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지소미아는 외교 카드가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길 바람

외로운 둘리 작성일 19.11.24 01: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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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를 연장해준 걸 가지고 외교 실패니 뭐니 떠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애초에 지소미아는 그런 카드가 아니었다는 점을 잊으신 듯함. 

외교 카드가 아니었던 걸 외교 카드로 만든 것 자체가 성과를 거둔점이라는 생각은 안 해봄?

 

애시당초 박근혜 시절 지소미아를 일본과 체결할때, 그 어떤 이득도 받은 적이 없음.

즉 지소미아는 미국의 군사 전략에 이득이 되게 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에게 요구한 것이었고, 우리 입장에서는 중,러 대륙세력과 미,일 해양 세력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어느 한편에 드는 것 보다는 중간적인 입장이 더 이익이기 때문에 결정을 미루고 미루다가 박근혜때 체결한 것임.

 

(물론 이때에 체결의 반대급부로 뭘 받는다던가 하는 것은 전혀 없었고, 나는 이게 박근혜 외교라인이 지능이 떨어진다고 했던 워싱턴 정가의 평가가 얼마나 잘 보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봄.)

 

그래서 처음에 지소미아 종료카드를 우리가 꺼내들었을때,  일본측에서는 그거랑 수출규제가 무슨 상관이냐고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소미아는 계속 가야된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면서, 최근까지 우리를 압박했음. 

일본이 우리에게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말할때마다 우리 측에서 일관되게 수출규제를 얘기하면, 일본은 항상 그거랑은 상관이 없다, 즉 수출규제 문제를 연동시킬 의사가 없다고 거절해왔음.

 

그런데 지금은? 

일본이 지소미아 연장을 댓가로 수출규제에 대해서 한국측과 협상에 들어가기로 입장을 선회했음. 자국 언론이 그런 질문을 하자 두 개는 서로 상관없다고 잡아뗐지만, 누가 봐도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협의를 맞바꾼 것임. 

 

즉 지소미아가 외교 카드로 인정 받은 것임.

 

사실 미국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보수측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버티기는 커녕 두말않고 지소미아 연장을 해줬을 거라는 예측에는 다들 동의할 것임. 그나마 현 정부쯤 되니까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줄다리기를 해낸 것이라 봄.

 

 

우리가 지소미아를 다시 연장해주면서 얻은 손해는? 없음. 그냥 하던거 계속 하면 됨. 

 

하지만 얻은 것은? 일본과 수출규제에 대해 공식적인 협의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한일 정상회담도 열기로 약속을 잡아서 얼어붙은 한일 외교를 다시 풀수 있게 됨. (두어달 전에 일본이 G20에서 노골적으로 우리 정상을 푸대접 했던 것 기억하실 것임.  한국과 일본은 엄청난 양의 교류를 주고받는 가까운 나라임. 이런 관계에서 외교 경색이 지속되는 것은 전혀 이익될게 없음. 특히나 남북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협조가 없어선 안된다는 점에서 외교를 다시 정상으로 돌리는 것은 중요한 것임.)

 

역으로 일본 입장에서 보자면,

애초에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출규제에 관해 협의 못해준다는 게 일본 입장이었음. 다들 기억하실텐데, 수출규제 발표 직후에 있었던 우리 외교부 과장과 일본측 과장의 만남 자리를 아주 허름한 곳에 마련해놨던 장면 기억할 것임.

 

그 자리에서 일본이 주장했던게 뭐였음? 결코 협상한게 아니라 자기네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자리였다고 주장했음. 물론 우리측에서는 서로 협의한것이라 말했지만 일본측은 끝끝내 '설명회였다'라고 우겼음.

 

그게 바로 수출규제에 관해 협상을 하려면 강제 징용 판결을 해결하라는 일본의 입장이었던 것이고,

 

그걸 되돌려서 협상을 하기로 한게 바로 이번 결과인 것임.

 

 

즉 우리가 한점 따고 들어간 것임.

 

이게 외교적 성과가 아니면 뭣임? 

 

멀쩡히 잘 하고 있던 지소미아를 가지고 종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서 외교적 성과를 낸 것임. 그런데 이게 실패라니, 말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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