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강영계라는 교수의 글에 빠져있어. 할아버지라고 해야하나? ㅋ 여튼 문체가 깔끔하고 설명도 참 명쾌하게 해주거든. 그래서 영감님이 쓴 글을 모두 읽어보고있는 중이야. 그 중에서 대한민국의 종교에 대해 짧게 언급한게 있더라구. 참 재미있기도 해서 한번 베껴 적어줄께.
철학의 오솔길,2012,해냄,p54~p57
우리나라의 역사적 현실에 대해 염세주의적 관점을 피력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나를 보고 사람들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염세적이라고들 해. 우리 사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임기응변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해 왔어.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우리 사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 무슨 말이냐고? 우리 사회에는 앞으로 절망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큰 희망도 없다는 말이야.
특정한 민족이나 나라의 존립 근거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 요소이고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종교적 신앙이라고 확신해, 중독 국가를 보면 잘 알 수 있어. 중동 국가의 주민은 거의 다 이슬람교도야. 그러나 주민의 90퍼센트에 달하는 소위 정통 이슬람교라고 하는 수니파 신도와 소수의 시아파 신도들 사이에 끊임없이 피비린내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란 인간이 만든 문화의 한 요소인데,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그것을 절대적으로 믿으면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을 적으로 여기고 정복해서 자신의 종교를 믿게 만드려는 의도는 분명히 지배욕의 결과야. 그런데도 대부분의 민족이나 국가는 특정 종교를 자신들의 가장 근원적인 존립 근거라고 확신하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유를 가지고 잘 살펴봐야 해. 특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심층 의식의 바탕인 종교를 구체적으로 철저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어. 우리나라는 순발력과 임기응변에 매우 강해. 지금 세계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수출강국이되어 있고, 다양한 문화의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순발력과 임기응변 덕분이야.
우리 사회는 순발력과 임기응변을 기초로, 모방력도 매우 강해. 의학이나 전자공학을 보면 잘 알 수 있지. 우리나라의 의학수준은 세계적이야. 특히 미용 성형 수술은 국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야. 그런데 해부학, 생리학, 신경학, 병리학 등 기초 의약 분야는 아주 약해,. 그리고 고가의 의료 기기는 거의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
전자공학 분야야말로 세계적으로 유명해. 반도체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등의 수출품은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런데 사정을 알고 보면 전자 통신 제품의 핵심 부속품은 수입에 의존한대, 반도체는 만드는데, 반도체를 만드는 기계의 핵심 부속 역시 수입해야 한다는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창의력과 자발성 그리고 비판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은 공연한 말이 아니야. 민족의 뿌리인 종교를 살펴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정신적 측면을 엿볼 수 있거든."
"내가 좀 끼어들께. 우리 사회는 어느 나라보다도 순발력과 적응 능력이 뛰어나. 또 임기응변에도 능하지. 물론 한없이 어리석고 무능했던 시기, 곧 일제 식민지 시기가 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야. 그런데 나는 일본을 몇 차례 구경하면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 일본의 기독교 신자 수는 전체 인구의 1퍼센트도 되지 않았어. 거의 모든 일본인들은 신사참배를 일종의 종교적 신앙으로 여기고 있는 거야. 신사참배는 간단히 말해서 조상 숭배와 샤머니즘과 불교의 종합이라고 볼 숭 있어.
바로 옆나라인 우리나라는 어떻지? 밤에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사방에서 환히 빛나는 교회와 성당의 십자가를 볼 숭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십자가들이 널려있다고.
불교가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의 종교는 원시 자연 종교의 일종인 샤머니즘이었어. 고구려 소수림왕 2년에 불교가 들어온 후 삼국시대와 고려 때까지 우리나라의 종교는 불교였어. 고려 때는 불교학으로 과거 시험까지 봤어. 고려 광종 때는 승과가 시행되었다고 해. 그러나 이성계가 명나라의 도움을 받아 조선을 세우고 명나라로부터 유교를 받아들였어. 이성계가 억불숭유정책을 쓰니 불교는 모두 도심으로부터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고 말았어.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윤리 도덕과 종교를 지배한 것은 유교였어.
그런데 조선 말기에 들어오면서부터 서양인 신부와 목사가 카톨리과 신교를 전도하기 시작했어. 815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기독교가 급속히, 그리고 널리 퍼지게 되었어. 21세기인 지금 우리 사회는 겉으로만 보면 완전히 기독교 국가야. 전국에 걸쳐서 교회마다 새벽 기도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아마도 우리나라가 유일할 거야."
"우리 민족을 배알도 없고 줏대도 없는 초라한 민족으로 너무 몰아붙이지 말게나. 다 이유가 있거든. 우선 자원이 없어. 게다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어. 현재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것도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일 거야.
무엇보다도 우리의 종교를 옳게 알기 위해서는 종교사회학적 연구가 필요해. 우리나라에서 종교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서 종교의 구조와 본질을 연구하면 왜 우리의 종교 현실에 일관성이 없는지. 그리고 특이하게도 샤머니즘에서 불교로, 또 불교에서 유교로, 그리고 유교에서 기독교로 정신의 뿌리인 종교가 옮아갈 수박에 없었는지도 밝혀질 거야."
참 재미난 대화지 않아? ㅋ 가만 보면 우리의 종교 사상의 가장 뿌리 깊게 박힌건 사실은 샤머니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ㅋㅋㅋ
책을 타이핑 했더니 힘드네 ㅋㅋㅋ 고생의 대가는 뭐다? 참치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