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 할배냥이 입니다.
미리 밝히자면 아직은 잘 살아있어요 쓰다보니 오해가 생기게 끔 써놔서..
옛날 사진이지만..
너무 착해서 가장 이뻐했고 태어나서 하악질 딱 한번..(덩치 3배 큰 길냥이에게) 밖에 안하고 항상 맹하고 몸개그도 쩔었죠..
목욕할때도 딱 한번씩만 울고 항상 조용하고 놀기도 잘 노는 녀석이네요..
교배 상대 6번이나 후드려 패서 주인이 교배를 포기할까 하는 한 성깔하는 냥이와 고작 이틀만에 친해지고 그 사이에 낳은 게 사진의 작은 녀석이죠..
배 만지면 더욱 골골대고 잠 잘 때 당겨와서 안고 자려하면 한 5~10분간은 얌전히 있다가 제가 움직임이 없으면 조용히 빠져나가죠..
저희집 오는 한창 긴장한 냥이들 전부 다 이녀석과 제일 먼저 친해져서 집안에 잘 적응했죠..
도저히 답안나오는 녀석도 이녀석과 같은 이동장에 넣어놓고 5분만 냅두고 금새 친해져서...
새로운 식구 들어올 때면 항상 한두달은 이녀석과 둘이서 꼭 붙어다녔죠..
2년 전에 페르시안 특유의 유전병인 부정교합으로 턱관절에 염증이 생겨 죽을뻔한 녀석이었습니다.
입을 못벌리고 이따금씩 비명을 꽤액 질러대는 통에 뒤늦게 그때서야 이상을 눈치챘어요.
부랴부랴 시간내서 병원도 가보고 인터넷 여기저기에 글도 올려봤지만 같은 증상을 가진 사례를 딱 1건밖에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도통 원인을 알 수 없어 조마조마한 가운데 큰 동물병원에 가서 여러가지 검사에 CT찍고 나서야 원인을 알았죠..
그때는 이미 육안으로도 확인 할 수 있을정도로 눈 한쪽이 볼록 튀어나왔었네요..
약 3~4일 후 수술예정이 잡혔는데 문제는 그때까지 얘를 뭔가 먹여야 할 상황..
입도 못벌리는 애를 뭔수로 먹이는지..
제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행동...
고단백 캔사료를 사서 그걸 물에 풀어서 급여해줬었네요..
출근 전, 제 점심시간, 퇴근 후, 운동 후, 자기 전 이렇게 제 점심 굶고 계속 먹였죠..
다행히 혓바닥은 내밀 수 있어서 어떻게든 그렇게 조금씩 먹고 수술날짜까지 버텨내고 다행히 완치 후 퇴원했습니다.
2년 전이네요..
2년 후인 최근에 또 유전병이 생겼네요..
평소 행동은 아무 이상이 없었어요.
잘먹고 잘싸고 잘놀고..
근데 언제 한번 만져보니 심하게 살이 빠졌더라구요..
급하게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해보니 특별한 이상은 없네요..
마지막으로 잰 몸무게가 4.5키로 였고 5키로 유지하는 다른 아들냥이와 비슷한 무게까지 올라갔었는데....
병원에서는 3.5키로가 나오네요..
눈치를 늦게 챘어요..
매번 털을 바짝 깎다가 오랜만에 긴 털을 가진 게 보고 싶어서 일부로 길렀어요..
페르시안 특유의 긴 털 때문에 외관상 차이를 못느꼈는데 만져보니 확 다르더라구요..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병원의 권유에 2주간 지켜보다 왠지 살이 더 빠진것 같아서 바로 큰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신장낭이라네요...
보통 고령묘가 잘 생기고 식욕부진에 살빠짐이 특징인데..
페르시안이 그걸 유전병으로 갖고 있어서 고작 4살밖에 안된녀석이 벌써부터 신장에 낭이 생겨 한쪽 신장이 거의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네요..
그로인해 식욕부진으로 급격히 살이 빠진거고.. 2주간 몸무게는 0.3키로 더 빠져서 3.2키로..
사람으로 치면 거의 뼈다귀나 다름없네요...
만지면 뼈밖에 안만져져요..
다른 신장에도 낭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아직 기능에 큰 지장은 없다...
다른 신장에도 이상이 생기고 만성신부전으로 넘어가면 그대로 훅가지만..
앞으로 계속 약 먹이고 관리만 잘 해주면 더 오래 살 수 있다... 보통 이런경우는 8살 전후로 보낼 때가 찾아온다고 하구요..
곧 5살 생일이 다가오니 얼추 3년정도 남았네요..
이것도 처방사료만 급여가 가능할 때나 짐작하는 수준이고..
대략 1~2년 보고 있어요..
생각보다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녀석이었어요.
웃기는 몸개그가 사실은 골반이 약간 틀어져서 생기던 거였더라구요.
잘놀고 잘 뛰니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골반 틀어짐.. 부정교합과 그로인한 염증, 심부전..
완전 동물 종합병원인듯..
가정분양 받은 녀석인데..
매일 하루에 한 번 꼭 무릎위로 올라와서 꾹꾹이도 하고 한숨 자고 가는 녀석..
장이 안좋아서 설사 자주싸고, 그걸 온집안에 묻히고 다니고.. 가죽 뜯는거만 제외하면 성격적으로 완벽한 녀석이죠..
그래서 제일 이뻐했죠..
응꼬털만 제때 깎아주면 설사는 안묻히니..;;
오래 못살거는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다른 건강한 냥이들이 15~20년 살거라면 이녀석은 10~15년 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르네요..
최근 납치해온 냥이가 엄청난 개냥이 인듯 밥먹고 자고 쌀 때 빼고는 온종일 제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부비부비하네요.
배만지면 더 골골대는 두번째 냥이..
이뻐할 수 밖에 없는 성격을 가진 녀석이 새식구로 들어와서 정말 좋은 일이 생겼다 싶었는데
동시에 안좋은 일도 찾아오네요..
음... 손 쓸 수 없을때 발견한것보단 지금이 나으니 이것도 좋은일이려나요..
2년 전 그 일을 겪은 후 이녀석만 특별관리 한답시고 상태체크를 자주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와.. 오랜만에 페르시안 특유의 긴 털이 보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이렇에나 삐쩍 마르고 난 다음에 겨우 눈치 챘네요...
유전병이 무서워서 앞으로 품종있는 녀석은 절대 데려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이녀석 보내버리고나면 똑 닮은 녀석을 찾아해맬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냥이들 보낼 때 덤덤하게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벌써부터 우울해지는거보니 때 되면 진짜 충격먹을듯 싶네요..
오늘 이런저런 일로 많이 우울해서 이렇게 아무에게라도 전하고 싶어서 글 썼어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