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뉴스브리핑: 윤석열 국정감사의 풍경 1. 오늘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가 있었다.
총평부터 하자면 오늘은 여당 의원들의 패배이다. 윤석열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하지만 질의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무능해서도 아니고,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서 잘하고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도 아니다. 이건 그냥 현재 주어진 환경이 그런 것일 뿐이다.
윤석열의 캐릭터는 원래 거침없이(혹은 생각없이) 할 말을 다 하는 스타일이고, 검찰과 언론과 자유한국당의 (새삼스럽지만) 오래된 연합 앞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적어도 오늘은 별로 많지 않아 보였다. (개별적으로는 이철희, 김종민, 박주민, 표창원 모두 자기 몫을 다 했다. 그들 모두 응원하다)
화제가 된 윤석열의 오늘 국정감사에서의 발언들을 모아 보았다. 주옥 같은 발언들이 제법 있다.
2. 오늘 운석열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들어낸 발언은 MB 관련 발언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를 비교하면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입니까? 중립을 보장하고 있습니까? 어렵습니까?” 이철희
“제가 직급은 달랐지만 하여튼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 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을 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고요” 윤석열
아, 그의 생각에는 이명박 시절이 쿨 했던 것이구나… ㄷㄷ
3. 이미 정치적 계산을 끝내고, 문재인 대통령을 도발하는 것인지 혹은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해서 생각을 거르지 않고 그냥 다 이야기 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해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윤석열의 자신감이 지나쳐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발언은 그의 몰락의 전조가 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사 받던 현장에 함께 있으면서 그 시절 검찰의 끔찍한 행태를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고, 여전히 ‘검찰개혁’을 강하게 드라이브 거는 이유도 당시의 지독했던 고통의 트라우마 때문일텐데 도리어 윤석열은 그 시절을 추억하고, 쉴드까지 치다니..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린을 정면으로 후벼 판 것이다.
4. 국회법을 위반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고발된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해서도 이철희 의원이 “이번 (조국 가족) 수사처럼 성역없이 할 것이라 보면 되겠냐?”고 묻자 회기중에는 ‘의원소환 어렵다’고 답변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기쁘게 했다. 조국 청문회 이후 다소 우울해 보였던 음주뺑소니열사의 아버지조차 간만에 활짝 미소를 보여줄 정도로 말이다.
최민희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니 윤석열, 주광덕, 여상규가 앨리베이터 앞에서 서로 먼저 타라고 양보를 하다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탄 모습이 있었는데 윤석열의 해당 답변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고등학생 생기부를 유출한 전직 검사와 간첩으로 멀쩡한 사람을 무고하게 옥살이 시킨 욕 까지 잘하는 전직 판사와 무소불위의 현직 검찰총장의 쓰리샷은 대통령 하나 바뀐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들의 자신감을 재확인 시켜주는 사진이었다.
5. 윤석열은 피의사실을 유출한 검사를 색출하지 못한다는 (황당한) 답변도 했다. 그 이유는 검사들에 대한 인권침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기자들이 압수수색할 때 (증거물품을) 몰래 훔쳐가고, 막 뒤지고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피의사실 공표가 된다는 답변도 했다. 아, 이건 도대체 뭔 소리인가?
기자를 한 순간에 도둑으로 몰았고, 범죄(도둑질)를 저지르면 체포를 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이 도리어 법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증거물을 빼앗긴다’는 무능함을 피의사실 공표의 핑계로 전가하고 있고, 또 피의사실공표는 불법인데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수사해야 할 검사가 불법을 저지르는데 그건 또 인권보호 때문에 못한다고 하고….
하나의 답변에 도대체 몇 개의 법적, 논리적 모순이 담겨 있는 것인가? 혼란하다. 혼란해…
참, 순식간에 자기들을 도둑으로 만들었는데 기자들은 성명서 발표 안 하나?
‘윤석열 별장접대기사’를 쓴 한겨레 하어영 기자를 현직 검찰총장이 개인고소까지 하고 1면에 사과를 해야 취하하겠다고 하는데 이거야 말로 정말로 모든 기자들이 저널리즘정신에 입각해서 성명서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
6. 의외로 오늘 국감에서 윤석열의 평정심을 크게 흔든 사람은 정치9단 박지원이었다.
