의 수중으로만 집중했고, 그 결과로 절망, 사치, 퇴폐, 패배주의의 풍조가 이 강산을 풍미하고 있었으며 이를 틈타서 북한의 공산도당들은 내부적 혼란의 조성과 붕괴를 백방으로 획책해 왔다”고 비판했다.
장 씨는 특히 “절정에 달한 국정의 문란, 고질화한 부패, 마비상태에 빠진 사회적 기강 등 누란의 위기에서 민족적 활로를 타개하기 위해 최후수단으로 일어난 것이 다름 아닌 5.16 군사혁명”이라면서 “4.19 혁명이 입헌정치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주의혁명이었다면, 5.16 혁명은 부패와 무능과 무질서와 공산주의의 책동을 타파하고 국가의 진로를 바로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혁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따라서 5.16 혁명은 우리들이 육성하고 개화시켜야 할 민주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는 불행한 일이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위급한 민족적 현실에서 볼 때는 불가피(不可避)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 씨는 또 “혁명공약이 암암리에 천명하고 있듯이, 무능하고 고식적인 집권당과 정부가 수행하지 못한 4.19 혁명의 과업을 새로운 혁명세력이 수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5.16 혁명의 적극적 의의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따라서 이러한 의미에서는 5.16 혁명은 4.19 혁명의 부정이 아니라 그의 계승, 연장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5.16 군사혁명으로 우리들이, 과거의 방종, 무질서, 타성, 편의주의의 낡은 껍질에서 자기탈피하여 일체의 구악의 뿌리를 뽑고 새로운 민족적 활로를 개척할 계기는 마련된 것”고 밝혔다.
그는 “혁명정권은 지금 법질서의 존중, 강건한 생활기풍의 확립, 불량도당의 소탕, 부정축재자의 처리, 농어촌의 고리채정리, 국토건설사업 등에서 괄목할만한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누백년의 사회악과 퇴폐한 습성, 원시적 빈곤이 엉크러져 있는 이 어려운 조건 밑에서, 정치혁명 사회혁명 도덕혁명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는 혁명정권이 치밀한 과학적 계획과 불타는 실천력을 가지고 모든 과제를 해결해 나아갈 것을 간곡히 기대하는 동시에 동포들의 자각있는 지지를 다시금 요청해 마지않는 바”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혁명정부는 우리사회를 첩첩히 억매고 있는 악순환의 사슬을 대담하게 끊어야한다”면서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민정아닌 군정의 의미가 있는 것이요, 혁명의 가치가 평가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장 씨는 이 글에서 군부의 혁명과업 완수 후 권력의 조속한 민간이양을 주장했다.
그는 “이번의 군사혁명은, 단지 정치권력이 국민의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넘어갔다는데서 그친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것”이라며 “일체의 권력이 혁명정권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이에 만전의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본래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더욱이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함은 하나의 정치학적 법칙”이라고 전제한 뒤 “이러한 권력의 자기부식작용에 걸리지 않고 오늘의 청신한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시급히 혁명과업을 완수하고, 최단 시일 내에 참신하고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이양한 후 쾌히 그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는 엄숙한 혁명공약을 깨끗이, 군인답게 실천하는 길 이외의 방법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될 때, 국군의 위대한 공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사상에 영원히 빛날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의 군사혁명은 압정과 부패와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후진국국민들의 길잡이요, 모범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보성향의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달 24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장 씨의 5.16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대해 “장면 정권에 깊숙이 개입한 장준하였지만 극우반공주의자로서 학생과 혁신세력의 통일논의에 대해 가졌던 불안감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글쎄 난 쿠데타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장준하씨는 혁명이라고 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