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순위를 정하는 개인적인 방법

포논 작성일 19.08.23 07: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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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참고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비록 한국은 아니지만 저 또한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제1저자를 누가 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교수의 몫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세 가지를 고려합니다. 

첫째, 공헌도 입니다. 

둘째, 교육적 효과입니다. 

셋째, 논문의 퀄러티와 수준입니다.

 

먼저, 수준 높은 논문 혹은 좋은 저널에 제출하는 논문같은 경우에는 논문에의 공헌도를 가장 우선시합니다.

이때 공헌도는 또 다시 네 가지 정도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첫째는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는가? 

둘째, 결과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는데 얼마나 공헌하였는가? 

셋째, 연구의 초기 아이디어를 누가 제공하였는가? 

네째, 실질적인 논문의 작성 (writing)에 얼마나 공헌하였는가?

보통, 초기 아이디어는 교수의 머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은 전체를 보는 눈이 좀 없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가 힘들지요. 어떤 교수들은 아이디어를 자기가 내었으니 자기 이름을 1저자로 넣는 경우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아무리 저의 아이디어라고 할지라도 일단, 학생을 우선시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논문의 작성과 관련해서는 아무리 학생이 뛰어나도 글을 쓰는 능력은 교수를 따라오기 힘듭니다. 학생이 초안을 써오더라도, 제가 벌겋게 다시 수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는 것도 학생들이 기본이론의 바탕을 제공할 정도로 학문적 깊이를 갖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첫째, 결과를 도출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는가로 주로 저자순서를 매기는 편입니다. 저는 교신저자만 갖고 제 이름은 맨 뒤로 넣습니다. 

 

하지만, 수준이 좀 낮은 논문 (학회 논문이라든지..., 좀 난이도가 낮은 저널)의 경우에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교육적 효과를 가장 먼저 신경 씁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수준이 낮은 논문이나 낮은 퀄러티의 저널 논문은 전혀 쓸 필요가 없습니다. 교수 입장에서는 시간낭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수준의 논문을 학생들이 책임지고 쓰게 함으로써 학생들을 훈련하고 교육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교육적 효과, 즉 특정 학생을 훈련시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미 논문을 쓰기 전부터 누가 1저자를 하게 될지 이미 정해져있습니다. 여러명의 학생이 같이 논문을 쓰게 될 때에는 미리 이 논문은 누가 1저자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동의를 구합니다. 그리고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개의 논문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학생이 3명이면 학회 논문 같은 것은 보통 3개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논문을 써나가는 과정에서도 학생이 이론을 배우고, 글을 쓰는 법을 배우고,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훈련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다시 한번 이건 제 개인적인 저자순위를 정하는 방법이고 교수마다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저자순위를 교수들이 단순히 실험 많이 한 사람이 하는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 것같아서, 꼭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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