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문제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제 의사 파업 또는 휴업을 맞이하여 수가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불필요한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단 수가란?
대략적으로 의료체계를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체계입니다. 국민들이 모두 강제 가입되어 있고 세금처럼 떼어가다보니 세금인 줄 알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험' 입니다. 즉, 가입자인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하고 공급자인 의사도 강제로 가입되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영국은 공급자인 의사가 공무원이고 의대학비와 관련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여 운영하고 의료비가 세금의 일부로써 집행되니 '보험'이 아니고 이를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라고 부릅니다. 미국은 '보험'이 맞지만 우리나라와 다른점은 여러개의 민간보험 중 한개를 임의로 택해서 가입하고 의사도 그 중 하나와 계약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보험'의 성격을 띄고 있으면서 국민들이 강제적으로 모두 가입되고 의사들도 모두 강제적으로 가입되는 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며 이를 강제지정제 또는 당연지정제라고 합니다.(제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습니다)
따라서 '보험' 이므로 다른 보험과 유사하게 국민건강보험의 기준(보험사의 약관과 유사하다)에 따라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항목이 정해져 있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항목도 있습니다. 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항목을 급여라 하고 지급하지 않는 항목을 비급여라고 합니다.(비급여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넘어가겠습니다) 수가라고 이야기할 때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급여항목에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보험금 +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이야기합니다. 즉, 수가 이야기에서는 비급여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수가 =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보험금 + 환자의 본인부담금
(보통 수가를 정하고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그 수가의 10 ~ 30%로 정율로 정해집니다)
의사가 받는 돈 =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보험금 + 환자의 본인부담금 + 환자가 내는 비급여항목의 비용
= 수가 + 비급여
환자가 내는 돈 = 환자의 본인 부담금 + 환자가 내는 비급여항목의 비용
= 수가 중 일정 % (10 ~ 30%) + 비급여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미용성형의 경우 대부분이 비급여입니다. 따라서 일부 미용성형을 하는 의사들이 많이 버는 것과 적정 수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많은 비용성형의사들은 수가를 전혀 받지 않기도 합니다.(보험진료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가를 올리는 것과 비용성형의사들이 많이 버는 것은 아무 관련이 없고 의료보험료와는 더더욱이 관련이 없습니다.
문제는 의사가 받는 돈인 수가 + 비급여 중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보니 (정부에서 용역 준 연구에서 원가의 73%로 나왔었습니다. 의사협회에서 용역준 연구가 아닙니다. 사실 낮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마이너스입니다.) 비급여 진료를 늘리고 3분진료로 보는 환자수를 엄청하게 늘린것입니다. 리베이트로 보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아예 비급여진료만을 보려고 본인의 전공과 관계없는 미용성형시장으로 진출했습니다. 게다가 비용성형 분야가 아니더라도 병에 걸렸을 때 급여가 되지 않는 항목(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항목)이 많다보니 본인부담금이 아무리 낮아봐야 비급여를 잔뜩내면 전체진료비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병일수록 그 정도가 심해서 중병에 걸려서 치료하면 가계가 휘청거릴정도인데 의사들은 수가가 낮다고 하니 이해가 안될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국민 1인당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기준 6.9% vs 9.6%) 중병에 걸렸을 경우 재난적 의료비지출 비용은 최고 수준입니다.(보장성이 매우 낮습니다)
물론 수가가 원가 이하인데 왜 3분 진료로 진료하는 환자수를 늘리면 손해가 아니라 수익이 늘어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수가의 원가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르지만(위 연구의 결과도 그 방법이 적절했냐는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원가를 계산한다는게 쉽지 않나봅니다) 인건비가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직원으로(의사, 간호사, 각종 의료기사들, 사무직) 많은 환자를 볼 수록 환자 한명당 인건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환자수를 무한대로 늘리면 환자 한명당 투입되는 인건비는 제로로 수렴하는 것이지요. 또한 그 중에 비급여 진료를 하게되는 환자의 절대수도 늘어납니다. 검사 기계를 놀리지 않고 계속 돌릴 수 있다면 기계 구입비용을 더 빠르게 환수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적정수가가 되지 않으면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3분 진료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항상 수가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가를 정상화하고 비급여항목들을 역시 적절한 수가로 급여화하면 오히려 중병에 걸린 환자들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가를 정상화하고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전체 보험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의료보험료를 올리든, 다른데서 아끼든, 세금에서 보조하든, 경증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늘리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참고로 이번에 정부에서 들고나온 영리자법인 설립 법안은 부족한 수가로 인한 손해를 비급여로도 충당하지 말고 아예 의료가 아닌 다른 장사(건강보조식품, 화장품, 등등)로 충당하라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의사들이 원가 이하의 수가를 피해 거대한 비급여 시장인 미용성형으로 이동했고 흉부외과나 분만을 하는 의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근데 이제는 다른 의사들도 장사해서 돈벌면서 보험진료는 덤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대략적인 설명입니다.
우리나라의 체계가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이라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고 한계에 왔다는 것도 대부분 인정합니다. 어떻게 바꿀것인가가 문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