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도 해야하고
정권 들어선 직후부터
시민으로서 감시, 견제도 해야하고
노무현 때처럼 여당 이외 모든 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말 한마디를 악의적으로 왜곡시키고 침소봉대해서 끊임없이 흔들 겁니다
그래서 10년 전에 우리는 지쳤었고, 부당한 공세에도 나서서 지켜주지 못하고
심지어 ㅇㅂㅊ들이 논두렁에 시계 어쩌니 하는 허위사실을 확대생산할 때에도 고작 몇번 상대해주다 입 다물고 돌아서서 눈 닫고, 귀 닫고, 입 닫고 스스로만 지키고 살았었죠
그리고 잃었습니다
제 인생을 돌이켜보건데, 그건 다만 전 대통령과 우리 현실의 발전적 전망을 잃은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큰 상처와 흉터를 남긴 일이었습니다.
노무현의 죽음 뒤에 몰려든 인파는
단지 순간적으로 슬픈 감정에 반응한 대규모의 군중 심리가 아니라
누구나 매한가지로, 자신이 유다가 되었다는 죄책감이었을 것이라 봅니다.
더럽고 악독한 족속들과 싸우기보다 그저 멀리하고,
끝내 침묵함으로써 스스로의 안위는 지켰지만 영혼의 고결함은 잃은 것입니다.
그때, 현실과 정치에 환멸함으로써 노무현을 향한 부당한 돌멩이 하나 막아서지 않고 나 하나를 돌보기 위해 돌아섰던
지울 수 없는 배신과 비겁함의 기억이 아마도 앞으로 남은 제 인생 내내 수치스러움으로 자리하겠지요
문재인에게 표를 주고, 또 당선되기를 바라며 당선 후의 그를 지켜준다는 것이
그 속죄이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속죄가 되지도 않을 겁니다.
다만, 지울 수 없는 인생의 깊은 상처 자욱과 수치를 하나 더 더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 될 수는 있겠죠
그런 것입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