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실험, 미완의 개혁

가자서 작성일 13.04.09 17: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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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실험, 미완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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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실험: 미완의 개혁

 

머리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은 20115월에 노무현 정부의 실험, 2003-2008’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책은 여기서 발표된 논문들을 모아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학술대회가 지향하는 목적은 비교적 명백하고 단순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지 3년이 되는 시점에서 이제는 참여정부가 시도했던 다양한 개혁정책에 대해 공정하면서도 냉철한 평가가 가능하고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런 논의를 하기에는 여건이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하였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 정책에 동조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에 의해서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있어 왔다. 그러한 평가가 평자가 진보진영에 속하느냐, 보수진영에 속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이념적 지향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이런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그것이 의도하고자 했던 바와 현실에서 실제로 실천되었던 구체적 양상을 학문적으로 분석하여 평가하고자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회고나 정치 시사적 평가를 담은 책은 그동안 비교적 많이 출판되었지만, 학문적 분석은 의외로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그러한 공백을 메꾸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지난 2-30년간 한국 사회가 겪어 온 변화의 큰 흐름 속에 놓여 있으며, 또한 그 변화를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와 의도를 반영한 정치적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과연 그러한 욕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였는지, 정책의 실천과정에서 어떤 굴곡과 좌절을 경험하였으며, 그 효력이 지속적으로 발휘되는 성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해 검토해보는 것이 현재의 시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실험에 대한 일방적인 단절과 부정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냉철한 평가가 한국 사회가 보다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전해나가는데 요긴한 지침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가 시도한 핵심적인 개혁정책을 포함해서, 이 시기에 중요한 정치적 쟁점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정책, 복지정책, 여성정책, 노동정책, 부동산정책, 재벌정책, 통일정책, 동북아정책, 언론정책, FTA정책, 4대 개혁입법과 같은 중요 정책들과 인터넷 정치, 시민운동과 같이 이 시기에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로 부상한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이들 주제들은 현재의 상황과 매우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여전히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성공과 실패라는 단순한 잣대에 의해서 구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순적이고 다층적이며 복잡한 요인과 힘이 상호작용하는 역사적 현실로 규명되었을 때 보다 흥미롭고 생동감 있는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한국 사회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연속과 단절을 동시에 내포한 한 변곡점이었으며, 그 자체가 그 이후의 연속과 단절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새롭게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그러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기꺼이 참여해주시고 귀중한 옥고를 써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주제와 필자의 선정을 책임지셨던 강원택 교수와 장덕진 교수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이 책의 출판에 선뜻 동의해주시고, 좋은 책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한울 출판사 김종수 대표와 이원기 기획실장께 특별한 인사를 전한다.

 

20115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원장

오명석

 

 

 

서문

 

한국 정치사에서 노무현의 시대는 특별했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그 이전까지의 한국 정치와 비교되는 매우 이채로운현상이 많이 나타났다.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험의 과정이었다고 평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그가 제시한 변화의 방향과 목표는 분명했다.

 

