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다나까로 하겠습니다......
이전의 잡스런 칼럼과는 달리, 조금 덜 흥분한 상태로 써보려 합니다......-_-;;;
서론
구의역 사건으로 꽃다운 젊은이가 죽은 가슴아픈 사건 이후, 사태의 방향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대부분의 언론은 박원순의 책임론을 들먹인다. 수긍은 간다. 박원순은 '서울메트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메트로를 감독할 책임이 부여되어 있는 사람이고, 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거기에 은성PSD에 관한 문제와 서울메트로 내부의 엉망진창인 문제들까지 폭발하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전부 박원순의 책임이다.
그렇다. '겉으로만 봐서는' 이다.
박원순 스스로도 인정한, 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부분에 있어서, 세 가지 쟁점이 있다.
그러나 그에 관해 언론들은 사실상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입다물기가 의도적인 것이든 의도적이지 않은 것이든, 사실 이 세 가지 쟁점은 박원순의 책임론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 중 두 가지의 부분은
2011년 12월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 은성PSD의 구조가 가능했던 배경
첫째는 은성PSD 같은 회사가 설립되던 배경이다.
서울 지하철 노조는 오세훈 시장 시절, 단협을 체결했다. 그 단협의 내용에는 정년연장을 하지 않는대신, 민간위탁계약의 부분에서 정년퇴임자들을 승계해서 받아주겠다는 이야기가 타결되어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박원순이 시장 취임 중의 공약도 그렇고 움직임이 서울시 공공기업의 비정규직들 정규직화였다. 그러면서 일단 민간위탁업체들의 재계약을 보류하라는 공문이 나왔다.
이런 움직임을 서울 지하철 노조가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이 단협에서 얻어낸 정년이후 보장의 길이 막히는 수순이 되기 때문이었다. 12월에 있던 협상의 면에서 결국 박원순의 입장은 진퇴양난에 선다.
은성같은 회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그리고 거기에 전 메트로 소속이 그렇게 많을 수 있었던 건, 노조의 단협 문제에서 노조가 양보하지 않았던 탓이다. 박원순은 시장이 된 이상 이것을 승계해야 할 책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장 한 지 1개월, 지하철 노조의 양보없음, 자신이 했던 약속들의 갈등. 고충은 충분히 이해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12월 10일의 첫 협상에서 그는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마는 꼴이 된다.
그렇다. 이것은 그들이 그렇게도 씹는 재미를 버리지 않는 귀족노조 선상의 문제가 뒷배경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것을 얘기하지 않는다.
(은성PSD 설립일자가 2011년 8월 31일, 박원순 시장업무 개시일자가 10월 27일인데도 이 정확한 시간을 말하지 않고 둘다 2011년으로 뭉뚱그려 기사를 쓰는 마술은 덤중의 덤이다.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것처럼 보여줌으로서 연결성을 암시해 보려는 수작질은 대체로 인지편향을 알면 넘어가지 못한다)
관련기사 :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99002
단협이행 촉구가 비정규직 해고로? 미디어 오늘 , 2011년 12월 7일
2. 은성PSD의 정밀한 계약시점 (날짜)
둘째는 논란이 되는 은성PSD 4배계약의 시점이다.
역시 2011년 12월의 문제인데, 이것은 날짜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왜냐하면, 당시 서울 메트로 내부의 책임소재가 이를 통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박원순이 단협을 승계해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는 면죄부가 주어질 때,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계약을 4배나 높은 용역비용으로 심사하고 결재한 것, 그리고 그 정보를 보이고 결재한 것은 명백히 서울 메트로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사실상 법령에서도 이 부분은 시장 별도의 승인이 필요 없는 사업이다. 이후 사업보고에서도 적당히 둘러대면 될 일.
그런데 모든 언론마다 시점을 2011년 12월로만 표현할 뿐 정확한 날짜를 추적하지 않고 있다.
