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과 출당의 차이가 뭘까요? 둘 다 공통적으로 당에서 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탈당은 의원이나 당원 본인 의지로 당을 나가는 것이고, 출당은 당에서 의원이나 당원을 내쫓는 것을 말합니다.

둘의 차이는 바로 당을 나가는 행위가 ‘누구의 의지에 의한 것이냐?’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탈당은 징계는 아니지만 징계의 측면에서 보면 ‘출당 > 탈당’입니다. 출당이 더 큰 징계인 셈이죠.

그런데 문제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비례대표입니다. 일반 국회의원은 탈당이든 출당이든 국회의원직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탈당할 때만 의원직을 상실합니다. 왜 그러냐? 바로 공직선거법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④비례대표국회의원 또는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이 소속정당의 합당ㆍ해산 또는 제명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ㆍ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국회법」 제136조(退職) 또는 「지방자치법」 제78조(의원의 퇴직)의 규정에 불구하고 퇴직된다. 다만, 비례대표국회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당선되어 「국회법」 규정에 의하여 당적을 이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참고로 국회의원 제명은 국회의원 ⅔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법을 위반한 심각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당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조치를 취하고 싶지요. 그런데 해당 의원은 ‘난 재판을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한다면 당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게 출당 밖에 없습니다. 탈당 안하겠다고 버티면 도리가 없습니다. 탈당은 국회의원 본인의 의지로 하는 것이니, 당에서는 그냥 출당시켜야죠.

그럼 ‘왜 법이 저렇게 되어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그 이유를 설명드리면...

첫 번째,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추천은 정당이 했지만 선출은 국민의 투표로 한 것.

두 번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당에서 내쫓는 것은 당의 권한이나 국회의원직에서 내쫓는 것은 국민의 권한이라는 것.

즉 당에서 추천했지만, 뽑은 것은 국민이고, 당에서 쫓아낼 수는 있어도, 국회의원직의 선출은 국민의 손에 의해 한 것이므로 당에서 국회의원직을 뺏을 수 없다는 소리인 것이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말장난 같습니다. 법과 보통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는 시간이 흘러도 좁혀지지 않는 것 같네요.... 어쨌든 만약 출당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끔 만들었을 경우, 법의 심판으로 무죄임이 드러났을 때, 정당이 국민의 뜻으로 선출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상실케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셈이 됩니다. 일반 국회의원이 출당이든 탈당이든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출당을 ‘셀프제명’이라고 부르며 비꼬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의 뜻이라는 무서운 권한(?)도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비판하는 쪽도, 옹호하는 쪽도 서로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뭐 나중에 더 좋은 방법이 나오도록 고민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