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찬성했던 이통사들, 요금할인율 인상은 반발..왜?

까망머리리 작성일 17.08.20 12: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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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김영민 기자

 

휴대전화 요금 인하문제를 놓고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이번엔 정말 ‘제대로’ 붙었다. 통신비 인하공약은 선거 단골메뉴인 까닭에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을 놓고 양측 간 갈등이 불거진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그간 다툼이 ‘파국’으로 치달은 사례는 없었다. 정부 방안에 이통사들은 반발하다가도 막바지에 협의나 조정과정을 거쳐 수긍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공약 실천정책의 핵심인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의 요금할인율을 9월 15일부터 기존 2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18일 밝혔다. 반면 이통사들은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며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공약이 후퇴했다”는 지적까지 감수하며 ‘기본료 폐지 공약’를 보류한 바 있다. 한 차례 이통사에 ‘양보’를 한 만큼 요금할인율 인상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통사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밀리면 내내 끌려다닐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선택약정할인이란 가입자가 이통서비스 가입 시 이통사가 제공하는 지원금(보조금) 대신 매달 요금에서 일정 비율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요금할인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출한 뒤 고시하게 돼 있다. 최초 요금할인율의 경우 할인율 산출에 필요한 이통사 지원금 지출자료 등이 없었던 탓에 ‘임시’로 12%로 정해졌다가 2015년 4월 24일부터는 20%로 수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현행 20%인 할인율을 9월부터 25%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상이 실현되면 단통법 시행 뒤 3년 만에 첫 번째 할인율 인상이 되는 셈이다.

■“법적 근거 없다”는 주장은 거짓말 선택약정할인은 시행 초기 가입자가 수만 명 수준에 그쳤지만 가입형태에 따라서는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금전적 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폭으로 가입자가 증가했다. 정부 추산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는 올 7월 기준 1300만명이다. 이통사들은 지원금을 요금할인 비율로 환산해 계산할 경우 약 15%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원금을 받는 가입자보다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손해가 커진다는 게 이통사들의 입장이다.

이통사들은 “이미 선택약정요금할인 혜택이 지원금 혜택보다 높은 상황에서 할인율을 더 높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이통사들은 “정부가 할인율을 인상해 요금인하를 강제하는 건 기업의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고 주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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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의 주장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공공서비스인 수도, 전기, 가스 등의 요금문제라면 모를까 민간서비스 요금까지 정부가 강제로 규제한다면 분명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요금할인율 인상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엄연히 틀린 말이다. 단통법 제6조에서는 ‘지원금을 받지 아니한 이용자에 대한 혜택 제공’으로 선택약정할인을 의무적으로 이통사가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할인율을 정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4년 9월 30일 제정된 관련 고시에서는 할인율을 산출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규정하고 있다. 고시에 따르면 요금할인율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직전 회계연도 가입자당 월평균 지원금을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으로 나눠 산정한 비율을 기준으로 ‘100분의 5(5%)’ 범위 내에서 가감해 산정한다.

이통사들도 이미 단통법 시행 당시부터 이 같은 법조항과 세부고시를 모두 알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단통법 시행을 가장 반긴 쪽도 이통사들이라는 것이다. 단통법이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단지 이통사만 배불리는 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 도입은 이통사들도 모두 동의했던 사안이고, 최초 20%로 할인율을 정할 때도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다”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할인율을 올리려는 것인데 왜 이번만 유독 강제이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선택약정할인으로 손해가 늘어난다”는 이통사의 주장도 믿지 못하는 눈치다. 그 근거로 할인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음에도 이통사가 지출하는 연간 지원금 규모는 별 차이 없이 유지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요금할인율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이 많을수록 비례해서 높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과기부 전영수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선택약정할인이 부담이 된다면 할인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지원금 지출이 줄었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막상 자료를 받아보면 지원금 규모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할인율을 높여야 하는 쪽으로 계산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기부가 할인율 인상폭으로 규정상 최대 한도인 5%를 모두 적용한 걸 봤을 때 실제로는 할인율을 더 올려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계산한 수치 자체만으로는 이통사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유영민 과기부 장관이 17일 “할인율 인상 문제는 ‘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소송까지 가면 쟁점은 이통3사는 18일 정부로부터 할인율 인상 관련 공문을 받고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통사들이 실제 소송에 나설 경우 쟁점은 크게 정부의 인상폭이 타당한지, 할인율 인상으로 이통사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게 되는지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됐던 기존 20% 할인 가입자에 대한 소급적용은 하지 않기로 정부가 결론을 내렸다. 5%로 정해진 인상폭은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중이다. 이통사들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 중 다른 한 가지가 고시에 규정된 최대 5% 가감범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의’ 5%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 고시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5%를 ‘기존 적용되던 할인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이에 따르면 기존 할인율은 20%이므로, 이에 대한 5%는 결과적으로 1%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적용해 할인율을 인상하면 25%가 아닌 21%가 돼야 한다는 게 이통사들의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이통사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할인폭이 최대 1%밖에 안 된다는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도 “2012년 기준 해외 주요 사업자의 요금할인율은 평균 25.2% 수준으로, 현행 20%인 국내 요금할인율보다 높다”며 할인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할인율 인상으로 인한 업계 피해문제의 경우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요금할인율이 5%포인트 인상되면 이통3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최대 내년에는 4059억원, 2019년에는 5696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의 전망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6월 통신비 인하정책 발표 당시 할인율 인상을 들며 “연 1조원가량의 통신비 인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통3사가 연간 1조원의 수익감소를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의미는 아니라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전 과장은 “25% 할인율 적용 시 장기적으로 할인 가입자가 현 1300만명에서 최대 1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추산한 절감효과”라며 “가입자가 단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고 소급적용을 안하는 만큼 인상된 할인폭이 적용되는 시점도 가입자별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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