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이 폭동이다 라고 하는 주장을 가만 보면,
5.18이 위법적 폭력적 행위라는 것을 주장의 근거로 삼습니다.
그런식의 정의로는 이 세상의 모든 혁명은 폭동이 되겠죠. 기득권이 세워놓은 질서를 혁명으로 깨뜨리려면 기득권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세운 법을 어기고 기득권과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체제의 변혁을 위한 폭동 이외의 수단은 타협이겠지만, 타협이 거부된다면 남는 수단은 폭동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의된 폭동은 더 이상 무조건 부정적인 가치, 불의한 것으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5.18을 폭동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폭동을 정의해 놓은 후에, "폭동은 불의한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은연중에 도입하여 논리적 비약을 하게 됩니다.
결국 "5.18은 폭동이다" 라는 주장의 이면에 있는 그들의 결론적인 주장은,
"5.18은 불의한 행동이다"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서 그들의 정의에 의한 폭동이 어째서 불의한 것인지에 대한 논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폭동이란 단어를 "A"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즉 "이러이러한 행동은 A이다"
"5.18은 이러이러한 행동이므로 5.18은 A이다"까지는 성립하지만,
"5.18은 불의한 일이다"라고 주장하기
위해선
"당시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행동은 불의한 일이다" 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증명되지 않고도 논리가 성립한다면,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을 상대로 민주화운동을 일으켜도 그들의 논리대로 불의로운 폭동이 되고 해서는 안될 일이 되는 겁니다.
즉 그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적인 가치판단을 논증없이 그대로 적용시킨 오류를 범한 후에, 자신들의 진짜 주장을 직접 제시하지 않고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의존하여 인식시킴으로써 그 오류를 잘 숨기고 있습니다.
논점일탈의 오류라고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5.18이 불의한 일인가 정의로운 일인가를 논하는데, 5.18이 A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이니까요.
폭동이라고 써야 할 걸 굳이 A라고 쓴 이유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폭동과 5.18이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 정의한 폭동의 정의가 확실히 일치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폭동이라고 표현하면 이걸 듣는 사람은 기존의 폭동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가치판단을 저 사람들이 규정한 A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