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수단체 대신 작성하고 유료 배포 자금 지원... 검찰, 관련 사실 파악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애국주의연대 등 보수단체 보도자료의 작성 및 배포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깊숙이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다. 국정원의 도움을 얻어 작성된 보도자료는 민간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통해 유통됐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 사용된 자금의 흐름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렇게 배포된 보도자료를 매개로 보수인터넷 매체에 기사 생산을 주문했으며, 그렇게 생산된 기사를 다시 아고라 등 포털과 오늘의 유머 등 커뮤니티, 트위터를 통해 조직적으로 확산시켰다(관련기사 : 국정원, 트위터 확산 넘어 기사까지 '주문 생산').
이는 보도자료→기사→SNS에 걸친 정보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국정원이 조정했다는 의미로, 작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여론 조작에서 촉발된 국정원 사건이 트위터를 넘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조짐이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압력에도 힘들게 트위터 121만 건까지 밀어붙였던 수사팀은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도 수사 확대를 망설이는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트위터를 공소장에 올리는데도 그 난리가 났는데, 지휘부가 이것을 승인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보도자료 배포 10건에 36만 원... 검찰 "국정원 자금 사용"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애국주의연대 등 보수단체의 보도자료는 사실상 국정원이 대신 작성했다. 이렇게 작성된 보도자료를 민간 업체에서 운영하는 유료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통해 전국에 배포했다. 배포 비용은 10건당 36만3000원인데, 검찰은 이 자금이 국정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2005년 5월 14일부터 2013년 11월 22일까지 보도자료 216건을 이 서비스를 통해 배포했다.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는 기업 및 단체가 작성한 보도자료를 언론사와 포털뉴스, 증권사 등에 일괄적으로 뿌려주는 유료 홍보 서비스다. 최근에는 포털 검색과 SNS에도 노출시킨다.
배포된 보도자료를 매개로 국정원은 평소 관리해 오던 보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기사 및 사설 생산을 주문·청탁 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간부의 이메일에서 '인터넷 매체 관리 대상 명단'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는 대표적인 보수 인터넷 매체를 비롯해 지역신문과 보수 성향 인터넷 카페 30여 곳이 올라있다. 이메일에는 해당 매체 기자나 간부들에게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도록 민간인 조력자에게 지시한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입맛에 맞게 주문 생산된 기사나 사설은 다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에 의해 인터넷 공간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심리전단 2팀은 다음 아고라 등 포털 사이트에 퍼날랐고, 3팀은 오늘의 유머, 뽐뿌, 일베 등 커뮤니티를 담당했다. 가장 규모가 큰 5팀은 수백개의 직접 또는 봇(bot) 계정을 통해 동시에 수백 수천 건씩 RT했다.
수사팀은 위와 같은 흐름의 국정원 여론조작 전모를 심리전단 요원들에 대한 거주지 및 이메일 압수수색, 핸드폰 추적 등 강압수사를 통해 상당부분 파악한 상태다.
[해설] 점점 드러나는 전모... 정보의 생산-배포 전 과정을 조정한 국정원
점차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여론 조작 흐름을 보면 국정원은 3차에 걸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의 확산을 도모했음을 알 수 있다.
1차 확산은 사실상 국정원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보수단체 이름으로 민간 배포 서비스를 통해 배포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기본적인 포털 검색 등은 가능하다. 2차 확산은 이 자료를 기반으로 공식적인 '언론 기사'의 외피를 씌우는 것이다. 내용이 똑같더라도 '보도자료'와 '기사'는 느낌이 다르다. 3차 확산은 심리전단 2·3·5 팀 직원들이 직접 투입돼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추천·반대 클릭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트위터 봇 계정을 활용하는 등 각 서비스 특성에 맞는 맞춤 전략을 구사했다.
실제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애국주의연대 명의의 보도자료가 글자 하나 바뀌지 않고 일부 보수 인터넷 매체에 버젓이 기사로 실린 경우가 여런 건 있었다. 지난달 14일 '애국주의연대, 국정원 해체 반대 & 종북촛불 규탄 기자회견 개최'라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는데, 같은 날 <업코리아>를 통해 그대로 기사로 바뀌었다. 또 지난 8월 27일 '국정원 댓글사건 증거조작 책임지고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하라!' 보도자료 역시 <뉴스타운>을 통해 기사로 변신했다.
주목할 점은 1차 확산과 2차 확산, 3차 확산을 따로따로 떼놓고 보면 그리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정원측은 "기소된 게시글의 상당 부분은 언론사의 기사나 사설을 가져왔을 뿐"이라는 입장인데, 이는 3차만 따로 떼놓고 봤을 때 이야기다. 또한 2차만 놓고 보면 언론사가 보도자료를 기사화 했을 뿐이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그대로 옮겨진 부분은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자질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1차의 경우에도 외형적으로 보수단체가 유료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보도자료 작성부터 SNS 확산까지 모든 과정의 처음과 끝에는 항상 국정원이 있다. 또한 그 중요한 마디마다 국정원은 은밀하게 개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댓글이나 트위터에만 매몰된 경향이 있는데 보다 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보의 생성 및 배포의 구조에 대해서 국정원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전체 과정을 자신들이 컨트롤 하려고 했던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애국주의연대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 직접 한다"
최용호 애국주의연대 대표는 보도자료의 작성과 배포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최 대표는 "시민단체가 국정원을 만나면 시민단체로서 끝"이라며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 서비스 등록을 자신들이 직접 한다고 밝혔다. 그는 등록 비용에 대해 "카페 온라인 후원자들과 공개적인 모금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없이 상근자는 최 대표 혼자인 이 단체의 올해 후원금 내역은, 공지된 내역에 의하면 1~3월 합계 57만 원이었다가 지난 달에는 184만 원으로 나오는 등 들쭉날쭉하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29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