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여성성 강요에 대한 의견(토니몬타나님의 글에 대한 의견입니다.)

lecard 작성일 16.07.29 03: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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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토니몬타나님의 글을 정독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 점에 대한 사과와, 제 글의 졸렬함에도 불구하고 정성들여 의견을 주신 점에 대한 감사를 먼저 표합니다.

 

많은 부분은 제가 몰랐던 부분에 대한 각성을 주었고, 몇몇 부분은 제가 간과하던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의견은 남성성/여성성 강요는 궁극적으로 남성 여성 모두에 대한 강요이자 억압이며, 가능성과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하면...... 남성성 강요는 어떻게 보면 권력지향적이자 타인의 복종을 요구하는 성격을 강요하는 겁니다.

그래서 남성은 끊임없이 서열을 확인하고,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복종을 강요하죠.

 

그런데 여기서 낙오하거나(=패배하거나), 이 경쟁 자체에 참여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 상당한 수준의 보복이 따릅니다. 어제까지 일진이었던 아이가 한번의 패배로 빵셔틀이 되는 건 웹툰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여성의 남성에 대한 차별이 없더라도, 남성 내부에서 엄연한 강요와 억압, 폭력이 있는 거고 그게 두려운 사람은 대세에 따를 수 밖에 없겠죠. 이건 개인에 대한 명백한 자유 침해이자 인권유린입니다. 

 

고대사회에서부터 그놈의 남자다움때문에 헛되게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랑(반굴, 관창 등)이 그렇고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그랬죠. 사실 남자다움이라는 것 자체도 사회적으로, 시대적으로 공간적으로 제각각인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가령 조선시대에는 시를 포함한 글쓰기가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글을 잘쓰는 것이 남자다움, 나아가 메이저로의 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딱히 그렇진 않죠.)

 

여성은 말할 것도 없겠죠. 기득권 남성이 요구하는 바(남성에게 철저히 복속될 것)에 충실히 부응하는 여성은 존중받고 보호받고 사랑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은 철저하게 보복당하죠. 

 

그런데 어떤 분은 남성에 촛점을 두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기득권이라는 점에 촛점을 두었습니다.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많은 특성들, 그 중에는 남성성, 여성성도 있겠죠. 여튼 그런 특성들은 사실 기득권이 나머지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회라는 존재가 실제하는 것이 아닌데 자의적으로 개인을 다루진 않겠죠.

 

그 기득권이 현재의 일부 남성들과 그에 편승한 명예남성들(xx염색체)일 겁니다. 명예남성과 서민남성 간의 권력 차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사를 보면, 적어도 귀족 여성(아마 당대 기준의 명예남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가 서민남성보다는 자유나 권리, 인권, 생명권 보호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였다고 보입니다.

 

물론 이를 통해 여자도 남자를 차별하잖아-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귀족 여성이 서민남성을 탄압할 수 있는 건 귀족남편(기득권의 최상위층)을 등에 업었기 떄문이니까요. 그리고 서민남성도 가정에 돌아가면 또다른 탄압자가 되기 마련이었으니까요. 결국 기득권 자체는 남성성에 기반한 것이 맞을 겁니다. 정확하게는 남자들이 지네들끼리 싸워서 형성한 계급구조겠죠.

 

기득권이 나머지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함이 대부분이고, 아마 그들은 본인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며 정당하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득권 유지를 위해 종교나, 사상, 철학 등이 이용되어오고 있었죠.

 

가령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삼으면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기독교신앙을 이용하였죠. 성서에 나오는 저주받은 민족이 바로 아프리카인이므로 노예로 삼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식으로요.

 

남성성, 여성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신앙을 또다시 예로 들자면, 여성은 남성의 신체 일부를 가공하며 신이 남성에게 준 선물이죠. 때문에 남성은 여성을 소유할 수 있다고 해석가능합니다.

 

오늘날에 이 말을 믿을 사람은 당연히 없겠죠. 남성/여성은 잔화의 결과 분화된 것이고 초기 생물은 자웅동체였으니까요. 

