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볼일을 마치고 납치준비물을 가지고 냥이를 잡으러 갔습니다.
최대한 놀라지 않게 자연스럽게 잡기 위해서 여러가지 준비를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3번 빠져나가고...
경계심 최대치가 되서 근처도 안오더라구요..
안되겠다 싶어서 강제로 납치하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실패... 물리고 할퀴고...
많이 놀라게 한 것 같아 진정될 때 까지 조금 쉬려고 그대로 둔 채 기다렸습니다.
이때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생각보다 경계심이 심해서 포기할까 했어요..
자동차 엔진룸이나 공장 기계에 빨려들어가 죽는 일..
개에게 물려 죽는 일..
고양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아줌마.. 등등
악조건이 많고도 많지만....
어미를 잃었다고 해도 그래도 같이 생활하는 이모냥이들도 있고..
경계심도 강하고... 이미 너무 큰게 아닐까...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1마리를 데려와야 하는것도 아니었고..
2마리 냥줍 후 죽은 녀석 때문에 마음에 걸려서...
꼭 1마리를 데려와야 한다면 다른 사연있는 녀석을 데려올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데려오려던 건 이녀석이 아니었어요.
개한테 어미와 새끼1마리가 물려 죽고.. 2마리 남은 녀석들 가운데..
어미를 쏙 빼닮고 경계심도 조금 덜한 녀석이 목표(?) 였어요
3주 전부터 그 어미를 쏙 빼닮아서 데려오고 싶었던 녀석이 안보여요..
공장 사람들도 모르겠다고 하는거 보니까 기계에 빨려들어가 죽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그냥 포기할까 하는 찰나에 공장 아저씨가 뒤에서 냅다 잡아채서 케이지에 넣어버렸네요ㅎㅎ
병원에 가서도 물릴거 각오하고 장갑낀 채로 제가 붙잡고 진료를 봐야 하나 싶었는데
의사선생님이 그냥 마취로 조금 재워서 그건 해결.
의사선생님은 저렇게 사나운걸 왜 데려왔냐고... 어떻게 키울거냐고 걱정하네요..
사실 저도 그게 제일 걱정...
집에 와서도 마취가 풀리지 않아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녀석이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가려고 하더라구요..
안되겠다 싶어서 마취가 풀릴 때 까지 케이지에 넣어놓고...
마취가 다 풀린 다음엔 조금 진정하라고 사료, 물, 간식 순으로 넣어줬습니다.
물릴거 각오했는데 고맙게도 물지도 않고... 또 고맙게도 다 깔끔하게 비웠네요..
어느정도 진정된것 같아서 케이지를 열어뒀더니 역시나 냅다 튀어나가서 구석에 짱박힙니다.
대리석이라 추울까봐 핫팩을 수건에 싸서 넣어줬는데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수건위로는 안올라가고 차가운 대리석 위에만 있네요..
4시간 정도 현관문 앞에 짱박히다가... 걱정되서 계속 기웃거린 탓인지 그곳을 나와서 모래화장실로 짱박힙니다.
거기서 또 4시간 정도...
다른 순딩이들은 그냥 멀리서 쳐다보는게 다인데..
최근 냥줍해서 분유먹여 키운 녀석이 털세우고 하악질에 아주 진상을 부리더라구요..
이녀석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유인해서 최대한 텃새 못부리게 막느라 하루가 가네요..
그전까진 계속 숨죽이고 조용히 있던 녀석이...
밤이되자 조금씩 웁니다..
기껏 데려왔는데 길바닥과 똑같은 추운곳에서 나오질 않으니...
잘 시간이 되어 그냥 물릴거 각오하고 모래 화장실에서 빼왔습니다.
고맙게도 하악질, 물기, 할퀴기 이런거 없이 순순히 잡혀주네요.
다른 냥이들에게 곧잘 하는 장난;; 이불속에 넣고 빠져나갈 구멍 막고 버텼습니다..
조금 놀란 듯 싶더니 이내 잠잠해지고.. 금새 골골송을 들려주네요.
굉장이 기쁘더라구요.
혹시 몰라 조금 더 용기내서(물릴까봐...) 발바닥도 만져보고.. 배도 만져보고.. 턱도 만져보고.. 집냥이들에게 하는거 그대로 다 해봤는데 의외로 순딩이인 듯 가만히 누워 골골송만 해대네요
밤시간 잠결에 봤는데 이불속을 빠져나가 사료와 물을 먹고 있고.. 그 옆에서 4개월차 녀석은 텃새 하악질 해대고 있고..
역시나 길냥이 생활이 몸에 배었는지.. 사료와 물을 엄청나게 먹어대더라구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불 속 제 발 부근에서 자고 있네요
그리고 위 짤처럼 이불속 위쪽으로 기어 오더니 저렇게 꾹꾹이도 하고 있네요
어제 하루 종일 납치냥만 봐줘서 그런지..
다른 냥이들이 온갖 애교를 다 부립니다.
애교 안부리던 녀석까지 달려들어서 사방에서 골골송..
제 이불위로 와서 자던 녀석들은 딱 2마리 였는데 집안의 모든냥이들이 경쟁하듯 죄다 이불위으로 올라가서 자네요
데려온 녀석은 이불 속에 숨어 있구요
걱정이 많았는데 첫날만에 골골송과 꾹꾹이도 보여주니 한시름 놨네요
의외로 순딩이였던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