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 딸이 썼다는 논문"에 대한 개인적 생각

shado 작성일 19.08.20 14: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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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글써보는거 참 오랜만인거 같은데요.

굳이 이 토픽에 대해서는 정치성향 밝힐 필요도 없는 쓰잘데기 없는 짓이라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학업에 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되는 쉴드가 있어서 한번 글 써봅니다(아래 조국 딸 논문 관련 클리앙 링크 가져온 글).

 

저는 전공이 역사학쪽이라 타전공 논문에 대해 깊게 들어가서 왈가왈부하기는 못합니다만 그래도 학계라는 큰 카테고리는 동일하니까 그에 기반해서 생각해보면,

 

1. 저 대한병리학회가 일단은 꽤 유서깊은(?) 학회이고, 논문이 실린 학회지(JPTM)KCI 등재지입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368994

 

(조씨 논문 주소 링크)

 

2. 학업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등재지 논문에 자신의 논문이 실리느냐 안실리느냐가 자신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그것이 학술적 성취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든, 아니면 차후 직장을 갖는데 들이밀 수 있는 스펙으로서의 한가지로서이든 말이죠).

 

 

2-1. 그런데 이 논문은 공동저자가 조씨를 제외하고 총 5명이나 더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당시 신분이 대체로 박사(또는 박사과정생), 교수들이라는데(언론 기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신분은 제가 알길은 없습니다) 1저자를 그냥 넘겨준다고요? 비등재지도 아니고 등재지에 나가는건데요? 그렇다면 저 '논문' 그 자체뿐만 아니라 '논문을 활자화'하기 위한 실험 설계부터 함의 도출까지 최소 50% 이상의 역할을 조씨가 해야 나머지 저자들이 동의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특히 담당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본래 SCI급 학회지에 투고하려던 내용이라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본래 저 논문이 주제로 삼은 실험이 상당한 공력을 들였던 걸 알 수 있지요)

 언론기사를 참고해보면 2주간 인턴쉽을 참여했다하는데 이럴 경우 위의 동의에 필요한 조건을 만족할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전 2저자(책임교수) 제외한 공동저자들이 진심으로 불쌍합니다. 별 수 있겠습니까. 그에 대한 보상을 따로 받던가, 때려치던가 술 한잔하거나 해야죠...

* 위의 클리앙 링크 들어가보니 2주간 인턴쉽 끝난 뒤에도 참여했을 것이다라고 가정하는 분도 계신데 그건 소설의 영역이죠실제로 그렇다하더라도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고려하면 이 때 본인 학업 챙기는데도 바쁠텐데 1저자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역할을 한다...?

 

2-2. 역사학 논문 역시 적합한 사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기존 연구성과와의 비교가 충분히 진행된 뒤에야 작성 및 심사, 투고가 가능합니다. 만약 제가 특정 역사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는데, ????A????라는 자료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가정해보죠. 몇 주간 고민해서 자료를 합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세세한 조건을 모두 고민하고, 관련 연구사 정리도 하였는데 혹시 ????A???? 내에서 놓친 사료가 있을 것 같아 연구실의 조교에게 2주간만 저 조건에 맞는 사료가 더 있는지 찾아봐달라고 했다고 해봅시다. 이렇게 해서 논문이 나오면 저는 1저자입니까 2저자입니까? 만약에 제 지도교수님이 이런 상황에서 1저자를 조교에게 주라고 하면 바로 대학원 때려 치웠을 겁니다(그나마 조교는 학부과정은 모두 마친 사람이긴 하네요. 차라리 집에서 놀고 있는 이과로 진로 정한 고등학교 동생을 예시로 들어볼걸 그랬습니다).

* 인문계 전반적인 것인지는 모르나 제 쪽은 대체로 논문에 공저는 없다보니 오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상식적인 선에서 볼 때 여전히 이해가 안가네요.

 

3. 이 상황에서 조씨가 1저자가 될 수도 있다! 라고 가장 합리적으로 생각하려면요. 조씨가 실은 엄청난 재능이 있어서 1, 2-1의 조건을 모두 50% 이상 비중으로 수행을 했어야 해요. 그럼 인정하죠.

그렇다면 그걸 우리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의전원에서 탁월하다까지는 아니어도 평균적인 학점은 받아야죠. 그래야 그나마 아 좀 찝찝하긴 한데... 그래도 애가 능력자체는 있었구나.’ 라고 영혼의 쉴드라도 쳐보죠. 그런데 조씨가 그런 케이스는 아닌거 같습니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삼던 교내에 잔디밭 깔아주고 들어왔다라는 기부입학으로 학교 들어온 학생들이 대학 학업에서 부진한 행태를 보이는 것과 더 유사하잖아요.

아인슈타인, 에디슨 등을 들고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특수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시대의 천재라 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그 시대의 공교육과정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였습니다

또한 그 특수한 몇 명을 사례로 드는 것도 부적합하죠. 왜냐하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몇 명을 위해 로또 당첨되길 바라는 식으로 사회의 공동자원을 탕진하기보다는,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최소한의 수준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동의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 공교육의 정신이잖아요?

다만 그놈의 천재 콤플렉스 때문에, 아직도 송유근이 헛소리하고 다니고 인터넷 여론서 불쌍타 어쩐다 하는거 보면 참 할말이 없긴 하네요

 

3-1. 개인적으로 저는 현실적으로 조씨가 논문에 기여한 것은 단순 실험결과의 정리 및 영어로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 보다 수려하고 매끄럽게 첨삭해준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일단 외고생이고, 재외국민전형으로 들어갔다하니 외국어는 잘하겠죠. 의학도들 역시 매우 잘하겠지만요). 

 뭔가 대단한 능력의 발현이 검증된 것도 아니고, 화제의 논문의 작성 과정에 조씨가 공식적으로 투사한 시간이 2주밖에 안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정도 기여만이 유추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4. 참 씁쓸합니다... 뭐 이문제 하나로 조국이 사퇴해야한다 어쩐다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세상 일이란게 참 그 사람의 위치에 따라 말도 안되는 주제까지 쉴드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참....

* 사실 이런 거창한 생각보다는, 학회 행사땜에 자료집 만들거 검토하다가 뉴스보고 더 허탈해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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