2011년 12월 10일 저녁 11시에 서울시 지하철 공사와의 노사협상타결이 끝난 직후, 이틀이 지난 12일 김익환 전 사장은 사의를 밝힌다. 2010년 오세훈 시장이 임명했고, 전 기아차 부회장직을 지낸 김익환 사장은 메트로의 자율경영권을 지켜낼 전문경영인으로 추대받았지만 실상 수많은 간섭에 시달렸다는 게 사의의 뒷배경에 대한 중평이다. 그리고 사표 수리는 14일 경에 처리 되며, 이후 직무는 이무영 기획경영관리본부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넘어간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날짜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14일 이후에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이무영 직무대행의 책임이다. 그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김익환 전 사장의 책임 소재다. 이 둘 다가 아니라면,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자의 누군가가 결재권의 공백에 빠져있던 상황에 일처리를 제멋대로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파악을 사실상 해줘야 하는 역할은 언론이다. 그런데 그런 역할의 언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3. 서울메트로에 대한 서울시장의 권한 한계의 정확한 지점들.
이 두 가지의 쟁점과는 다른 방향의 부분이 세 번째 쟁점이다.
도대체, 서울시장의, 서울메트로에 대한 감독권한은, '정확하게' 어디까지인가?
이것은 처음에도 얘기했던 '서울 메트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와도 관련이 있다.
http://www.law.go.kr/ordinInfoP.do?ordinSeq=551885
서울메트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www.law.go.kr/법령/지방공기업법/(13633,20151229)
지방공기업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살펴보면 알겠지만, 법령에는 그저 '감독한다', 라고 나와있는데, 정확히 어느 영역을 어떻게 감독하고 제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권한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임이나 연임의 문제도 오로지 실적과 그 실적을 평가한 심사회의 의견에 따라서만 할 수 있다. 시장에게는 직접적인 권한이란, 결과적으로 시장이 경영 관련 정보를 검사하겠다는데 이에 불응할 시 사장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
즉, 법령만 가지고는 정확한 서울시장의 권한과 실무의 처리 자체의 현황을 알기는 묘연하다는 것.
그렇다면 현재까지의 박원순의 행보만 가지고 일단 최소한도의 유추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언론들이 그렇게 욕하려고 기를 쓰는 '낙하산' 인사가 나온다. 그렇다면 일단은 임명권만으로 서울메트로의 감독, 즉 자체적인 해결을 바랬다는 얘기 이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다. 그렇기에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임도 유추할 수 있다.
그 '낙하산' 인사라는 어감은 사실 언론들이 보수를 표방하는 기득체제권의 형태적인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보통 낙하산 인사라고 표현하는 그 행태 속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의미 속에 금권이나 일신적 안녕의 문제는 클지언정, 행정적인 계획의 의미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박원순의 서울메트로 인사에는 그런 부정적 인식과 달리, 사실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이었다.
이 부분을 서울 지하철공사 노조는 통합이 되었을 때의 어떤 구체적인 실효성이 얘기되지 않고 자꾸 통합하면 좋다고만 한다면서, 구체적인 부분을 시급히 잡아내라는 요구의 문서를 작성했다. 브리핑을 해달라는 이야긴데, 사실 브리핑의 문제보다 상식적인 행정력과 운영의 낭비의 선에서만 보아도 이 통합의 문제는 일견 정당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 진행은 조율의 이야기이며, 취임 때부터 전문적이지 않다고 욕먹다가 결국 최근 사퇴한 이정원 전 메트로 사장은 사실상 이 통합과정의 실패가 직접적 사퇴원인이라는 것도 정설로 굳고 있다. 그를 포함해 '박원순의 라인'이라는 사람들도 거의 이 목표를 위해 포진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IMF때의 기획재정부 강경식 부총리, 개혁제일론자의 자기오류 같은 악몽이 떠오르는가? 그러나 2014년 12월경에도 이 얘기는 꾸준히 진행되어 오고 있던 이야기였고, 노조와 시민단체의 의견도 수용하며 꽤 희망적으로 조율해 나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관련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1353
서울지하철 통합이유가...박근혜, 제대로 한방 먹었다, 오마이뉴스, 2014년 12월 11일
꽤 오래 잘 가고 있던 것인데도 불구하고 엎어진 건 결국 2016년 3월경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노조측 조합원 투표를 통해서였다. 이정원 전 사장의 퇴임사에서 집단지성이 주제가 된 건 그래서 상당히 의미심장해진다.
