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통과 뒤 청와대 방문 왜
청와대를 다녀온 직후 조 전 사령관은 계엄령을 위한 업무에 곧바로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의 고위 인사는 <한겨레21>과 만나 “조 전 사령관이 2017년 초 기무사 내에 계엄령 문건을 만드는 티에프(TF)를 설치하기 전(2016년 12월) 합동참모본부를 찾아가 계엄 시행을 상의한 것으로 안다. 합참은 (계엄과 관련해) 소극적이었고, 결국 기무사가 윗선의 지시에 따라 합참의 역할을 육군에 맡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윗선’은 청와대를 뜻한다. 이 인사는 또 “당시 조 전 사령관의 행적을 보면 윗선(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합참 등에 그런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사령관 자신의 판단만으로 합동참모본부, 육군을 오가면서 계엄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기무사령관을 움직일 수 있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군 내부에서 착착 계엄을 모의했다는 얘기다.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12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실제 그의 청와대 방문 이후 군의 구체적인 움직임도 포착된 바 있다. 국방부 내부에서 군 병력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시점도 2016년 12월9일이 분기점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제보자들에 의하면 (12월9일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것에 대비해 군 병력 투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했고, 당시 구홍모 수도방위사령관(현 육군참모차장)은 사령부 회의를 주재하며 소요 발생 시 무력 진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조 전 사령관은 1월 기무사령부 내 방첩부서인 3처 아래 ‘미래방첩업무 발전방안’이라는 거짓 이름을 단 티에프를 꾸렸다. 그리고 지난해 3월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엿새 앞두고 6쪽짜리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과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만들었다. 이를 두고 2016년 12월9일 청와대 방문부터 이듬해 3월3일 문건 작성까지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작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군 합동수사단은 기무사 계엄령 기획의 목적을 ‘내란 예비 음모’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조 전 사령관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계엄을 통한 ‘친위 쿠데타’ 혐의가 조 전 사령관의 행적 등에 비춰봤을 때 청와대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조 전 사령관을 만났다면 그가 내란 예비·음모의 주요한 피의자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군 안팎에서는 기무사의 불법적인 계엄 기획과 실행 준비가 박근혜 정부를 위한 친위 쿠데타에서 비롯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조 전 사령관의 방문은 당장의 국회 탄핵 의결 상황에 대한 대처를 넘어서 헌재의 탄핵심판 이후를 대비한 것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박 전 대통령을 위해 계엄에 이은 쿠데타를 의도했을 것이란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계엄과 친숙하다. 아버지 박정희는 쿠데타에 이은 계엄으로 집권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뒤에도 3차례나 계엄령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74년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후에는 아버지 바로 옆에서 사회질서 유지라는 명분 아래 군을 통한 시민사회 통제와 억압을 학습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조 전 사령관을 향한 윗선의 지시 여부가 핵심이다. 그가 탄핵 의결을 한 당일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은 계엄령을 주도하는 데 있어서 청와대와 소통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청와대 방문과 관련한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윗선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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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8651.html#csidx1859dc7a9d676ce9eaca459e9fc66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