빕스가 퍼온 일베 게시물- '왜 세월호사건만 추모하나?'에 대해 한 마디 함.

외로운 둘리 작성일 14.05.18 00:13:40
댓글 1조회 860추천 8

요 밑에 빕스가 일베에서 당당히 퍼온 '사람의 죽음에도 등급이 있나?' (http://fun.jjang0u.com/articles/view?db=352&no=49696)라는 글을 보고 한마디 하려고 쓴다.

 

 이 글의 요지는 한마디로, '과거에도 유사(해보이는)하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사고들이 있었는데, 이번 세월호 사건만 가지고 국민적인 추모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 '추모를 강요받는 것 같아서' 불쾌하'고,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즉 좌파의 선동따위로 비정상으로 흘러간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인 듯)이다.

 

 1. 일단, 대구 지하철 가스사고와  이 사건의 차이는 '미성년자 학생들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미성년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호를 해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일이며, 모든 사회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훨씬 보호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납치 범죄라도 미성년자를 납치했을 경우 '유괴'라는 명칭으로 따로 부르며, 형법상 특별범죄 가중처벌법에 의해 성인의 납치 범죄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을 매긴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미성년자는 성인과 달리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에서 보호하고 키워줘야 한다는 합의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의는 평균연령이 어려서 사회생활을 잘 모르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자들의 비율이 높은 일베 같은곳에서는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위에 형법의 예 처럼 암묵적인 것도 아니고 명시적으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그렇게 되어있다.

 

따라서 이런 어린 학생들이 200명 이상 떼죽음 당했다는 것에 사회적으로 훨씬 큰 충격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경우 그 대상이 고등학생들로,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애지중지하면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키워낸, 조금만 있으면 성인이 되어 우리 사회로 진출할 그러한 아깝기 그지없는 꽃다운 나이의 청춘들이다.

백번 양보해서 일베가 좋아하는 물질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이들이 고등학생이 될때까지 각 가정과 사회가 투자한 사랑과 관심, 공교육, 사교육비 같은 '비용'이, 그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인으로 일익을 담당하기 직전에 모두 헛일이 되어버린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2. 물론 빕스가 예로든 다른 사건들의 경우, 아무리 스스로를 보호할 여력이 있는 성인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죽음이 추모 받지 말아야할것이냐 하면 절대 아니다. 당연히 슬픈일이고 추모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월드컵 축제기간동안 일어난 군사 충돌의 경우, 미처 사회적으로 널리 퍼지고 인식이 되기 전에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의 승승장구가 계속 진행되었던 시점이었고 이미 축제에 한창 돌입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순식간에 반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참작해야한다.

게다가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군사충돌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던 (바로 몇년전에 교전끝에 상대국의 군함을 침몰시켜 수십명을 수장시키기 까지 했던) 분쟁지역에 파견된 군인이라면, 이미 인명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고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떠나는 미성년자 학생들이 그런 각오를 하고 떠났겠나?

물론 젊은 군인들의 죽음도 슬픈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가 안된 어린 학생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어른들의 말만 믿고 순진하게 배안에서 기다리다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니 그 슬픔과 충격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또한 이번 사고의 특성상 서해바다라는 최악의 구조환경 때문에 1명도 못 구했다는 참혹함과 그로인해 무기력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더욱 슬픔을 가중시켰다. 다른 대형 사고의 경우 무너진 잔해 속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4. 그런데 빕스의 게시물 속 사건들의 예 속에 어째서 김영삼 정부때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와 '성수대교 붕괴'사건 같은것이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진다. 노무현 시절의 지하철 참사, 김대중 시절의 서해교전을 예로 드는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김영삼 시절의 대형 사고 역시 노무현 당시의 대형사고와 국민적 반응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세월호 처럼 전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까지는 가지 않았었다.

 

빕스의 게시물이 말하고자 하는 것 중에 노무현과 김대중 당시의 사건의 예를 든 것은, 이런 심리같다.

 

즉 '현재 세월호 사건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정부를 비판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 것이 못마땅한데, 그러고 보니 노무현과 김대중 시절에 일어난 대형 사고에서는 반정부 집회까지는 가지 않았었구나! 그러니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와 정부(나아가서 박근혜)에 대한 비판의 분위기는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

이런 심리 말이다.

 

하지만 같은 새누리당인 김영삼 정권 시절에 일어난 대형 사고에서 일어난 반응은 노무현 시절의 지하철 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전에 노태우때 있었던 서해페리호 사건도 마찬가지 였다.

 

즉 빕스가 예로 든 사건들은 결국 일베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경우 -  대형사고가 났는데 그때 정부가 민주당이었고, 지금보다 정부 비판이 덜 했던 분위기인 경우'만 골라서 제시해놓고,

'이걸 봐라. 민주당에서 대통령할때에는 지금처럼 추모를 강요하지도 않았고, 정부 비판으로 가지도 않았다.'라고 주장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자당 시절의 김영삼 정권의 대형사고때에도 비슷했었고, 노태우때의 서해페리호 사건때에도 그랬었다.

 

따라서 빕스의 게시물은 그 주장의 논거 자체가 이미 편향된 사례만 모아서 제시된 것이므로, 논지 자체의 타당성이 함량 미달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외로운 둘리의 최근 게시물

정치·경제·사회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