 

다만 이러한 신화를 통해 차별과 억압이 정당화되어왔다는 겁니다. 바람직함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식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정당화됩니다. 

 

차별의 결과, 본인이 선택하지도 않은, 높은 확률로 우연히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여성은 교육, 사회생활, 정치활동, 기타 사회적 역할에서 배제됩니다. 

 

그럼 남성은 어떨까요??

 

남성에 대한 남성성강요는 말씀하신대로 여성에 대한 여성성강요와는 좀 다릅니다. 남성 내부의 투쟁이고 남성 내부의 폭력이죠. 결코 여성으로부터의 폭력은 없습니다. 이 점은 동감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남성성 강요로 인해 남성 역시 원치 않는 행위를 감수해야 한다는 거죠. 

 

고대 사회를 봅시다. 아마 여성은 애낳고 살림살고 육아하고 그러한 일을 할 겁니다.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전쟁나면 군인으로 참전하겠죠. 그리고 아마 전쟁을 일으킨 기득권은 높은 확률로 군인이 된 서민 남성에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죽는 것은 매우 영광스런 일이며 자손만대에 자랑할 일이라고 세뇌할 겁니다. 사실은 기득권의 정복욕을 위해 죽는 건데 말이죠.

그럼 여성은 전쟁에서 안전하냐? 그것도 아닙니다. 전쟁에서 진 쪽의 여성이 집단으로 성폭행당한 후 노예로 끌려가는 건 역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점을 통해 여성이건 남성이건 어차피 고통을 받으니까 쌤썜! 이런 결론을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타고난 성별로 인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소속된 사회가 임의로 만든 여성성, 남성성과 이를 정당화하는 사회 이데올로기 떄문에요.

 

메이저와 마이너의 차이는 있습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은 끊임없이 메이저가 되길 강요받고, 여성은 끊임없이 마이너가 되길 강요받겠죠. 그런데 메이저가 될지, 마이너가 될지, 개인이 알아서 정하면 안되는 겁니까? 더 나아가 메이저는 뭐고 마이너는 뭔지, 과연 이러한 구분과 그에 따른 차별이나 제약이 필요한 건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서는 안되는 걸까요?? 

 

남자는 메이저가 되고 여자는 마이너가 되길 강요하는 게 맥락이 다르다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본인이 무엇이 될지를 사회가 강요한다는 것 자체 역시 개개인에 대한 억압이 될 수 있고 이에 대해 문제제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성씨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한국사회는 그리고 대다수 국가나 민족에서는 부계 성씨를 자식이 이어받습니다. 그래서 양성평등을 주창하시는 분은 양친의 성을 다 쓰시거나(예를 들어, 류한수진씨는 아버지의 성인 류씨와 어머니의 성인 한씨를 모두 사용합니다.) 아예 성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계 성씨를 물려받는 건 가부장제의 유산이라고 보여집니다만..... 저는 부부가 합의 하에 남편의 성, 혹은 아내의 성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에는 부계 중심의 대가족이 사회의 기본 구성체였다면 오늘날에는 부부 중심의 소가족(핵가족)이 사회의 기본 구성체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내가 어느 집안의 후손이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혹은, 특정시점(가령 민증을 만드는 시점)에 본인 스스로 부계 성을 계승할지, 모계성을 계승할지, 아니면 본인만의 성씨를 만들어서 쓸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것 때문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넌 키가 작으니 농구하지마 라는 말도 타고난 신체적 특징으로 인해 억압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피부색이나 출신국가, 출신민족은 말할 것도 없겠죠. 성별도 마찬가지구요.

 

이러한 타고난 것 때문에 발생하는 제약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개 기득권의 욕망과 주장이 반영된 것이 많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들의 죄악을 정당화해주는 것들이지요.

 

때문에 저는 진정한 남녀평등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이해하고 공통의 문제가 무엇인지 공유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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