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남역 사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여성혐오가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쳐 일어난 사고라고 봅니다. 왜 여성혐오가 집단적으로 일어날까. 라는 생각을 이래저래 해보게 되었습니다.
전 여성혐오가 심리적 방어기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으로부터의 방어냐. 전통적인 남성상이라는 가치관에 따른 자기평가로부터의 방어입니다.
전통적인 남성상에서는 남성에게 여성을 보살피고 부양해야된다는 의무를 부여합니다. 그런 가치관에 따르자면, 남자라면 당연히 여자를 부양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남자는 무능한 남자가 됩니다.
이 가치관은 전통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에 의해 우리의 의식에 알게 모르게 지속적으로 주입되어서 이 가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우리에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전통적인 가치대로 따르는 삶이 타당한 삶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사상이 널리 퍼져있으며, 과거처럼 농경이나 수렵 같은 남성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또는 오히려 남성보다 우수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경제력이 거의 대등해 짐에 따라 남성이 보살피고 부양해야할 필요가 있는 여성이 줄었으며, 반대로 생각하면, 남성이 여성을 보살피고 부양하기 위해선 여성보다 우월한 경제력을 지녀야 하는데, 그 가져야 할 우월한 경제력의 수준이 일반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요즘 드라마에 왜 남자 주인공이 재벌인 경우가 그렇게 많은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자주인공을 보살피고 보호해주려면 여자주인공보다 강해야 되는데, 여자주인공은 평범한 현대여성이고, 그 평범한 현대여성의 경제적 능력은 일반인 남성과는 거의 대등하므로.)
그렇게 된 상황에서도, 남성들에게 주입된 전통적인 남성상에 따른 가치관은 여전히 남성들의 의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특히, 아직 경제적 기반이 약하고 동 연령대 여성에 비해 특별히 경제적으로 나을 바가 없는(오히려 군 문제로 인해 동 연령대 여성에 비해 취업도 늦어져서 더 약할 수도 있죠) 젊은층의 경우에는, 이 가치관에 그대로 따르게 되면 그들은 여성을 부양하고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여성보다 약한 경제력을 지닌, 무능한 남성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주입되어서 의식 깊숙히 자리잡은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관에 자신이 따르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시된 것이 바로 혐오스런 여성상입니다.
이런 혐오스러운 여성을 보호하고 부양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거부한다 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전통적인 남성성이 요구하는 바를 매우 쉽고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성들의 십중 팔구가 나쁜 여성이라면 여성을 보호하고 부양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여성혐오가 인터넷 상에서, 특히 젊은 남자들에게 확산되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 자작 막장드라마를 제작하고, 그 막장 드라마 속의 여성은 남자에 대한 배려가 없고 이기적이고 물질을 숭상하는 혐오스러운 여성상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머릿속에 혐오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죠. 전통적인 남성적 가치관의 강요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이번경우나 유영철 같은 경우처럼 정신질환자를 만나게 되면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겠죠. 보통 사람의 방어기제와 정신질환자의 방어기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을테니까.
한편으로 혐오스런 여성상이 설득력을 가지게 된 데에는 반대편의 전통적인 여성상의 작용도 있습니다.
앞에 쓴 것처럼, 여성의 능력이 남성과 별 차이 없거나 오히려 경제력에서 앞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여성상에 따라 남자에게 보호받고 기대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여자는 상대 남자에게 자신보다 우월한 상류층의 경제력을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례들이 인터넷에서 자주 나오면서, 혐오스런 여성상의 설득력을 높이는 데에 한 몫 했겠죠.
간단히 정리하자면, 여성혐오 현상은, 사회시스템은 남녀 평등을 이뤄가고 있는데 아직 전통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이 사회구성원의 의식속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