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4050, 박 정부 경고등 켜지다

가자서 작성일 13.08.14 16: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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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4050, 박 정부 경고등 켜지다    [늙은도령님 글]

 

 

십만 촛불의 함성에는 꿈적도 않던 박근혜 대통령이 세법개정안을 발표한지 사흘만에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정말 LTE-A급 같은 광속의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민심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음에 틀림없는데 대체 무엇이 박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 이번 세법개정안의 최대 피해자

 

이번에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최대피해자는 고소득층이 아니라 4050세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소득층이란 세액공제축소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는다. 연봉이 1억5천만 넘어도 세액공제축소로 받는 타격이란 연간 15~20일 정도의 소비를 줄이면 그만이다. 그들에겐 350일이란 시간이 남아 있다, 넘치도록.

 

 

헌데 4050세대는 다르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묘하게 유리지갑을 털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원천징수만큼 편하고 해당 세대의 저항도 적기 때문이다. 넥타이를 맨 4050세대의 특징이 좀처럼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삶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며 정치로 이익을 볼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은 그들도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중산층의 개념을 너무나 확대했다. 그렇다보니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으며, 은퇴 이후의 삶에 커다란 두려움이 있는 이들로서도 그냥 침묵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만한 사안이 되지 않는다. 넥타이를 매면 영혼도 종속되기 일쑤인데 이것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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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랬는데 우리를 물 먹여ㅡ국민일보에서 인용

 

▲ 또래의 여성들 민심도 심상치 않다

 

4050세대 중 상당수가 맞벌이 부부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학비를 대려면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또래의 남성보다 높았던 이들도 이번 세법개정안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남편과 자신의 연봉을 합하니 이건 빼도 박도 못할 지경이다. 회사가 뒤숭숭하다.

 

 

부부의 침상 얘기가 달라졌다. 이들은 지친 몸을 누인 채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재벌과 대기업, 1%에 대한 증세 등이 빠진 것에 대해서 성토한다. 주말, 아이들과의 밥상머리에서도 세법개정안에 대한 불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스마트폰 덜 써라, 용돈을 줄이겠다, 넌 공부도 안하고 맨 날 아이돌 타령이냐,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자식들도 죽을 맛이다.

 

 

삐삐삐삐삑!!!! 음향 처리할 수밖에 없는 두 명의 대통령 이름과 육두문자가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뻔했다. 촛불집회에 친구들도 데려가야지!!!!

 

 

▲ 촛불이 눈에 들어오다

 

자식들 생각을 읽었을까, 촛불집회에 사람들 많이 나오냐? 부모가 물었다. 방송3사 뉴스를 보면 한심한 야당의 장외투쟁만 나올 뿐, 촛불은 보이지 않는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 더위에? 민주주의가 밥 먹여줘? 뭐 이런 생각이었는데, 촛불집회에 가끔씩 참석하는 것 같은 자식들에게 촛불집회의 참석 인원수에 대해서 물었다. 자식에게서 돌아오는 참석자 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충격적이었다. 경찰 추산에 비하면 너무나 차이가 크고, 조중동의 보도에 따르면 광우병사태의 그 사람들만 참여한다고 했는데 실상은 달랐다. 자식들이 스마트폰으로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이 더위에? 게다가 지금은 휴가가 피크인 때 아닌가! 도대체 방송3사는 뭐하는 놈들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뉴스 화면에 한 번 안 잡아주고!!!

 

 

KBS기자들 취재 거부당했데요, 자식의 말에 마침내 4050세대들의 눈에도 촛불이 들어왔다. 온갖 화려한 공약과 약속을 지키는 후보에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여서 표를 주기는 했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잠시 생각해보니 후보시절의 공약 중에 제대로 실천된 것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초원 복집 사건의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유신이라면 지금도 신물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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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열아, 시대가 우리에게 다시 넥타이를 풀라고 한다ㅡ경향신문 사진캡쳐

                                                       

▲ 어디 넥타이 한 번 풀어봐?

 

우리가 누구인가? 삼촌팬이기 앞서 우리는 넥타이부대였다. 보수적 성향이 지독히 강한 대한민국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을 대통령의 자리로 올린 주역들 아닌가? 산업화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우리와 노동자들이 가장 밑바닥에서 미친 듯이 일하고도 적은 월급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게다가 자식들 교육시키고 부모님 모시느라 노후 준비는 거의 제로 상태다.

 

 

이런 날이 다시 오겠냐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넥타이를 풀어야 할 것 같았다. 까짓것 못 풀 이유도 없다. 상시구조조정의 압박과 상사의 실적타령에 시달리느라 스트레스도 극에 달했다. 온갖 압박과 시련에도 정말 바보처럼 일만 했다. 풀자, 한 번만 더 풀자.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는 우리 4050세대가 사회의 중추다. 이참에 그것을 확실히 보여주자.

 

 

▲ 박 정부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다

 

이번 세법개정안 때문에 4050세대들이 하나둘씩 돌아서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선거의 결과를 좌우했던 세대들이다. 그리고 이 땅의 말없는 실질적 중추세력들이다. 그들이 돌아선다면, 그 동안 참고 따랐던 구조적 부정의에 대해서 자신들의 책임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되돌릴 수 없는 거대한 역풍이 정권의 안위도 위협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에 심각할 정도로 거대한 빨간색 경고등이 켜졌다. 그 동안 빨간색으로 수없이 우려먹었었는데 이제는 정권을 향해 수없이 번쩍이는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이것 때문에 박 대통령이 서둘러 세법개정안 재검토를 주문했고 여론의 향배에 처음으로 꼬리를 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4050세대들이 넥타이를 풀기 전에 막아야 했을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막는다 해도,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행시킨다 해도, 새누리당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야당이 아무리 장외투쟁을 이어간다고 해도, 촛불을 아무리 많이 들었다 해도 방송3사가 철저히 외면하고 왜곡해주었기 때문에 꿈적도 하지 않았다.

 

 

헌데 4050세대가 넥타이를 푸는 날이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이 몰아칠 것이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도, 새누리당, 보수 세력도 이것을 감지했고 그래서 두려웠던 것이다. 정권의 안위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는 경고등이 너무나 붉게 켜졌으니 당장 4050세대들부터 달래야 한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세법개정안 전면 재검토를 발 빠르게 들고 나왔다.

 

 

허면, 다음은? 방송3사는 끝까지 촛불을 외면할 모양인데, 세법개정안 전면재검토 그 다음은? 여러분이라면 그 다음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저들이 잠시 내준 칼자루를 다시 회수하겠다고 하니, 어떻게 하면 반쯤 풀린 4050세대들이 넥타이를 완전히 풀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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