즉, 박원순이 무슨 빳다 휘두르는 대기업 회장마냥 뭔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공기업을 흔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그의 방법 수순에서는 가장 해볼만한 일을 해왔다는 것 정도가 중평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동안 적자폭이 커져가고 있는 지하철 사업을 위해서 해볼 수 있는 걸 해보려 했다는 것 정도다.
그런데 자꾸 빳다 휘두르는 대기업 회장마마님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회장님이니까 빳다 휘두를 수 있었는데 못했다고 난리를 친다. 빳다 휘두르는 회장님이니까 낙하산도 앉히고 그런거 아냐? 하면서. 혹은, 좀 더 나아가서, 박원순이 뭔가 붙어서 돈받아쳐먹고 있는거 아녀? 라는 상상의 나래까지도 어떻게든 줄을 닿게 해보려는 뉘앙스를 팍팍팍팍!!!!!!!
이런 망나니 널뛰기 같은 짓보다는 서울시청 관련부서를 비롯해 그가 동원할 수 있는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였는지를 정확히 짚어 그의 책임론을 물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후의 문제에서 개선의 여지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박원순 시장님 개인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굴뚝같다.
근데 트위터는 길게 못쓰더라 젠장.....할배는 SNS가 시러요!!!!
흠흠......어쨌든 (정색)
이걸 해줘야 하는 언론들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결론
이 세 가지 쟁점의 정보는 정말로 갈증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그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그저 겉보기만으로 박원순 책임으로만 하면 기사 쓰기도 편한데다, 귀족노조라는 이미지의 맛있는 먹이감을 버릴 정도로 박원순에게 집착하려는 기류가 있다. 제 할일들을 언론이 안하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사람이 죽은 뒤에 썩은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제할일들을 안하는 언론은, 역시 개일 뿐이다.
그래, 뭐 개들의 개짓거리가 어제 오늘 일이었던가. 하기사 더 심한 때에도 더 잣같은 짓거리만 해댔지. 아는 사람은 알고 가면서 선비질이나 해주면 될 일이고.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살짝 전쟁을 선포한 상태라는게 또 흥미로워진다.
어제 자로, 이제 더 이상 메트로 전직의 고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관련기사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606141752001&code=940100&med_id=khan
박원순 시장,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 고용승계 안한다, 경향신문, 2016.6.14
이것은 명백히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인데, 사실 노조 입장에서는 할 말도 없는게 수순이다.
단협 승계 해줬지, 잘하라고 했지, 그런데 스스로들 개판치고 앉았지, 작년말 감사원엔 존나게 까였지, 비정규직 차별하는 것들이 오히려 노조소속 퇴임자들이지, 그런 주제에 지하철공사 통합도 조합원 투표로 엎었지.
박원순 시장도 사실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안전관련 인원확충은 해줘야 하는데 막상 인력 늘리면 중앙정부한테 실적으로 팽당하지, 어떻게든 재정효율은 얻어야지, 여러 모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
(그러니까 사람으로서 이 기회를 이용해 서울메트로 덩치를 늘리려는 생각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비난의 논리는 사실 앞뒤 모르는 선동적 개소리에 불과하다.)
그래도
강용석과 떨마니들을 그렇게 집요하게 작살낸 그 사람이 이만큼 친절하게 호구 잡혀줬으면,
그 다음엔 뭔가 있을 것도 같다는 기대감이 들기는 한다.....헐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