“정경심 교수를 공소시효가 시급하니까 우리가 볼 때는 백지기소를 했습니다. 이러한 것은 과잉기소가 아닌가요?” 박지원
“조금 지나면 모든 게 공개될 사항입니다” 윤석열
“아니, 공개되더라도 지금 현재 법무부를 통해 저희들이 받은 공소장에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박지원
“그게 과잉인지 아닌지를 저희가 설명하려고 하면 수사 내용을 말씀을 드려야 되는데 수사 상황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고…” 윤석열
“정경심 교수는 소환도 안 하고, 물론 조사도 안 하고 기소를 했습니다. 패스트트랙에 관계된 의원들은 경찰수사에 응한 사람도 있지만 안 응한 사람(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의미)이 더 많습니다. 또 검찰이 소환 했을때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도 기소를 할 것이죠?” 박지원
“그건 이제 수사를 마쳐봐야 지금 수사 내용에 대해서 자구 말씀을 하시는 게 저희로서는 참 답변드릴 수도 없고, 또 기소를 할 거냐 말 거냐 이런 질문을 저희에게 하시면 저희가 이걸 어떻게…” 윤석열
“정경심 교수는 소환도 조사도 않고…” 박지원
“의원님, 국정감사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을 여론상으로 이렇게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시는데…” 윤석열
“보호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패스트트랙의 의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박지원
“자꾸 정경심 교수 이야기 하고 왜 그게 결부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윤석열
7. 이 질의에서 박지원은 내내 당당하고 여유가 넘쳤던 윤석열의 평점심을 크게 흔들리게 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정경심 교수의 검찰수사에 대한 부분에서 ‘백지기소’라는 주장에 논리적 반박이 어려웠다는 점과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의원들에 대한 수사의 형평성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니 답변이 난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버럭’ 하면서 박지원이 ‘정경심 교수를 보호한다’는 감정적인 언급을 한 것이다. 어쩌면 조국 청문회 때 검찰의 표창장 시나리오를 제대로 방해한 박지원에 대한 개인적 분노가 새삼 솟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박지원 의원은 당장 10월 패스트트랙 통과에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총동원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청문회 때 이어 오늘도 노장의 노련함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8. 한편 오늘도 기자들은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제 검찰측에서 흘러나온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 진단서 미확인’에 대한 뉴스가 ‘정동병원’이라는 곳에서 ‘진단서를 발급한 적 없다’는 발표를 한 것 가지고 ‘가짜 진단서’로 몰아가다가 정경심 교수 변호인단에서 정동병원은 아무 관련이 없는 병원임을 확인해 준 것이다.
이 확인이 나오기전까지 민경욱을 포함한 여러 정치인, (전직) 언론인, 일베성향 네티즌까지 신이 나서 가짜 진단서 프레임을 개인소셜에 올리다가 급속도로 시무룩해 졌다.
왜 정동병원이 오르내렸는지에 대한 이유도 변호인단에서 제출한 입퇴원증명서의 해당병원의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정경심 교수가 추석 전후 입원했던 병원이기에 쳐들어가서 난리법석을 피우고, 관련 기사를 내 보낸 것이다. 대단하다. 대단해...
병원측도 좀 웃기긴 했다. 애초에 “아무관련없다”고 하면 될 것을 마치 가짜진단서라도 있는 것 같은 뉘앙스로 “진단서 발급 해준 적 없다”고 하면 더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하루종일 실검에 오르내렸으니 병원광고를 위해 의도한 것이라면 훌륭한 노이즈마케팅이긴 했다. (진정한 승자는 병원인가?)
9. 나야 국정감사를 내내 지켜볼 시간이 없이 나중에 내용만 살펴 보았지만 방송으로 직접 본 사람들은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본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 경우는 도리어 냉정하고 덤덤하게 결과를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아식별이 더욱 분명해 졌고, 검찰, 언론, 자유한국당이 한 편이라는 것도 새삼 확인했다.
둘째, (박지원과 윤석열의 공방을 보니) 검찰은 정경심 재판에 가지고 들어갈 증거가 정말 없는 것 같다.
세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조직 수장의 실체(본모습)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단히 감정적이고, 생각나는 것을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며,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것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신념까지… 누군가에게는 믿음직스럽겠지만 검찰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대단히 위험하게 보일 것이다.
네째, 당연한 이야기지만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한번 더 재확인했고, 패스트트랙 통과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이제 여의도를 향해 촛불을 들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다섯째,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법무부 감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잘못을 저지른 검사들은 사퇴가 아니라 감찰을 통해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
오늘의 뉴스브리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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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국정감사 #뉴스브리핑 #검찰개혁
출처 : https://m.facebook.com/dooil.kim/posts/10215594476717694?ismobile=1
// 저도 일부는 본 부분이기는 한데. 검사들이 조사하는 곳에 기자들이 난입해서 증거물을 마구 뒤져간다.
이러한 발언들은, 역시. 방가네가 검찰 위에 있다. 이런 뉘앙스로 들리는군요.
MB발언 부분은 보지는 못했지만, 둘러 해석 하면, 쥐새끼가 꼬리를 '쿨'하게 내줬다. 로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