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록부터 올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첫 몇 해만 보면 몰라도 슬슬 내려가면 누군지 대충 알 수 있을겁니다.
바로 외계인이라 불리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죠.
1990년대 말~2000년대 중반까지가 말 그대로 속된말로 '대약물시대'로 홈런이 범람하던 시대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빛난 투수였습니다.  

원래 이 양반이 처음 시작한 곳은 다저스였어요. 다저스에서 첫 메이저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첫 해는 뭐 맛만 봤다 2년차부터는 슬슬 뭔가 포텐의 낌새가 보이죠.
2년차에도 110이닝을 찍었는데, 이는 1993년 내셔널리그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수였습니다.  

이 정도면 나름 포텐셜 큰 유망주였던 페드로는 당시 2루수가 필요했던 다저스의 상황과 당시 다저스에 박찬호와 대런 드라이포트 등 투수 유망주들이 많았다는 점,  180cm 전후의 작은 체구에다이나믹한 투구폼에 따른 부상 위험성 등을 이유로 인해 몬트리올(현재는 워싱턴 내셔널스)로 트레이드됩니다.

그리고 다저스는 당시 데뷔 첫 4년 연속 40도루를 기록한 2루수 유망주 델라이노 드쉴즈를 받았습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다저스의 승리를 대부분 보았는데, 문제는 이 이후부터 선발투수로 전향한 페드로의 각성이 시작됩니다. 

1995년부터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1996년에는 처음으로 올스타에 뽑혔고,
1997년에는 17승 8패, ERA 1.90에 완투만 무려 13회를 하는 어마어마한 시즌을 보내며 마침내 첫 사이영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반대로 드쉴즈는 다저스에서 몬트리올 시절보다 도루를 제외하곤 모두 못한 기록을 냈으니, 이 트레이드는 후에는 몬트리올의 그레이트한 승리로 남았습니다.

이후 페드로는 다시 한 번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으로 이적을 하는데, 이 트레이드 후에 바로 6년 7,500만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습니다.
지금이야 커쇼나 콜이 년 3,000만 달러를 넘는 계약을 받아내서 저게 얼마나 큰 계약인지 체감이 안 가는데, 저 계약은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 계약이었습니다.

보스턴에서의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구단, 아니 MLB 통틀어서도 역대급으로도 꼽힐만한 투수였습니다.
1999년에는 23승 4패에 ERA 2.07, 313탈삼진, FIP 1.39라는 현대 야구에서 나오기 도무지 힘든 기록을 내기도 했었죠.
이는 2000년에도 이어지면서 ERA 1.74는 더 낮아진 모습을 보이며 2년 연속 사이영상을 타냈습니다.
2002년과 2003년에도 ERA와 탈삼진 1위를 연달아 차지하면서 재차 사이영상 2연패에 성공하기도 했었죠. 

이렇게 위대한 투수임에도 부족한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이었습니다.
당시 보스턴이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리며 월드시리즈 우승이랑은 연이 없었는데,
이것이 깨진게 바로 2004년이었습니다. 숙적 양키스에 0-3으로 뒤지다 내리 4경기를 이기며 '리버스 스윕'에 성공하고, 여기에 세인트루이스와의 월드시리즈까지 승리,
마침내 페드로도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게 되었습니다.

보스턴에서 우승 후 페드로는 메츠로 이적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지난 탓에 메츠에서는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메츠에서 4년, 그리고 2009년 필리스를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했죠.
2011년에는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2015년에는 마침내 그 힘들다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현재는 메이저리그 해설가로 활동하며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즈하면 떠오르는 구종은 역시 서클체인지업입니다.

안 그래도 150km 초중반까지 나오는 빠른 공을 보유한데다 뚝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죠.

그리고 120~130km대의 낙차 큰 커브라는 또 다른 좋은 구종이 있어 더 공략을 어렵게 했습니다. 

서클체인지업과 궤적은 비슷하면서도 속도나 낙차가 더 커서 착각하기 좋았죠. 

오늘은 '대약물시대' 시대 와중에도 역대급 기록을 찍은 투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봤습니다.