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기냥 어미 찾아준 초등생
엊그제 길거리에서 우연히
자전거를 탄 한 아이가 인사를 하는 거였다.
얼떨결에 인사를 받고보니,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가 먼저 아는체를 하며 말을 건넨다.
“저번에 새끼 고양이 엄마 찾아 줬어요.
한참 있다 어미가 찾으러 와서
둥지에 넣어 줬어요.”
골목에서 만난 이 아이가 차밑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기냥을 데려와 나중에 어미의 품으로 돌려보낸 아이다. 품안에 안긴 아기냥은 현재 어미의 둥지에서 다른 아기냥들과 잘 크고 있다.
그랬다. 그때 그 초등학생이었다.
사건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평소에 길고양이 사진작업을 하느라 가끔씩 나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곤 한다.
그날도 얌이와 멍이의 구역을 돌고 있는데,
2명의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새끼 고양이었다.
아기냥의 어미 찾아주기 소동이 있기 며칠 전 녀석들의 둥지를 찍어둔 모습이다.
“잠깐, 그 고양이 어디서 난 거니?”
“저기 차밑에 혼자서 울고 있는 거 가져왔어요.”
“그걸 어쩌려구?”
“뒷산에 가져다 놓으려구요.”
“뒷산에?”
“네 거기 새끼들 많아요.”
순간 나는 웃고 말았다.
초등생이 손에 들고 있는 새끼 고양이는 나도 본 적이 있는 아기냥이었다.
바로 얌이와 멍이를 낳은 적 있는 어미냥이
얼마 전에 낳은 다섯 마리의 아기냥 중 한 마리였다.
오래 전 멍이와 얌이를 낳은 어미냥이자 최근에 다시 다섯 마리 아기냥을 낳은 이 어미냥이 초등학생이 들고 온 아기냥의 어미다. 둥지에서 새끼를 낳기 바로 직전의 모습이다.
“여기가 집인데, 산으로 가져가면 어떡하냐?”
2명의 아이는 순진하게도 뒷산에도 새끼들이 있으니
그리로 가져가면 녀석들의 어미냥이 키워줄 거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나는 두 아이의 앞길을 막고 나섰다.
이미 나는 그 아기냥의 둥지를 알고 있었으므로
거기에 놓아두라고 했다.
그러면 잠시 후에 어미냥이 찾으러 올 것이라고.
(추론하건대 아마도 어미냥은 잠시 다른 둥지로 새끼들을 데려가다 이 녀석을 놓쳤거나, 골목에 차가 지나가는 바람에 녀석이 어미를 놓쳤거나 했을 것이다. 보통 어미냥이 새끼를 낳으면 2개 이상의 둥지를 만들어놓는데, 한곳이 위험에 닥치면 곧바로 다른 둥지로 이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아이는 처음에 손에 들려진 이 아기냥을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 놓을 뻔했다. 그러나 결국 저녁까지 기다려 어미를 찾아주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은 날이 몹시도 추웠고,
아이의 손에 들린 아기냥은 추위와 불안감에 바르르 온몸을 떠는데다
계속해서 목청을 높여 어미를 부르고 있었다.
아이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여겼는지,
그냥 가려는 것을 나는 다시 길을 막고
며칠 전 디카로 찍어두었던 어미냥과 아기냥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제서야 두 아이는 내 말을 믿겠다는 듯
사진 속의 둥지에다 아기냥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아기냥은 자꾸만 탈출을 시도하며 골목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쳤다.
그 모습이 안쓰러운지 아이는 아기냥을 도로 집어올려
품안에 안았다.
아기냥은 추운데다 배도 고프고 엄마도 보고 싶은 게 분명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잠시 아기냥을 돌보라 하고
가게로 뛰어가 우유를 사왔다.
그것을 아기냥에게 먹이자 한동안 받아먹더니 다시금 옴팡지게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 녀석을 원래 살던 둥지에 내려놓았지만, 녀석은 어미가 다른 곳으로 갔다는 것을 아는지, 계속해서 차가 다니는 위험한 골목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이럴 경우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집에 데려다 키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미를 찾아내 인계하는 것이었다.
혹자는 사람 손을 탄 새끼 고양이는 어미가 물어죽이거나 내친다는 얘기도 있으나,
약 두달 전 내가 먹이를 주고 돌려보낸 아기냥은 다른 새끼와 어울려
지금도 잘 크고 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다 어두워지고 있었다.
다시 어미의 품으로 돌아간 아기냥(맨 오른쪽)이 다른 아기냥들과 어울려 햇볕을 쬐고 있다.
“네가 집으로 데려가 키우면 안되니?”
“키우고 싶은데, 집에 개를 키워서 안돼요. 엄마가 고양이는 안된댔어요.”
하는 수 없이 어미냥을 찾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오늘따라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산으로 데려간다는 아이들의 앞길을 막았으니,
그에 따른 일말의 책임도 져야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저녁에 약속이 있어 그만 가야할 시간이 되고 말았다.
미안하지만, 나는 2명의 아이들에게 부탁을 했다.
“집으로 데려가 키울 수 없다면, 그냥 새끼가 사는 둥지에 내려놓고 가라”고.
다시 평화와 안정을 되찾은 아기냥들이 초겨울 햇볕 속에서 놀며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이 녀석들은 이제 한달을 약간 넘긴 녀석들이다.
그렇게 그날 나는 2시간여의 소동을 뒤로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며칠 뒤 이렇게 그 아이를 만난 것이다.
그렇잖아도 그 소식이 궁금하던 차였다.
“나중에 어미가 찾으러 왔나봐요.”
“그래, 잘했다!”고 나는 그 아이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 길로 나는 그 아기냥이 사는 둥지를 찾아가 보았다.
멀리서 망원으로 녀석들을 보니,
그때 그 녀석이 다른 아기냥들과 어울려 잘 지내고 있었다.
잠시 후 어미냥이 왔길래
사료도 듬뿍 뿌려주었다.
어미냥은 한참이나 차밑에서 사료를 먹더니 아기냥이 기다리는 둥지로 돌아갔다.
다행히 날씨는 조금 풀렸고,
따사로운 오후의 볕이 녀석들의 둥지 위로 쏟아져내렸다.
출처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