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제순항 크루즈 선상에서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선상카지노법'을 이번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정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그런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근 '도박'을 알콜, 마약, 게임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 해당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이 같은 입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가 발표한 '9월 정기국회 6대 실천과제 및 126개 중점법안' 자료에 따르면 당 정책위는 '기업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11개 중점법안 가운데 김재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크루즈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포함시켰다.
정책위는 자료에서 해당 법안의 주요내용을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 및 자금지원 등'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상은 '크루즈 선상 카지노 허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법안은 국제순항 크루즈에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기준과 절차는 크루즈의 특성을 감안해 해양수산부장관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허가 주체를 문광부 장관에서 해수부 장관으로 바꾼 것이다. 문광부는 선상 카지노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추진 의지가 있는 해수부에 허가권을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문광부는 최근 해수부에 '카지노 허가권을 넘겨 줄 수 없으며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했고, 해수부가 이를 받아들여 협의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국회 입장에서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안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김 의원은 이 법안의 제안이유를 "크루즈 산업을 포함한 관광 레저 산업 육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주요 정책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도박을 조장해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뜻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도 문광부가 카지노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 출입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도박 조장'이라는 시민사회와 야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문광부가 카지노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갖고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도의 자살률이 타 시도보다 훨씬 많은 이유는 도박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내외국민을 막론하고 땀 흘리지 않은 수익을 노리는 도박을 방치하는 나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당이 중점법안으로 '선상카지노법'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 의원실 관계자는 "당에서는 (법안 처리를) 빨리 하려는 것이지,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입장까지 정해진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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