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은 형사피고인, 즉 범죄의 혐의를 가진 사람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에 범죄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범죄 혐의자의 범죄사실을 재판 없이 인정하지 않으면 2차 가해라는 주장이 공공연해서 이에 대해 써봄.
범죄혐의자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때임. 그 이전에는 범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정해진 일이 아님. 그래서 범죄가 실제로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재판을 하는 것임.
범죄 피해자는 범죄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음.
그러므로 범죄의 피해를 호소하는 자가 피해자가 되는 때 또한 범죄의 사실이 확정된 때, 즉 범죄혐의자인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임.
그 전에는 피해가 정말 있었는지 아닌지는 공식적으로는 아직 모르는 일임.
재판 없이 범죄가 성립한다면, 성범죄에 대해서는 고발만 하면 피해자가 되고 범죄자가 되어서 재판 없이 형벌에 처해지겠지. 재판 없이 한쪽 말만 듣고 유죄가 되는게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것임.
지금 박원순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호소인측은, 공식적으로 자신을 피해자로 부르지 않으면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2차 가해가 있으려면 우선 1차 가해가 있어야겠지.
그렇다면 1차 가해가 사실로 확정되었는가? 즉 박원순에 대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었는가?
박원순이 죽음을 택하는 바람에 유감스럽지만 재판을 할 수 없게 되었음. 때문에 피해호소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길은 막혀 버렸음. 그렇다고 해서 법적 절차 다 무시하고 피해호소인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은, 위에서 살폈듯이 범죄혐의자를 재판없이 범죄자로 인정하게 되는 일임.
박원순과 피해호소인과의 관계에서 상황은 위와 같음.
이제 피해호소인과 나머지 제3자의 상황을 보자.
제3자는 실제로 박원순과 피해호소인 사이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함. 추측할 뿐임.
그렇기 때문에 유죄의 판결이 없는 이상, 공식적으로 박원순은 범죄혐의자로서 죽었고, 피해호소인은 피해호소인으로 남아 있음.
이에 대해 피해호소인을 피해자로 부르지 않으면 피해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제3자의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임.
제3자는 재판이 없는 이상 사실관계를 확신할 수 없음.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에게 공식적으로 박원순은 범죄혐의자인 것이고, 피해호소인은 피해호소인인 것임.
피해호소인측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불러달라는 말은, 이 확신할 수 없는 사실관계에서 자기 주장을 받아들여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공식적인 사실로 인정하라는 요구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는 자신에게 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임.
범죄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말을 자신의 생각대로 강요할 권리는 발생하지 않음. 실제로 범죄의 피해를 당했든 거짓으로 꾸며냈든 마찬가지임. 만약 재판을 할 수가 있어서 박원순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그때는 피해자로 불러줘야 하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행태에 대해 얼마든지 항의하고 비난할 수 있음. 하지만 박원순이 죽으면서 재판을 못해서 그렇게 될 수가 없음.
피해호소인의 주장대로 피해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아니라, 피해호소인의 저러한 주장 자체가 제3자의 언론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억압임.
박원순이랑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모름. 그런데 왜 우리의 언론과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저 사람에게 발생하나.
왜 저 사람 말이 맞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나쁜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나.
왜 무슨일이 있었는지 확실히 모른다고 말하면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나.
저사람 말이 맞는지 틀린지 모른다고 말할 권리가 바로
피해호소인을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