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한 주장은 비상한 증거를 필요로 한다"
명저 '코스모스'로 유명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이다. 과학적 주장은 아니지만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임명 강행 배경에 김정숙 여사가 있다는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주장은 실로 비상했다. 게다가 페이스북 뿐 아니라 정식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배포됐다. 당연히 비상한 증거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후 황보 의원의 설명은 황당하다. TV조선과의 통화에서 "확인된 건 없다"고 했다. 다른 매체와의 통화에서도 "물증이 있느냐면 그렇지는 않다"며 "그런 얘기가 많다. (김정숙 여사가) 여성 장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말씀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장관 임명이 납득이 안되니 '합리적 의심'을 했단다.
여성 장관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꾸준히 해왔다. 또 이 정부에서 납득이 안되는 임명이 어디 임 장관 뿐이었나. "민주당과 청와대가 가열차게 대응하는데, 화들짝하는 이유가 뭔가. 2,3탄을 내놓은 반응을 보니 더 의심된다"는 부분에선 쓴웃음이 나온다. 여기에 무슨 '합리성'이 있는가 말이다.
임 장관은 각종 의혹으로 '여자 조국'이란 별명을 얻었다. 한 여론조사에선 논란이 된 후보자들 가운데 임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근거가 뒤따르지 않는 비판은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준다. 여권이 가열차게 황보 의원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선 건 그것 말고는 임 장관 임명을 옹호할 논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황보 의원의 허술한 주장은 전략상으로도 뼈아프다. 그동안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이 겨우겨우 벗어나고자 한 '막말 정치'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린다. 여권의 임대차법 강행을 막말 하나 없이 비판한 윤희숙 의원,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논리로 먹고사는' 진중권 전 교수와 따박따박 일전을 벌이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의 기세에 초선인 황보 의원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더욱이 황보 의원은 여권의 '내로남불 언론개혁'을 견제해야 할 과방위 소속이다. 유시민 이사장 스스로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주장이 '가짜뉴스'임을 인정했음에도 여당의 최고위원은 그렇게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며 옹호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까지 주장하는 민주당의 '언론개혁' 대상에 '우리편'은 포함되지 않는다. 황보 의원은 앞으로 여권의 이런 모습을 거리낌없이 비판할 수 있겠는가.
재보궐 참패 요인을 분석한 민주당 내부보고서는 위선과 내로남불, 무능 등 무수히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집권 여당이 그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비판하며 반사이익이라도 얻으려면 야당의 수준도 높여야 한다. 그게 힘들다면 그냥 가만히라도 계시라. 적어도 수준을 떨어뜨리진 않을겨니
겨우 겨우 링만들어줬더니 또 이런다고 좃선이 화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