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상회담 성과 폄훼했다? CBS 특파원의 해명

메로히로 작성일 21.05.28 19:18:37 수정일 21.05.28 19: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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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79&aid=0003508215

 

"당신 기사는 정말 쓰레기였다."
"결론은 우리 언론이 이렇게 해롭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읽고 독자 몇 분이 이런 항의 메일들을 보내왔다. 기자가 정상회담의 성과를 의도적으로 폄훼하려고 작위적인 기사를 썼다는 취지다.

기자가 쓴 기사의 요지는 이랬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의 지침 종료를 합의했지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이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기사를 쓰게 된 과정은 이렇다.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 나선 존 커비 대변인은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두 명의 기자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다.

먼저 J 기자와의 문답을 옮기면 이렇다.

 

J 기자: 미사일 지침 철회(lift of missile guideline)와 한국군 백신 공급에 관한 평가(assessment)를 해 달라. ①

커비 대변인 : 백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급할지 구체적인 것은 아직 검토중이다. ②

J 기자: 미사일 지침 철회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③

커비 대변인 : 미사일 지침 철회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I'm not sure what you mean, the lifting of missile guidelines)④

J 기자: 한국이 장거리든 중거리든 어떤 미사일도 가질 수 있나? 미사일 개발에 제한(limits)이 있나?⑤

커비 대변인 : 특정 (개발) 능력을 거론하진 않겠다. 그러나 지금 무슨 질문을 하는지 내가 이해하기 위해서 나중에 더 알아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떠냐. 나는 미사일 지침 제한을 알고 있지 않다.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고 있지 않다.(I'm just not aware of limitations on missile guidelines and where you're coming from on that)⑥

두 사람의 질문과 대답을 듣고 있던 C 기자가 잠시 뒤에 바통을 이어 받았다. C 기자와 커비 대변인의 질문 대답은 이렇다.

C 기자: 조금 전 질문에 대한 추가 질문이다. J 기자가 말한 것은 미사일 지침 개정(revised missile guidelines)을 말한 것이다. 한국은 미사일을 개발할 때 (사거리) 800km 제한이 있다. 금요일에 두 정상이 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제한을 종료했다.(terminated all the limits about the missile) 이 것은 인도 태평양 전략에 큰 함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놀랍다. 국방부에서 이 것을... ⑦

커비 대변인: 맥락을 이야기해 줘 고맙다. 우리가 그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줄 수 있지는 지켜보자.⑧

기자의 기사는 이렇게 세 사람의 질문 응답을 충실히 옮긴 것이었다.

그러나 브리핑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후 미국 국방부가 브리핑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공개했다.

기자에게 항의 메일을 보낸 독자 가운데 일부는 이 녹취록을 근거로 기사를 비판했다.

녹취록에는 J 기자의 질문③의 철회(lifting)라는 말이 목록(listing)이라는 말로 잘 못 작성돼 있었다.

따라서 커비 대변인의 답변④에도 철회라는 말 대신 목록이라는 말로 적혀 있었다.

결국 커비 대변인으로서는 '미사일 지침 철회'가 아닌 듣도 보도 못한 '미사일 지침 목록' 으로 질문받다 보니 그에 대해 모른다고 말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는 것이 독자들의 비판이다.

실제로 녹음된 브리핑을 다시 음성으로 들어보니 J 기자의 질문③에서는 목록이라고 들린다.

그러나 커비 대변인의 답변④에서는 여전히 철회라고 또렷이 들린다.

더욱이 이미 J 기자는 질문①에서도 철회라고 정확히 말을 한 바 있다. 특히 ⑤, ⑥, ⑦까지 감안하면 커비 대변인이 목록이라고 말했을 개연성은 더 적어진다.
어찌됐건 브리핑을 '듣고' 작성된 기사와, 브리핑을 일부 잘못 받아적은 국방부의 녹취록 사이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기자는 다음 날인 25일 아침에 미국 국방부에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국방부의 명확한 입장을 거듭 요청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의 마틴 마이너스 중령이 기자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해 온 해명의 요지는 이렇다.

'커비 대변인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다. 나 역시 이번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미사일 지침 종료를 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인정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커비 대변인이 브리핑 때 기자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의 언급 ⑥처럼 한국의 국방 능력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한 것 같다. 한국이 무엇을 개발할 수 있고, 무엇을 개발할 수 없는지는 한국에 달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이미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우리가 부연할 필요도 없다.'

결국 브리핑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자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평가 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언급이나 설명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부의 첫 반응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브리핑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시간으로 오후 늦게 이뤄진 해당 브리핑이다 보니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 퇴근 전에 추가로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
이 점은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동시에 촌각을 다투면서도 작은 실마리를 놓쳐서는 안 되는 기자들의 업무에 대해서도 독자들께서 혜량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기자들은 참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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