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자호 선상에서 '후쿠시마의 교훈' 한국판 보고서 발표회 열려
1년 가량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을 조사했던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한국판 보고서를 내고 "지역 방사능 방재계획이 낙후됐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안전점검을 위해 53개 원전 가동을 중단했는데, 한국은 오히려 원전 확대 정책을 유지한다며 비판했다.그린피스는 26일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하고 있는 '에스페란자호'에서 <후쿠시마의 교훈(Lessons from Fukushima)> 한국판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26주년이 되는 날이다.
▲ 체르노빌 원전사고 26주년인 26일 그린피스는 부산에 정박중인 에스페란자호에서 ‘후쿠시마의 교훈(Lessons from Fukushima)’ 보고서의 국제판, 한국판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그린피스의 에너지 전문 캠페이너이자 후쿠시마 현지에서 직접 방사능 조사팀을 이끈 얀 반데 푸트(Jan Vande Putte)씨.ⓒ 윤성효관련사진보기
▲ 그린피스의 선박인 에스페란자호.ⓒ 윤성효관련사진보기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나흘 뒤 일본을 방문해 해상 등에 대한 오염 조사를 벌였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의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국제판으로 냈는데, 이날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국판을 별도로 낸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린피스의 에너지 전문 캠페이너이자 후쿠시마 현지에서 직접 방사능 조사팀을 이끈 얀 반데 푸트(Jan Vande Putte)씨, 서형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김준한 반핵부산시민대책위 공동대표(신부) 등이 참석했다.
얀 반데 푸트 "후쿠시마 원전보다 고리가 더 위험"
반데 푸트씨는 "보고서는 원자력에너지가 태생적으로 안전하지 않으며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사고의 원인은 자연재해가 아닌, 일본정부와 규제기관 그리고 원전산업의 실패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밝혔다.
그는 "원전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면서 "방사능은 바람의 영향이 크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주민을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동시켜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피해를 막는 데 실패했다.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원자력안전기구는 일본 정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모범적으로 대처했다고 했지만, 실제는 일본 상황과 모순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 체르노빌 원전사고 26주년인 26일 그린피스는 부산에 정박중인 에스페란자호에서 ‘후쿠시마의 교훈(Lessons from Fukushima)’ 보고서의 국제판, 한국판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그린피스의 에너지 전문 캠페이너이자 후쿠시마 현지에서 직접 방사능 조사팀을 이끈 얀 반데 푸트(Jan Vande Putte)씨가 설명하는 모습.ⓒ 윤성효관련사진보기
▲ 체르노빌 원전사고 26주년인 26일 그린피스는 부산에 정박중인 에스페란자호에서 ‘후쿠시마의 교훈(Lessons from Fukushima)’ 보고서의 국제판, 한국판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성효관련사진보기
그린피스는 고리원자력발전소도 관찰했다. 반데 푸트씨는 "25일 고리원전 지역을 찾아 전망대에 올라 살펴보았다. 원자로 하나에서 사고가 나면 그 옆에 고준위핵폐기물저장소가 있으면 연속적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폐기물 저장소가 가깝게 붙어 있고, 큰 규모다. 사고가 나면 후쿠시마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금 한국 정부는 '신고리' 지역에 2개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되면 12개 원전이 한 지역에 있게 되는 셈이다. 이는 세계에서 최고로 많이 한 곳에 집중하는 셈이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곳이 없다"며 "한 지역에 원전이 밀집해 있으면, 위험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우려했다.
반데 푸트씨는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고리지역에서 일어난다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방사능 방재계획 부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후쿠시마의 교훈> 한국판을 통해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부산과 인접한 고리원전의 방사능 방재계획의 부실함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원자력 발전소 비상구역 권고 기준'을 보면, 예방적보호조치구역은 3~5km,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은 5~30km, 음식제한계획구역은 300km로 해놓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3개 구역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비상계획구역은 3~10km로 해서 관리한다. 그런데 프랑스와 핀란드, 벨기에, 헝가리 등 나라들은 3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서형림씨는 "방사능 누출은 예상대로 되는 게 아니다. 비상계획구역은 현실적 피해를 계산해서 대응조치를 세워야 한다. 한국의 8~10km는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모든 원전에서 30km 안에 거주하는 인구는 404만 명(2010년 기준)이다. 월성원전 30km 안에는 127만 명, 고리원전 30km 안에는 341만 명이 거주한다.
▲ 체르노빌 원전사고 26주년인 26일 그린피스는 부산에 정박중인 에스페란자호에서 ‘후쿠시마의 교훈(Lessons from Fukushima)’ 보고서의 국제판, 한국판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왼쪽은 그린피스의 에너지 전문 캠페이너이자 후쿠시마 현지에서 직접 방사능 조사팀을 이끈 얀 반데 푸트(Jan Vande Putte)씨이고, 가운데는 서형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오른쪽은 김준한 반핵부산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윤성효관련사진보기
서형림씨는 "원전지역 인구밀집도(반경 30km)를 보면, 1위가 파키스탄으로 800만명, 2위가 대만으로 470만명이며 한국은 3위다. 파키스탄은 원전이 1기이며 그것도 연구용이고, 대만은 2기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밀집도에서 세계 1위다"고 말했다.
그는 "고리원전에서 만약에 사고가 나면 300만 명이 한꺼번에 이동해야 하는데, 사회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동이 지연된다면 방호물품 확보가 필요한데, 전국에 확보해 놓은 '갑상선 방호약품'은 18만 명 분량 정도이고, 오는 10월이면 66만명으로 확대한다고 한다"면서 "원전 반경 30km 안에 거주하는 인구가 404만명인데,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원전사고에 노출된 인구가 1/19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의 경우, 10km 안에 거주하는 주민한테는 약국을 통해 사전에 배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약을 받아가지 않으면 우편으로 배송한다. 룩셈부르크는 국민 전체한테 배포하고, 스위스는 20km 안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한테 배포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고리지역에 방제물품이 2만2000개 확보됐다고 한다. 그 속에는 방호복과 방호마스크도 포함돼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방재물품을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자치단체가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준한 신부는 "원자력 산업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가장 독선적이고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고리1호기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고가 129건에 달할 만큼 낙후된 원전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폐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일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에서 '희망에너지' 투어를 벌이고 있으며, 27일 삼척을 찾는다.
▲ 체르노빌 원전사고 26주년인 26일 그린피스는 부산에 정박중인 에스페란자호에서 ‘후쿠시마의 교훈(Lessons from Fukushima)’ 보고서의 국제판, 한국판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25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