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8일 동조단식에 돌입한 양지혜(사진 왼쪽) 학생과 김한률 학생. ⓒ프레시안(최형락)
다음은 양지혜 학생이 단식을 시작하며 발표한 글 전문이다. <편집자>
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1.단식을 시작하며 밥을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함께 사는 일일 것입니다. 유가족 분들이 단식을 시작하신 7월 14일 이후, 광화문 광장에는 동조단식을 하는 시민들이 모이고 있고, 전국적으로 동조단식자가 2만명이 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같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35일이 되는 날입니다. 저는 세월호가 가라앉던 4월 16일을 잊지 못합니다. 눈앞에서 수백 명이 수장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충격, 사람보다 경제적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절망과 무력감…….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켠이 허물어지고 가라앉는 것 같았습니다.
세월호 이후,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 매주 토요일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에 참여하며 세월호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청소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하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많이 듣는 청소년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일고여덟 시간 동안 거리를 걸으며 희생자 분들을 추모하는 일은 고된 일이었지만 동시에 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타인의 슬픔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은 흔치 않으니까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은 저에게 인간성의 복원이었습니다.
저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하고 나의 하루를 영위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40일이 넘도록 곡기를 끊으신 상태이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가족들의 움직임은 청운동 주민센터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또다시 우리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4월 16일처럼 무력하게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건설해야 합니다.
단식이라는 건, 누군가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지 않겠다는 양심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말라는, 같이 먹고 함께 살자는 공존의 외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오 씨의 단식을 지지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저는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외치려 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죽이지 말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2.열여덟 고등학생이 단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우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가는 일입니다. 저는 우리가 교실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시경쟁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이다지도 많은 학생들은 각자의 고립되고 맙니다. 때때로 우리가 기계화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보다 이윤을 중요시하는 이 사회는 우리에게 인간이 될 것이 아닌 상품이 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죽음의 체제에 저항하고, 사람을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고립된 책상 속에서 벗어나 공존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아픔에 함께 싸워야 합니다. 저는 제안합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은 청소년들은 8월 30일 5시 광화문으로 나옵시다. 거리로 나와, 우리가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보여줍시다.
저는 때때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소년입니다. 그러나 제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배웠던 것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함이었습니다. 핸드폰에 성호의 사진을 묻은 채, 이제 성호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울먹이는 성호 아버님의 모습을 보며, 저는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정말로 사람의 목숨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책상 밖으로 나와 주세요. 거리로 나와 사람을 이야기 하고, 사람에 연대해주세요.
저는 토요일 5시 광화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