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탈레반의 상호주권 인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탈레반 병력문제는 여전히 미봉책으로 남았습니다.
사실상 아프간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면서 앞으로 그들 내부의 각계파와 그룹간의 노선문제가 남을텐데 당장이야 황사머니를 바탕으로 안정기에 들어선다 한들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의문입니다.
과거 십자군전쟁 당시 엄청난 내전과 분열로 얼룩진 이슬람세계가 그나마 일시적인 통일을 이룰수있는것에는 지하드라는 성전이 큰 역할을 했으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살라딘의 존재자체에 있었습니다.
시리아 전역을 사실상 통일하면서 반격의 기초를 세운 누레딘의 뒤를 이어 등장한 살라딘의 존재는 당시 중동지역의 고질병인 내부다툼과 분열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순간 일소한 개인의 역량이 크지않았나 봅니다.
살라딘 사후 알아딜이나 알카밀같은 합리적인 지도자를 바탕으로 아이유브 왕조가 통치하나 이후 맘루크왕조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극렬한 근본주의를 표방한 이슬람세력에 의해서 예루살렘이 수복되고 십자군이 마무리 됩니다.
지하드를 가장 잘 활용한 살라딘의 경우 성공의 가장 큰 핵심은 단기간의 극약처방을 적절히 사용한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각지방과 광활한 중동전역에서 모인 많은 병사들의 사기가 오래지속되기 힘들고 영주들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당시 정치적 상황에서 관건은 시간이라는 명제를 이해한것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이슬람 무장단체가 내건 지하드라는 명분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절대적이고 강력한 지도자의 부재가 결정적인 약점으로 생각합니다.
아이유브 왕조이후 맘루크의 초대 술탄 바이바르스가 달랐던점은 그들에게는 국가를 통치할만한 정치력이나 통치이념이 부족했고 이것은 결국 합리적이었던 과거 아이유브 왕조와는 전혀 궤를 달리할수밖에 없음 의미합니다.
그만큼 극렬한 근본주의적 태도를 취한것은 순수하게 신앙심이 아닌 정치적 상황이 그들에게 그것말고는 통치를 정당할 명분자체게 존재하지 않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물론 바이바르스의 군사적 능력과 맘루크의 강력한 군대가 있었기에 가능하긴 했으나 이후 중동세계는 한동안 합리적 사고를 하는 유연한 정치적 입장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됩니다.
이라크에서 후세인이 처음 등장했을때 수많은 무슬림들이 큰 기대를 가진 이유는 나름 중동의 강자중 하나인 이라크가 새로운 강력한 지도자 아래서 통합된 이슬람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존재로 각광받았습니다.
아랍세계에서 가장 차별받는 쿠르드족출신 살라딘이 이슬람세계 최고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유.
그렇다면 아프간을 지배할 탈레반에 있어서 이들을 묶어줄 강력한 지도자나 집단지도체제가 완성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가 아마도 중국의 큰 고심거리로 느낍니다.
미국이라는 적을 상대로 자칭 성전을 통해서 아프간을 탈환한 그들에게 갑작스런 평화와 엄청난 돈이 동시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이룰수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부분은 다름아닌 탈레반의 병사들에 있다고 느낍니다.
어린시절부터 전쟁이라는 환경속에서 나고 자란 그들이 갑작스런 평화를 받아들일지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윗대가리들이야 이제 권력을 잡았으니 자신들의 국가를 만드는것에 열중할지 모르나 전쟁 이외에는 전혀 모른체 살아온 수많은 병사들의 공허한 평화를 무엇으로 달랠수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체게바라처럼 이념과 신념이라는 광기에 자신을 잃어버린체 또다른 전장을 찾아 헤메는 광신자들이 나온다면 탈레반의 권력층이 대응할 방식이 무엇일지 방법이 과연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그래도 중국의 대응이 나쁘지않은것은 탈레반의 주류세력을 황사머니를 통해서 잠재웠으니 이외 소규모 게릴라는 중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준으로 축소한것은 상당히 현명한 처사로 봅니다.
문제는 이러한 소규모세력중에 과거 빈라덴처럼 확고한 지도자가 나타나 주도적으로 중국을 공격할시 탈레반의 남아도는 엄청난 병력을 단숨에 규합해 큰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중국이 조금더 무리를 한다면 아프간을 철저히 감시하고 적어도 국경일대를 통제할 상설무력집단을 아프간에 상주하는것이 부담을 줄일수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럴려면 그만큼 많은 돈을 아프간에 지불해야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더라도 탈레반정부가 이것을 받아들만한 정치력이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할것이고 향후 이문제는 두국가 사이의 불씨를 남길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개인적으로 탈레반이 아니라도 중국과 아프간사이의 무력분쟁은 시간문제라 느낍니다.
시간의 문제일뿐 결국 이렇게 남아도는 병력과 무기를 가지고 다른생각을 하는 인간은 많을테고 이들간의 토너먼트 이후 진짜 광신도를 이끌 사람이 나오는것은 불가피합니다.
IS가 실패한것은 병력이 모자라거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활동한 지역이 시리아에 있다는점입니다.
중동지역에서 시리아 이라크지역이 가지는 가치와 중요성은 아랍세계에서도 절대적 위치입니다.
과거 살라딘이 이집트에 기반을 두면서도 가장 크게 집작한것이 다마스커스라는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이들같은 광신자가 나타난다면 서구권이나 다른 주변국이 IS때처럼 군사적 대응까지 불사할만큼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걸로 보고 그래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더욱 위험해보입니다.
중국은 사실상 공식적으로 아프간에 군대를 주둔시키긴 힘들테지만 가성비가 한참 떨어지더라도 비공식 상설 무력집단을 아프간에 주둔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것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늘어나는 탈레반의 상납금 요구은 중국에게 해결할수없는 난제로 남을것입니다.
그래도 중국은 아프간에 조공을 통해서 무력충돌만 피할수있다면 충분히 괜찮은 장사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