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rfa.org/korean/weekly_program/joosungha/co-sh-07192013135132.html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말에 중국이 동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던 자국 어선들에게 북한에 들어가지 말라는 아주 시원한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발단은 올해 들어 북한이 중국 어선에 필요한 연료를 자기들이 직접 공급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은 “안 된다”고 거절한 뒤 조업 전면 중단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노동자들 갖고 장난치니까 한국에서 열 받아서 5월에 공단 한국 근로자들 다 철수시킨 것이나 비슷한 일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중국이 열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북한에서 쓰는 연료는 대부분이 중국에서 원조 성격으로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들여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불쌍해서 준 휘발유와 디젤유를 다시 중국 어선에 비싸게 팔아먹겠다니 누가 기분 나쁘지 않겠습니까. 중국의 한 텔레비전 방송은 ‘깡패행위’라는 표현까지 쓰더군요. 요즘 가뜩이나 북한이 중국의 경고도 무시하고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도 해서 중국이 아주 기분 나빠 죽을 맛인데, 자기가 준 연료로 장난치겠다고 하니 아예 어선들을 전부 빼버린 것입니다.
중국 어선을 철수한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가 이런 생각도 드시죠. 알고 보면 사실 대단한 일 맞습니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 수역에서 작업하는 대가로 지금까지 1척당 25만 위안, 즉 4만 달러가 넘는 돈을 북한 당국에 주었습니다. 2004년에 중국원양어업협회와 북한공동어업협회가 민간 어업협정을 체결한 뒤 동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 숫자는 2011년 1299척에서 지난해엔 1439척으로 늘어나는 등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1500척이 4만 달러씩 냈다고 하면 해마다 6000만 달러를 북한 당국이 챙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더구나 이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공짜 목돈입니다.
개성공단하고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는데,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96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이 돈을 벌기 위해서 북한은 땅을 내줬지 근로자 5만3000명을 일시키지, 거기에 체제에 남조선물이 흘러들어오는 것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동해 어업권은요, 도장 하나 뚝 찍어주면 중국 어선들이 알아서 와서 고기를 잡아가고, 개성공단 수익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돈을 바칩니다. 어차피 북한 당국의 입장에선 바다에서 이 나라 저 나라 왔다 갔다 하는 고기를 기름이 없어서 잡지도 못하는 판인데 중국이 알아서 와서 잡고 돈을 주겠다니 대동강물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처럼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욕심을 정도껏 부려야 하는데, 중국에서 공짜로 받은 기름을 중국에 다시 팔겠다면서, 봉이 김선달에서 강도 김선달, 깡패 김선달로 변신하니 중국이 화가 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난달 28일자로 중국 농업부가 각 성?시에 긴급 통지문을 보내 올해 동해 북한 수역에서의 원양어업을 잠정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은 정말 큰일이 났죠. 생각해보십시오. 북한에서 그나마 달러를 벌어들일 곳이 개성하고 어업권, 그리고 몰래 팔아먹는 무기와 마약, 위조지폐 같은 것입니다. 마약과 위조지폐, 무기 판매는 미국의 제재로 점점 판로가 막히는데다 이젠 소문이 다 나서 점점 감시망이 좁혀 들어 정말 돈 뽑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합법적으로 벌던 돈이 개성하고 어업권인데, 1년에 1억5000만 달러 넘게 버는 것입니다. 5년 전에 중단된 금강산 관광까지 포함하면 2008년에 비해 2억 달러 가까운 생돈이 허공에 사라진 것입니다.
북한이 1년 동안 무역을 해서 2억 벌기 힘든데, 이렇게 큰 돈이 사라지니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중국이 지난달 28일 자국 어선을 올해 보내지 않겠다고 하자 북에서 이달 4일 남쪽에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을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5, 6월만 해도 남쪽하고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제 풀에 기세등등해 있더니 중국까지 저렇게 나오자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지난 주말에 한국 기업들이 개성에 갔는데 얼마나 잘해주고, 꼭 다시 시작하자고 매달리는지, 그걸 보면 정말 급하긴 급하구나 이런 생각이 그냥 듭니다. 사람이 돈이 주머니에 꾸준히 들어올 때는 그 돈이 내 생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들어오던 돈이 뚝 끊겨서 안 들어오면 그건 애초에 돈이 없기보다 훨씬 못하고, 더 괴로운 법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어선들은 다시는 동해로 영영 가지 말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7월부터 10월까지 동해에서 낙지발이에 매달려 사는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대략 추산해도 최소한 몇 백 만 명이 낙지발이에 1년의 생계를 매달고 삽니다. 그런데 바다에 나가면 어떻습니까. 저 자신도 낙지잡이 많이 나가봐서 너무 잘 알지만 낙지철엔 사실 불이 밝은 배가 왕입니다. 북한 어선들은 쪽배에 카바이드 등잔을 켜놓고 낙지를 잡는 반면, 중국 배들이 수백 촉짜리 전구 수백 개를 매달고 바다를 훤히 밝히면서 낙지를 싹쓸이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온밤 홀림 낚시를 팔 빠지도록 흔들면서 1마리 2마리씩 잡아 올릴 때 중국 어선들은 아예 그물로 몇 톤씩 싹쓸이해 북한 어부들의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이제 중국 어선들이 빠지면 북한 어선들의 낙지 생산량이 늘겠죠. 여러분들 올 여름엔 낙지 좀 잡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개인들이 잡는 낙지는 북한 정부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낙지잡이에 나선 여러분들 주머니를 직접적으로 채워주기 때문에 저는 중국 어선들이 바다에서 사라지길 소원합니다. 북한 정부가 욕심 탓에 오랜만에 백성들 좋은 일을 했습니다. 중국 배가 없어졌다면 올해는 한번 의욕적으로 동해의 낙지잡이에 매달려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