우선 그의 정치적 등장 과정부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극적인 것이었다. 그의 정치적 부상(浮上)은 무엇보다 정치적 변화에 대한 높은 기대를 의미했다. 시기적으로 노무현의 등장은 소위 ‘3김 시대의 종식과 맞물려 있다. 지역주의에 저항해 온 바보 노무현이야말로 3김의 정치적 퇴장과 함께 예상되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임자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정치적 이력은 이전의 정치 지도자들과 비교하면 일천한 것이었고 더욱이 그는 정치적 계파의 수장도 아니었다. 제도권 정치에서 비주류였던 그는 새천년민주당의 국민 참여 경선 과정을 통해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한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내며 후보로 선출되었다. 근본적인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외부자 노무현에게 부여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사모)’과 같이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보지 못했던 자발적인 지지자들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노사모가 상징하듯이 노무현의 시대는 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가 활발했고, 노 대통령 스스로도 인터넷을 통한 참여를 강조했다. 과거 한국 정치가 금품과 연고에 의한 조직 동원에 의존했다면 노무현 시대는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에 기초한 기존 정당 구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은 탈지역주의를 주창한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이어졌다. 노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으로 위기를 맞게 되었지만 또 다시 대중적 지지에 힘입어 이 위기를 넘기고, 열린우리당은 제 1 당으로 부상하면서 개혁의 기회를 마련했다. 또한 검사와의 대화나 강금실 장관 기용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권위적인 권력 기관의 내적 변화를 추구했고, 사법 개혁을 추진했다. 그 동안 모든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온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 등 이른바 권력 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선 자금 수사를 통해 그간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불법 자금 모금의 방식과 규모가 드러났고 이는 정치관계법의 개정으로 이어졌으며 선거 문화를 크게 바꿔놓았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이전 정부에 비해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공공 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었고,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행정복합도시의 추진으로 이어져 갔다. 이처럼 노무현 시대에는 변화와 개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시기에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거나 혼란을 불러오는 일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선거 운동 기간 중에 반미가 뭐가 나쁘냐고 할 만큼 대미 관계의 변화를 시사했지만 한미 FTA를 추진한 것은 바로 노 대통령이었다. 한미 간 오랜 쟁점이었던 주한미군 기지 이전, 주둔군 지위협정 (SOFA) 문제도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합의되었다.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도 수용했다. 국내정치적으로도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트렸고,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은 여야 어느 쪽에 의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전 대통령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노 대통령의 탈권위적 화법이나 태도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노무현 시대는 이전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한국 정치의 틀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적어도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의 시대는 시민적 자유와 참여가 가장 활발했으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높았던 시기였다. 정치개혁에 대한 만족감 역시 높았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실험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일단 정치적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노무현의 정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그가 임기 마치기 전 해체되었고, 2007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는 손쉬운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그 시기와 달리 많은 것이 변화되었고, 지역주의는 여전히 정당 지지의 핵심적 요소로 남아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시대는 어느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그 속에 담겨져 있다. 개혁의 결과가 의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정치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여망에서 출발하여 그러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 시도된 다양한 실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이는 또한 한국 사회가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해결해야 할 미완의 과제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유산은 그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면서 더욱 극적으로 우리에게 남겨지게 되었다. 시간적으로 조금 더 그의 시대로부터 벗어나게 되면서 이제 차분한 태도로 그의 시대에 추구되었던 개혁과 변화의 실험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일은 미래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의 논의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강원택.장덕진

 

 

 

 

차례

 

Preface - 오명석

서론 - 강원택 장덕진

 

1: 정치

1장 참여민주주의와 정당정치: 제도화의 실패와 정당재편의 좌절: 강원택

24대 개혁입법의 실패와 개혁 동력의 상실: 장덕진

3장 정치개혁: 유러피언 드림, 아메리칸 로드? 최태욱

 

2: 경제 정책

4FTA 정책: 미래를 위한 필연의 선택?: 김석우

5재벌 개혁의 내용과 성과: 김진방

6장 부동산 정책: 포위된 부동산 혁명? 요란한 해프닝?: 김용창

 

 

3: 노동과 사회정책

7장 참여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성과와 한계: 강현수

8장 복지 개혁: 복지국가 이상과 발전주의 유산 사이에서: 구인회

9여성정책의 제도화를 통해 본 참여정부의 실험성: 국가 페미니즘의 경험: 김은실

10장 사회통합적 노동 개혁, 진보의 좌절과 현실 타협: 이병훈

 

4: 북한과 동북아시아

11장 동북아 외교.안보 정책: 동북아 균형자론을 중심으로: 이근

12장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 평가와 쟁점: 김근식

 

5: 미디어와 시민사회

13장 정치적 설득의 실패: 노무현 정부의 언론 정책과 개혁적 정부의 과제: 이준웅

14장 인터넷 정치: 참여 활성화와 규제의 패러독스: 류석진.송경재

152000년대 한국 시민사회의 분절과 분산: 신진욱

[출처: 노무현 정부의 실험(강원택.장덕진.최태욱.김석우.김진방.김용창.강현수.구인회.김은실.이병훈.이근.김근식.이준웅.류석진.송경재.신진욱), 2011/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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