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추종하면서 이승만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가장 이해가 가지 않네요.

벌써 10년도 전에 뉴스에서 박정희 특집도 다루면서 나온 거지만, 현재의 이승만에 대한 온갖 최악의 인식을 가장 구체적으로 정리한 정권이 박정희 정권입니다.(한 예로 친일파를 숙청하지 않은 문제로 이승만을 가장 심하게 깠던 정권이 박정희 정권이죠.)

애초에 박정희 정권처럼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세력이 자신의 권력에 대한 정당성을 갖추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전 정부의 악행을 부각시켜서 최대한 악당으로 만드는 일인데, 아시다시피 장면 내각은 성립된지 2년도 채 안되서 뭔가 하기도 전에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날아갔기 때문에 까려고 해도 뭐 깔 게 없습니다. 기간도 짧고 한 것도 없으니 도저히 쿠데타 정권의 정당성을 보조해 줄 만한 악행 자체가 나올 새도 없었던 거죠.

그러나 장면 정권 이전의 이승만 정권은? 이건 뭐.. 양파와도 마찬가지라 까도 까도 깔 게 넘치죠. 그래서 박정희 정권에서 정말 신나게 깠습니다. 독립운동 기간 동안 이승만이 한 거 없다고 제일 먼저 가열차게 깐 것도 박정희 정권이고...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정권도 박정희 정권이고... 반민특위 문제로 이승만 정권을 깐 것도 박정희 정권입니다.(이런 식으로 스리 슬쩍 친일 관련해서 물타기한 면이 있지만, 이건 딱히 박정희 추종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 박정희 정권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승만 정권도 같이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단 말이죠? 이 사람들은 박정희 정권이 이승만 정권을 까서 얻은 정통성을 부정하는 걸까요, 아니면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 경제를 살린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대통령이었지만, 이승만에 대한 태도만은 잘못했다'고 '비판적인' 분석을 하는 부류인 걸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