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피와 저출산 문제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이 문제를 노동시장의 변화와 관련하여 생각해 봤습니다.
노동 시장의 상태를 과거 “아들딸 구분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 시대와 비교하자면,
노동의 공급은 두배로 불어나고 수요는 그에 비해 변함없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남녀평등이 확산되고 여성에 대한 교육과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져서, 과거 남성 위주로 구인구직하던 노동시장에 여성도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기 때문에 노동의 공급은 그 시절에 비교하여 두배로 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기술의 발달, 경영의 효율화, 지식기반 산업으로의 이동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의 수요는 과거해 비해 별로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든 상태입니다. IMF이후로 대량 발생한 실업자와 구직활동의 어려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공급은 두배로 늘었는데 수요는 오히려 줄었으므로, 당연히 노동의 가격, 즉 임금은 폭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임금 폭락은 직접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형태보다는,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가족단위의 입장에서 보자면,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노동력을 팔아서 가족을 부양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의 잉여 노동력을 육아 출산 가사 등등에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노동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 중 두명의 노동력을 팔아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육아 출산 가사 등등에 사용할 잉여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여 보육 등의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가족단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것은 과거의 구조에 비해 분명히 손해보는 구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로 이득을 보는 쪽은 기업입니다. 노동시장의 공급이 두배로 늘었으니, 노동자간의 경쟁에 의해 노동력을 훨씬 유리한 조건에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한가지 의문인 점은,
가족당 한사람분의 노동력만 시장에 제공하는 편(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일종의 과점 통해 공급 조절을 하는 상태)이
모든 가용 노동력을 노동시장에 투입할 때보다 유리한데도,
노동 가능한 두 사람이 다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싶을 만큼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 매력적인 일인가 하는 점입니다.
다른 말로 쉽게 표현하자면, “출근하는게 그렇게 행복하냐”하는 의문입니다.
손해봐가면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거니까요, 월급쟁이 생활이 행복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