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말을 낮춥니다.........)
이번 투표의 결과는 정말 묘하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일단 민생을 조져놓고, 둘째로 그들이 판 함정에 스스로 들어갔기 때문이며, 셋째 힘의 분산이 절묘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20대가 불이 붙었다.
어찌 됐든 이런 분석을 넘어서, 현재는 온 사방이 희망의 분위기다. 그리고 그 희망의 분위기에 응답하듯, 몇 개의 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정치권의 반응이 있고, 그래서 국정교과서도 그렇고 세월호도 그렇고 해결해야 될 일들이, 정당하게 돌아가야 될 일들이 모두 그렇게 돌아갈 것이라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분위기다.
거기에 찬물을 좀 끼얹어 볼까.
아무리 희망을 가진다 해도, 이번 국회가 이 사회의 가장 핵심에 있는 근간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틀, 혹은 그 어떤 관련 법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전과 마찬가지 꼴의 쳇바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 핵심의 근간 문제는 '커넥션'이다.
'커넥션'의 핵심에 있는 대강의 요소들을 생각나는 대로 짚어보면, 새누리당, 국정원, 거대언론, 법조계(은퇴포함). 대기업, 각 행정부 주무부처, 은행 및 금융계. 이들은 '이권'이라는 요소 아래 똘똘 뭉쳐 있었고, 자신들의 커넥션이 이권을 쫒느라 생기는 허물을 덮어주는 데에 충실하게 기능한다. 개인적으로, 국회가 바뀐들 정권이 바뀐들 희망이 없다고 보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그 기능이, 빈틈이 생겼다.
이들 커넥션의 수장이 청와대일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만빵한 생각이다. 그들에겐 청와대의 주인 정도는 멍청할수록 좋다. 똑똑한 사람들 들어섰다가 자신들의 '이권의 영역'에서 눈치를 봤던 지난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똘똘 뭉쳐 왔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런 연유로 멍청한 것들을 밀어주고 근 10년을 땡겨왔다.
IMF때 반성하자며 흘려대던 문구가 뭐더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것이다. 있는 것들끼리 배짱 튀기기와 일본 돈을 눈먼 돈이라 생각하며 빌려쓰다 엔약세와 환란에 하루하루 빚 갚기 급급하고 재경부와 한은은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지들이 옳다고 세싸움질을 해댄 결과가 IMF 사태인데, 그런 슬로건을 내걸면서 순진한 사람들이 금을 모으게 만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정작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것들은, 이런 고약한 습성을 가지고 커넥션을 이루고 있던 놈들이다.
대선까지는 어떻게 잘 넘겨왔다. 종편도 들어섰고, 이것도 저것도 지들 편하게 지랄질을 쳐대고 해쳐먹었다. 국회 따위는 사실 새누리당 없어도 큰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새누리당이 많이 있으면 좋았다. 자신의 '이권 영역'과 '허물 덮기'에 불리한 법이 들어서는 걸 그 바보들이 막아주면 되니까. 새누리당이 없어도 된다고 한 이유는, 국회란 어차피 자중지란에 빠져 허우적대고 대처가 늦는 기관이라는 근간의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근데 그것마저 여대가 됐거든. 이제부터 탄탄대로거든. 아니, 근거없어도 그냥 탄탄대로처럼 보이거든.
그래서 빈틈이 생긴거다.
이런 빈틈이 생겼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종편에 멘붕이 왔다고 하는 정청래 의원의 발언 덕이다. 사실 종편 정도는 그냥 선전선동 도구에 따까리 수준이었다. 따까리 수준들은 사령탑이 없으면 방향을 잃는다. 그런데 지금 멘붕이 왔다고 하는 건, 그 방향을 일시적으로나마 상실했다는 것이다. 더이상 자신들의 방향이 탄탄대로일 거라고 확신을 못하는 거다. 그러니까 일단은 청와대부터 깐다. 그게 가장 편하거든. 멍청하니까, 까도 어차피 자기네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 그래서 페이크라고 지멋대로 생각하게끔 냅두고, 일단 까면서 살짝 색깔 바꾸는 거거든.
자, 그런데,
이런 일시적인 틈이 언제까지 갈 것 같은가?
이 커넥션이 가장 활발했던 때,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의 시절을 생각해 본다. 그놈들이 똘똘 뭉친 건,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필요한 모든 건 다 이용했다. 어버이연합, 탈북자들, 엄마부대, 경우회, 그 밖의 기타 입만보수 단체들까지도. 원래의 커넥션에 밑재료로 쓴 그들이 마치 나치스 때의 SA, 그 돌격대의 역사 마냥 토사구팽식으로 두들겨 맞고 해체수준까지 가고 있다는 것이, 과연 순진하게도, 국회의 공기가 바뀌어서 그런 거라고 믿을 수 있을까? 파고 또 파면 다들 똑같이 커넥션에 줄대고픈 흑심이 시꺼먼 놈들의 공기가 달라졌다고 해서?
이번 국회가 제대로 똑똑하게 기능을 수행하려면, 그 안에 있는 자들의 의지가 정말로 제대로 되어 있다면,
이런 일시적인 틈이, 자신들의 이권 영역 위험신호를 자각하고, 정신 차려서 재정비하기 전에,
두들겨 부술 기틀을 마련하고 거기에 동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법들이 상정되어 통과되고,
커넥션의 와해가 뿌리깊게 이루어져, 커넥션에 뒤봐주는 따위 생각했다간 3대가 절멸이라는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만.
이 국회는 제대로 일했다는 입지에 비로소 설 수 있다.
하루 아침도 안바란다. 제발 좀 어설픈 법들 빈틈만이라도 메꿔주라. 그게 사실 기틀이 되는 부분이니까.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는 안철수가 제일 불안한 요소라는 생각도 든다.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고 생각했던 놈도 배신하고 변절하고 등에 칼꼽고 나서 헛소리하는게 정치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를 자라. 신선하긴 해도 불안요소인건 마찬가지이다.)
P.S 그런데 지금 또 큰 문제가 떡 버티고 있다. 아마도 그동안 잘 써먹던 SA들을 내준건 이걸 가리기 위함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가리고 싶은 상황은 바로 대우해양조선을 비롯한 부실기업들의 공적자금 투여 부분에 있을 것이다. 대우해양조선의 잘못이라고 죄다 떠넘기고 있지만, 그 뿌리는 2011년, 이명박 때부터 내려왔다. 옥시도 상당히 구린내가 나는 상황인데, 그걸 이리 가리고 저리 덮어서 여기까지 왔다가 느닷없이 전임자 카드 하나 꺼내서 다 꺼진 재의 불씨에 부채질을 해대는 형국이다. 왜 그러고 있는 거지?
이쯤부터 이프놀이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러나, 확실히 조사해둬야 할 것은
2011년 부터 지금까지 해양플랜트를 진척하면서 이뤄져 온 경영과 회계의 문제들이다.
이 커넥션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슨 지랄을 해댔을지 모르기에.
IMF때도, 은행들이 도대체 일본에서 어디까지 돈을 빌려서 어디까지 지랄을 치고 있었는지
재경부 놈들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