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새끼 고양이를 구했습니다

솔리테어 작성일 17.07.02 12: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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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끼 고양이들의 시즌이 왔네요

 

거의 매년

 

어미 고양이와 떨어지거나 버림받은 새끼를 구조하게 되는데

 

역시 올해도 아니나 다를까...

 

2015년에는 며칠 동안 하수구에 빠져있던 3, 4주 정도의 새끼를 트랩 만들어서 고양이 간식 통조림으로 낚아서 구조한 뒤 범백도(쌩돈 탕진의 힘으로) 이겨낸 뒤 성묘가 될 즈음에 좋은 분께 입양 보냈고

 

2017 올해는 차 안에 갇혀있던 것을 겨우 찾아내서 구조하는데에 성공했네요

 

연이어 비가 오는데,사흘 동안 계속 울어재끼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찾아다녔지만 도저히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죠

 

그러다가 어제 밤에서야 아파트 단지 내의 어떤 차량 하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것을 특정해낸 뒤

 

돗자리 깔고 땅바닥에 누운채로 계속 살펴봤지만 어디에 들어가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는데

 

오늘 고양이 통조림이랑 구조용 개인 장비 가져다가 진을 치고 찾아보다가 끝내 왼쪽 뒷 타이어 부근의 플라스틱으로 된 빈 공간에 들어가있다는 것을 알게 됐네요

 

삑삑 울다가도, 사람이 다가가면 숨었다가 다시금 도움을 요청하며 울어재끼는게 보통인데 이 녀석은 전혀 그러질 않아서 정말 오래 걸렸죠

 

지나가는 아파트 사람들이 미친 놈처럼 바라봐도, 돗자리 깔고 남의 차 하부에 머리 들이밀고 계속 인내하다보니

 

좋은 타이밍에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차 하부 중에서도 어느 위치인지 감을 잡게 된거죠

 

그래서 핸드폰을 들이밀고 플래시 터뜨려서 사진을 찍었더니 역시 안에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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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주인이 전화랑 문자를 좀 받았으면 좋으련만, 계속 안 받더군요

 

드라이버로 타이어 뒤쪽 플라스틱 부분만 살짝 해체하면 금방 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기다리고 다시 전화를 해봐도 받지를 않더군요

 

나흘째에 이르도록 아무 것도 못 먹고 갇힌 채로 계속 울어대며 탈진 상태에 이른 고양이도 불쌍하지만,

 

한계에 이른 고양이가 죽게 되면 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을테고 부패한 시체를 싣고 다닌다는게 참 찝찝할텐데 말입니다.

 

각도 때문에 손으로는 도저히 닿지 않아서, 별 수 없이 아파트 경비 아저씨께 장비를 더 빌렸습니다.

 

그 와중에 비는 또 철철 내려서, 비에 홀딱 젖으면서 꺼내려다 안되서 경비 아저씨랑 군대 이야기하면서 비가 조금 멎어들 때까지 기다렸네요 ㅎㅎㅋ

 

결국 비가 완전히 다 그치지는 않은 까닭에 주륵주륵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근성으로 고양이를 끄집어냈습니다

 

결정타를 먹인 구조장비는 국자.

 

국자로 긁어내듯 꺼냈지요

 

사진으로 보아도 생각보다 작고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알 수가 있었는데,

 

꺼내고 보니 태어난지 일주일 정도 된거 같은 신생아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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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하부에 들어가 있었어도 빗물이 침입해서 몸을 다 적셔놨더군요

 

용케도 체온저하와 굶주림으로 죽지 않고 잘 살아있었습니다

 

한번 50일도 채 못된 아기 고양이를 맡아서 키우게 되면,

 

미혼남이라도 부모의 본성에 눈을 뜨게 되서

 

새끼 고양이가 도와달라고 우는 소리가 미세하게나마라도 들리면

 

남들은 전혀 듣지 못했어도 달려가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심리가 되어버리는데

 

덕분에 이 녀석 때문에 며칠 동안 얼마나 잠을 설쳤는지...

 

구조하고 싶어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계속 주변을 서성이다 땀에 젖고 모기에 물린 상태로 집에 들어가 겨우 잠이 들만 하면 또 울어대고...

 

이 녀석, 죽지 말고 구조해줄 때까지 살아라, 살아라...하다가 결국 살리기는 살렸는데

 

고양이를 꽤 키워본 입장에서도 신생아는 처음이라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구조하자마자 수건으로 빗물과 오염물을 닦아내고,

 

한손으로는 새끼 고양이를 안고 한손으로는 핸들과 기어를 바꿔 쥐어가며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수건으로 안아들자마자 안심이 됐는지 우는 소리의 감정 형태는 바뀌었지만, 배가 고픈지 젖을 찾아 수건 밖으로 막 뛰쳐나오며 제 피부를 여기저기 이도 안난 입술로 물어대더군요.

 

병원에는 고양이 전용 우유가 있을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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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의사양반은 없었지만, 당직을 서고 있던 간호사 언니가 있더군요

 

무척 미인이던 간호사 언니가 상냥하게도 초유와 젖병을 준비해서(물론 계산은 했지만) 새끼 고양이를 안고 젖을 먹여주었습니다.

 

병원의 터줏대감 고양이도 중성화 수술을 했지만 모성애가 여전히 많은 녀석이라 이모랍시고 새끼 고양이를 열심히 핥아줍니다.

 

간호사 언니가 대소변도 누이게 돌봐주었는데, 신생아는 어미가 배변 활동을 도와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볼 일을 볼 수 없기 때문인지 소변을 무척이나 많이 누더군요. 

 

오줌도 며칠 동안 한방울도 못 싸고 계속 참았던 거겠지요

 

지금도 게시물을 쓰는 도중에 또 뭐가 문제인지 자꾸 보채는데, 데운 젖병을 물려도 안되고, 체온유지를 위해 넣어둔 물병도 아직 뜨끈한 채라 이거저거 다 시험해다보니 또 소변이네요.

 

이번에도 오줌을 잔뜩 쌌습니다

 

처음에는 구조할 때까지 살아다오, 하고 부탁했었지만

 

꺼내놓고 보니 신생아라, 걱정이 많습니다.

 

신생아 돌보기는 이론 밖에는 모르는 세계이기도 하고, 눈도 못 뜬 녀석이 5분마다 보채면서 울어대는데 뭘 요구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어미 고양이가 있는게 가장 좋겠지만, 또 탁아를 보낼 수 있는 갓 출산한 고양이 가족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도리가 없군요.

 

경비 아저씨 말로는 이 새끼 고양이가 갇혀 있던 차가 아파트 주민의 소유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더군다나 차가 오늘로 나흘째까지 계속해서 방치되어 있었으니

 

다른 데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잠깐 차 안에다 숨겨놓은 동안

 

차주가 이곳 아파트 단지까지 차를 옮겨버리면서 강제로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는 내막인거 같고요.

 

탯줄은 깨끗하게 처리되어 있으니 낳자마자 버린 것은 아닐텐데, 어미 고양이도 새끼 고양이도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차주와 연락이 된다해도 어디에서 이산가족을 만들어버렸을지 정확한 위치를 알기도 힘들테고,

 

찾아간다해도 어미 고양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또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다시 받아줄지.

 

5분마다 보채며 울어대는 이 아기 고양이가, 차 안에서 며칠 동안이나 꿋꿋하게 버틴 것처럼 별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게 아주 잠깐이라도 기원해주세요.

 

그리고 탁아를 해줄 수 있는, 산모 고양이를 데리고 계신 분이 있다면 쪽지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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